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담과 함께 살펴보는 공단 뉴스 (2024.04.23.~2024.05.07.)
● ‘양질의 일자리’ 계획 빠진 창원국가산단의 미래 50년
공단뉴스 첫 번째 소식은 반월시화공단과 마찬가지로 국가산업단지인 창원국가산업단지 관련한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지난 4월 23일 창원시는 올해로 국가산업단지 지정 50년을 맞아 ‘창원국가산업단지 미래 50년 계획’을 발표했는데요. 주요 계획으로 “탄소중립시대에 태양광‧풍력‧수소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단순한 일터가 아닌 일과 일상이 공존하는, 문화와 산업이 어우러지는 융복합 공간”으로 조성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계획의 연장선상에서 앞으로 “폐공장에서 음악회를 하고 산단 안에 어린이집이 들어서도록 하며, 쇼핑센터도 유치하겠다는 것”입니다.
이에 민주노총 경남본부와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창원국가산단 현장에 대한 제대로 된 판단 없이, 쇠락한 산업단지 혁신에 적용되는 내용을 책상 위에서 그린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일축했는데요. 산업용지를 상업용지로 탈바꿈하는 것은 공단의 땅값을 올려 그나마 산단에 있던 기업도 밖으로 나가라고 부채질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입니다. 그러면서 폐공장에 복합문화공간이나 쇼핑센터를 짓겠다는 창원시의 구상 역시 유휴부지를 가지고 있는 기업인의 민원을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냐고 꼬집었습니다.
창원국가산단뿐만 아니라 이곳 반월시화국가산단 또한 융복합시설을 건립한다는 ‘청사진’을 지자체 주도로 내놓았었지요. 하지만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되는 산업단지 개발계획을 뜯어보면 양질의 일자리 유지를 위한 계획보다는 투자자 구미를 당길 산업용지 처분제한 등 입지 관련 규제완화가 맨 앞자리를 차지하는 것 같아 왠지 씁쓸하네요.
<관련기사>
“창원국가산단, 상업용지 돼 땅값 오르면 기존 기업들 내몰릴 것” (2024-04-29 오마이뉴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25679
● 지난해 중대재해, 경기도에 과반 몰려
지난해 일터에서 사고로 숨진 노동자(산업재해 승인 기준)가 10명 이상 발생한 지역이 전국 22개 기초 지자체 중 경기도에 과반이 몰려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5월 1일 고용노동부의 ‘2023년 유족급여 승인 기준 사고사망 현황’을 보면, 지난해 전국에서 10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한 기초지자체 22곳 중 12곳이 경기도 내 지자체인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화성(20명)에서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많은 노동자가 사고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안산(14명), 용인(14명), 평택(14명), 안성(13명), 김포(13명)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특히 도내 사망사고 중에는 건설 현장의 사고 비중이 높았습니다. 이렇게 특정 지역과 업종에서 사망사고가 잦다 보니, 고용노동부뿐만 아니라 관할 지자체의 적극적인 사고 예방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김승환 건설노조 수도권남부지역본부 사무국장은 “기초지자체는 소속 사업장 외에 현장 관리·감독을 노동부의 소관 업무라고 생각할 뿐 인식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경기도가 건설 안전 부서를 마련해 대응하는 것처럼 관련 부서와 팀을 만들어 지역의 사고 위험 사업장에 대한 안전교육과 예방 등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일선 지자체들은 사업장 전반에 대한 관리·감독은 사실상 ‘권한 밖’의 일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지자체와 산하 기관, 중대시민재해 발생 우려가 있는 공공시설 등에 대한 업무로도 이미 과부하 상태라는 말인데요.
