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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담노조 설명서

 

[반월시화공단노동자권리찾기모임 월담]은 지난 8년의 활동 경험을 통해 새로운 변화를 시작합니다. 변화의 키워드는 노동조합입니다. 노동조합이라는 틀로 어떻게 새로운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지, 그 변화는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해 이 설명서에 담았습니다. 변화를 만들기 위한 발걸음에 함께 해 주시길 바랍니다.

 

1. 노동조합은 모든 노동자의 권리입니다.

우리의 일터에서는 많은 일이 일어납니다. 즐겁게 만 일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사실 힘든 일이 더 많습니다. 사장이나 관리자에게 부당한 대우나 괴롭힘을 당하기도 하고, 몸을 다치거나 위험한 화학물질에 노출되기도 합니다. 휴가를 마음대로 쓰지 못하거나, 일한 만큼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하기도 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해고를 당하기도 하고, 휴업수당도 없이 몇 주를 쉬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이러한 일들을 회사에 문제제기하고 싶지만 말 꺼내기도 힘들고, 무시당하기 일쑤입니다. 결국, 노동자 개인이 회사를 상대로 부당한 일에 대해 항의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은 노동조합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냅니다. 헌법은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통해 노동자들의 노조 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은 특정 누구에게만 주어진 권리가 아닌, 일하는 사람 모두에게 열려진 권리입니다.

 

2. 반월시화공단에서 왜 노조가 필요하죠?

현재 우리의 삶을 잘 설명하는 단어는 저임금’, ‘장시간노동’, ‘불안정 고용입니다. 지난 몇 년간 월담이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반월시화공단 노동자의 임금은 전국 평균을 밑돌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미만율도 높고, 상여금이나 복지비, 수당조차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임금이 낮다 보니 일하는 시간도 깁니다. 부족한 생활비를 메꾸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잔업과 특근을 해야 합니다. 정규직 일자리는 찾아보기 어렵고, 파견직과 계약직 등 불안정한 일자리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다 보니 안정적인 미래를 계획하거나 희망을 찾기도 힘이 듭니다. 부당한 업무 강요, 반말과 폭언, 감시와 통제, 성희롱 등 인권침해도 넘쳐납니다.

심각한 것은, 반월시화공단에서 90%가 넘는 회사가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임금체불, 최저임금위반, 무료노동 강요, 휴업수당 미지급, 연차휴가 사용제약, 근로계약서 미교부, 산재 사고 시 개인 치료 강요 등 그야말로 무법천지입니다. “법 지키면서 회사 운영하면 망한다.”라는 말을 사장들은 거리낌 없이 해댑니다. 권리는 사라졌고, 포기만 늘어갔습니다. 그러나 변화의 가능성은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일한 만큼 정당한 임금을 받고, 안정적으로 고용이 유지되며, 최소한 근로기준법이 지켜지는 공단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가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그런데 이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함께해줄 동료가 있을 때 가능합니다. 노동조합으로 뭉치면 할 수 있고, 노동조합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3. ‘월담은 그동안 무슨 일을 해왔고, 노조로 전환을 하나요.

월담은 2013년부터 반월시화공단에서 작은 사업장 노동자와 함께해 왔습니다. ‘담벼락 교실을 통해 일하면서 꼭 알아야 할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 공부했고, ‘인권침해실태조사는 공단 내 만연한 인권침해의 심각성을 알려내기도 했습니다. ‘안산 만원행동을 구성해 최저임금 1만 원의 요구를 모아내기도 했으며, ‘최저임금위반감시단활동을 통해서는 최저임금조차도 주지 않으려는 사업주의 각종 꼼수에 대응했습니다. 공단에서 발생한 염산누출 사고를 조사하면서 화학 사고의 심각성을 알려냈으며, ‘코로나19로 인한 일자리변화 설문조사를 통해서 공단 노동자에게까지 미치지 못하는 정부정책의 빈 지점을 다시금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소식지를 배포하고, 문화제와 노동 법률상담 등도 꾸준히 진행했습니다.