지금은 이렇게 볼멘소리만 늘어놓을 게 아니라 지자체 차원의 대응책 마련에 고삐를 죄야 할 때 아닐까요? 도내 중대재해 비중이 가장 높은 건설 현장부터 봅시다. 건설 현장 사고는 노동자의 안전은 물론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만큼 지자체의 적극 대응이 특히나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부실시공이나 안전조치 미흡 등 자칫 중대재해로 이어질 수도 있는 문제에 대해 상시 점검할 수 있는 체계를 고용노동부 관할지청과 협력해 구축해 나가는 것부터 시작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관련기사>
“산재사망 10명 넘은 지자체, 경기도에 과반 몰렸다” (2024-05-01 경인일보)
http://www.kyeongin.com/main/view.php?key=20240502010000129
● ‘광주형 일자리’ … 노동자 희생만 강요하는 ‘가짜 상생’
노사상생을 위한 ‘광주형 일자리’ 모델로 설립된 광주글로벌모터스(GGM·지지엠)의 제1노조가 민주노총의 산업별 조직인 금속노조에 가입한다는 소식입니다. GGM은 국내 1호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에 따라 2019년 9월 출범한 기업이고요. 현대자동차 경형 SUV 캐스퍼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럼 광주형 일자리는 또 뭘까요? 2014년 윤장현 광주시장의 제안으로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됐던 ‘노사상생형 일자리 창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된 사업이라고 해요.
당시 정부와 광주시는 지역 일자리 유치를 위해 상대적 저임금을 내걸었습니다. GGM이 현대자동차의 차량을 위탁생산하는 대신, “노사 상생협의회의 결정사항 유효기간은 조기 경영안정 및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누적 대수 35만 대 달성 전까지 한다”는 협정을 민관 공동출자로 참여한 광주시(21% 출자)와 현대차(19% 출자) 사이에 맺었고요.
사실상 지역 일자리 유치를 노동자들의 저임금, 무권리 상태와 맞바꾼 셈입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GGM의 생산직 초임은 주44시간 기준 3000만 원 미만이었고, 입사 4년차의 경우 3300만 원~3500만 원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는 자동차업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하네요.
이처럼 동종 업계의 절반도 안 되는 저임금, 그리고 높은 노동강도 때문에 노동자들의 불만과 이직률이 크게 치솟았습니다. 실제로 최근까지 GGM 누적 퇴사자는 줄잡아 200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광주형 일자리가 앞세운 ‘노사 상생’ 구호의 실체는 노동자들에게 열악한 처우를 감내하라는 강요와 다름없었습니다. 그러니 이번에 GGM 소속 기업노조 두 곳이 잇따라 금속노조 가입을 결정한 것은 일방적인 희생을 종용하는 GGM, 현대차, 광주시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었던 노동자들의 당연한 선택이기도 할 것입니다.
사실 광주형 일자리만이 아니라 군산형 일자리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요. 두 곳의 지역 일자리 모델에서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정부와 지자체, 기업의 노력은 온데간데없고 하나같이 저임금과 높은 노동강도의 일자리만 양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역 노동자를 위한 지속 가능한 일자리와 권리 보장은 나 몰라라 하면서 어떻게 상생을 말할 수 있는지 정말 의아할 뿐입니다.
<관련기사>
“‘캐스퍼 생산’ 광주형일자리 노동자, 민주노총 금속노조 가입” (2024-05-01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area/honam/1138927.html
● 노동법 밖으로 밀려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
“이 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
- 근로기준법 제11조(적용 범위)
헌법에 따라 근로조건의 최소 기준을 정한 근로기준법에는 진입장벽이 있습니다. 상시근로자 수가 ‘5인 미만’인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겐 이 법이 적용 제외되고 있는 건데요.
청계천 평화시장에서 재단사로 일했던 전태일 열사는 1970년 11월 13일 근로기준법 책과 함께 자신의 몸을 불살랐습니다. 평화시장 노동자들에게 아무런 쓸모가 없었던 근로기준법을 화형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었습니다.
54년 전 전태일 열사가 준수하라고 외친 근로기준법에서조차 밀려난 존재가 바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인데요. 우리나라 노동자 6~7명 중에 1명이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다고 하네요. 약 250만 명에 달하는 규모라고 합니다. 이는 5인 미만 사업장의 전체 고용 규모에서 1인 자영업자와 사업주 1명을 제외한 수치입니다. 임금노동자로 집계되지 않는 ‘위장 프리랜서’를 포함하면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하네요.
경제활동인구조사 기준으로 2023년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53.3%가 여성이고,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평균 연령은 52.0세로 사업장 규모별 분류(5~9인, 10~29인, 30~99인, 100~299인, 300인 이상) 중 가장 높습니다. 중년 여성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력의 핵심을 이룬다고 볼 수 있죠.
그렇다면 이들이 주로 일하는 직종은 어디일까요? 2019년 기준으로 보면, 5인 미만 사업장(1인 자영업자 제외)의 29.3%(63만814곳)가 ‘도·소매업’이고 26.8%(45만6128곳)는 ‘숙박·음식점업’이라고 합니다. 이른바 ‘소상공인’(5인 미만 사업체를 운영하는 자영업자)이 운영하는 도시형 서비스업의 비율이 아주 높은 건데요. 이들이 종사하는 일터의 규모가 단지 작다는 게 임금·노동시간 등 노동조건을 법적 최소기준 이하로 적용하는 구실로 이어지는 셈입니다.
실제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노동조건이 열악해도 문제제기가 어렵습니다. 작은 사업장 특성상 사업주의 입김이 직접적으로 미치는 분위기 탓이죠. 문제를 제기하고 불이익을 받느니 그냥 다른 일자리를 찾거나, 어쩌다 문제제기를 하면 바로 해고되기도 합니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부당해고로부터 법적 보호를 받을 수도 없습니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 상당수는 고강도 노동, 열악한 환경, 불안한 고용의 악순환을 좀체 벗기도 힘듭니다. 한곳에서 안정적으로 경력을 쌓을 수 없다 보니, 더 괜찮은 일자리로의 ‘상승 이직’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고용불안과 열악한 노동을 방지할 법·제도적 대책은 사실상 없는 상황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근로기준법은 기본적으로 5인 미만 사업장을 배제하고, 시행령을 통해 일부 조항(근로계약서 작성, 주휴수당, 퇴직급여 등)만 예외적으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주 최대 52시간’ 노동시간 제한, 연장·휴일·야간노동수당, 연차휴가, 공휴일 유급휴무, 부당해고 금지,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등 근로기준법의 주요 조항들은 5인 미만 사업장을 적용 제외하고 있죠.
그래서 5인 미만 사업장에도 노동관계법을 적용하고, 고용안정을 더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5월 1일은 세계노동절이었는데요. 노동절에 제대로 쉬지 못하고, 혹여 법정휴일인 이날 일하더라도 유급휴일수당도 받지 못하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의 현실이 하루빨리 개선되길 희망하며 관련 소식을 공유해 보았습니다.
<관련기사>
“밀려난다, 열악한 곳으로···떠나지 못한다, ‘5인 미만’의 굴레” (2024-05-02 경향신문)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4301542001
● 경기도, 플랫폼 노동자 대상 산재보험료 80% 지원 사업 개시
경기도가 플랫폼 노동자의 안전한 노동환경을 위해 추진하는 ‘2024 플랫폼노동자 산재보험 지원사업’ 1차 참가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입니다.
2021년 경기도에서 전국 최초로 시작한 이 사업은 배달노동자, 대리운전 노동자, 화물기사 등 플랫폼 노동자의 산재보험료 부담금 80%를 월 최대 1만 2040원 한도 내에서 1년(12개월)까지 지원하는 내용으로 진행한다고 합니다.
특히 이번 사업은 주로 하나의 사업에 대해서만 노무를 제공하여 보수를 받아야 한다는 산재보험법상 ‘전속성 요건’이 작년 7월 폐지되면서 플랫폼 노동자의 산재보험 가입 문턱이 낮아진 만큼 신청자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네요. 배달노동자나 대리운전 노동자는 대부분 다수의 업체로부터 휴대전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콜을 받는데, 이 전속성 요건 때문에 그동안 산재보험 적용을 받지 못했던 겁니다.
한편, 앞서 언급한 배달노동자, 대리운전 노동자, 화물기사는 모두 도로 위에서 일을 하는 대표적인 산재다발 업종입니다. 산재보험 전속성 요건 폐지 뒤 이들 업종에서 산재보험 가입자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재해 노동자의 신속하고 공정한 보상’이라는 산재보험제도 취지에 맞게 지원사업 대상과 규모 또한 더욱 두터워져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겠죠.
<관련기사>
“경기도, ‘플랫폼노동자 산재보험료 지원사업’ 1차 모집” (2024-05-05 경인미래신문)
http://www.kifuture.com/news/article.html?no=14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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