월담은 그간의 활동을 통해 공단에서 무엇이 바뀌어야 하고, 우리가 무엇을 요구해야 하는지 차곡차곡 경험을 쌓고 정책을 만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권리를 찾기 위한 크고 작은 실천 활동도 함께해 왔습니다. 지자체와 고용노동부의 제대로 된 역할을 주문하기도 하고, 언론에 공단의 실태를 알려내기도 했습니다. 선전전과 상담을 통해 만난 노동자와 현장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도 기울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만으로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지역과 현장의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와 사용자단체의 책임 있는 역할을 강제하는 게 필요했습니다. 형식적인 선언이 아닌 강제력 있는 약속을 받아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월담은 노동조합이라는 틀을 통해 더 큰 힘이 모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더 많은 우리가 힘을 모으고 목소리를 높여야 합니다.

 

4. 월담노조를 소개해 주세요.

5인 미만 사업장을 포함한 작은 회사 노동자와 함께하는 노조입니다.

작은 회사에서 일하는 우리의 처지는 그리 녹록하지 않습니다. 전체 산재 사망사고의 절반 이상이 50인 미만 작은 회사에서 일어나고, 80% 이상이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합니다. 저임금과 위험한 노동환경, 불안정한 노동으로 누구보다 노동조합이 필요하지만 그동안 언감생심 꿈도 못 꿨습니다. 근로기준법도 지켜지지 않는 회사에서 해고가 두려워 권리를 말할 수도 없고, 부당한 대우가 계속되어도 신고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용기를 내서 노동부에 고발해도 처벌은 병아리 눈곱 같은 수준입니다. 그래서 30인 미만 회사에 다니는 노동자의 노조 가입률은 0.2%에 불과하고, 5인 미만 회사에 다니는 노동자의 노조 가입률은 통계조차 찾기 힘듭니다. 정부 정책도 문제입니다. 작은 회사일수록 회사의 지불능력을 핑계로 법 제도의 책임을 미뤄주거나 아예 적용하지 않는 일이 많습니다. 일터의 크기에 따라 권리의 크기가 달라서는 안 됩니다. 작고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일수록 제대로 된 권리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원청과 사용자단체, 지방정부를 상대로 실질적인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노조입니다.

우리는 적정 수준의 노동조건이 갖춰진 회사에서 안정적으로 일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조금이라도 나은 일터를 찾아 이직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공단 내 어딜 가나 노동조건은 획기적으로 좋아지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회사가 낮은 노동조건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임금만 봐도 작은 회사는 임금을 올려줄 능력이 없다고 핑계를 댑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노동조건을 바꿔낼 수 있을까요? 결국, 원청 대자본과 지역의 사용자단체, 지자체가 공동으로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도록 요구해야 합니다.

원청대자본과 지역의 사용자단체가 하청기업과 함께 임금, 고용, 인권침해, 복지, 노동안전, 환경 등 전반에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원청에 대한 책임성 강화 요구는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엄연히 사장이 따로 있고, 근로계약도 대기업과 맺는 게 아닌 상황에서 가능하지 않는 요구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단의 다수 제조업은 하청 혹은 재하청기업이고, 원청으로부터 단가인하 압력을 끝없이 받습니다. 따라서 우리의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원청대자본이기도 합니다. 대기업들이 사회적·제도적 책임을 지도록 요구하는 것은 가장 현실적이며 정당한 요구입니다.

지방정부와 공공기관에 대한 투쟁도 중요합니다. 우리의 노동권과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지방정부가 책임지도록 요구해야 합니다. 고용과 일자리에 관련한 지원체계를 만드는 일, 노동자를 위한 공동 복지 시스템을 만드는 일,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하는 일, 공단 환경을 개선하는 일, 출퇴근 교통의 문제와 주거나 보육 등 공공성에 대한 문제제기, 사용주의 불법행위에 대한 엄중한 단속 등을 요구하면서 지역 전체 노동자가 함께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만들어 내야 합니다.

기업별 노조가 아닌, 반월공단과 시화공단 전체를 아우르는 지역 노조입니다.

원청 대자본과 사용자단체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고, 안산시와 시흥시 등 지자체의 역할을 요구하려면 지역 단위로 모여야 합니다. 개별 기업 차원의 노동조합이 아닌,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노동조합이어야 합니다. 이는 우리들의 노동조건에 대해서 책임 있는 주체들을 불러내는 데 있어서 훨씬 유리한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기업별 노조만 가능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기업별 노조는 작은 회사에 다니는 노동자에게는 불리한 조건이었습니다. 규모가 영세하다 보니 사장과 직접 대면하는 일도 많고, 소수의 직원 중에서 사장의 친인척이나 지인이 있을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이렇다 보니 회사 내에서 노조를 결성하는 것이 노동자에게는 큰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어렵사리 노조를 만들었다고 해도 교섭에 불응하거나 이간질을 하는 방법으로 노조활동을 훼방 놓기도 합니다. 폐업과 이전이 쉬운 구조를 이용해 노조를 압박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월담노조는 사업장별로 노조를 만드는 것이 아닌, 지역을 중심으로 월담노조에 가입을 하는 방식입니다.

지역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노조라고 해서 개별 현장의 문제를 외면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개별의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지역 전체의 문제도 해결할 힘을 키우지 못할 것입니다. 아플 때 전담해서 치료해주는 주치의처럼 현장의 문제를 긴밀하게 논의하고 함께 대응해 나가는 일에도 노조는 힘을 쏟아야 합니다. 그러나 이 또한 개별 현장의 변화 시도를 지역적으로 함께 고민하고, 실제 변화가 생기면 그 경험을 지역으로 확대해 나가는 방식이 원칙으로 세워져야 합니다. 그래야 지역을 중심으로 이동하는 우리 모두의 노동조건이 바뀔 수 있습니다.

전체 노동자의, 우리 모두의 노동조건개선을 위한 활동을 합니다.

우리는 잔업과 특근을 하지 않아도 기본급만으로도 살아갈 수 있을 만큼의 임금인상이 필요합니다. 법정 최저임금도 보장되어야 하지만, 지역 차원의 낮은 임금을 올리는 방안도 고민합니다.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는 사업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고, 공단 내 만연한 인권침해를 근절하기 위한 활동도 필요합니다. 공공 고용서비스도 확충되어 합니다. 이미 지역에는 직업소개소, 인력파견업체 등이 수백 개가 난립해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민간 파견업체들은 지나치게 높은 수수료와 저질의 일자리 소개에 따른 문제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공공고용서비스의 확충과 서비스의 질을 끌어 올리고, 광범위한 노동자층에게 필요한 고용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건강하게 일할 권리도 중요합니다. 소규모 사업장은 대부분 안전보건조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산재예방 시스템도 없는 실정입니다.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도록 강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뿐만 아닙니다. 고치고, 바꾸고, 요구해야 할 것은 수없이 많습니다. 노동조합을 통해 우리는 일할 맛 나는 현장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5. 월담노조는 누가 가입하고, 무엇을 함께 할 수 있나요.

월담노조는 일터를 바꾸기 위한 선전전과 캠페인, 일하면서 꼭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한 교육과 공부모임, 임금·근로계약·해고·산재·직장 내 괴롭힘 등 일하면서 겪는 궁금한 것들에 대한 상담과 지원, 여행이나 영화보기 등 소모임 활동, 공단의 변화를 위한 정책 연구, 노동조건 실태를 드러내기 위한 다양한 기획사업, 지방정부와 사용자단체의 책임을 요구하는 실천 활동 등을 진행합니다. 월담노조에 가입하면 이러한 활동들을 함께 할 수 있습니다. 개별 또는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함께 월담노조에 가입을 하고, 다양한 사업장의 노동자들과 함께 정보를 공유하기도 합니다.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노동조합의 활동은 조합원의 참여가 매우 중요합니다. 함께하는 조합원이 없다면 사용자단체와 지자체는 노조의 교섭 요구에 응할 필요성을 못 느낄 것입니다. 혹여 아무리 좋은 협약을 체결하더라도 그것이 현장에서 적용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도 합니다. 따라서 실질적인 현장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조합원들의 역할이 있을 때 가능합니다. 몇 사람의 노조 간부 중심의 활동으로는 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힘을 만들어나갈 수도 없습니다. 작은 일을 하더라도 함께하고, 스스로 만들어가는 조합원이 있어야 합니다. 월담노조에 가입하시면 노조 운영의 전반적인 일을 함께 할 수 있고, 반월공단과 시화공단 전체의 노동조건을 바꿔내는데 큰 힘을 보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