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담과 함께 격주로 살펴보는 공단뉴스 (2024.05.21 - 2024.06.03)
● 남성 정규직 평균 임금 100, 여성 비정규직 평균 임금 34.9
지난 5월 24일은 ‘여성 비정규직 임금차별 타파의 날’이었습니다. 남성 정규직 노동자의 월 평균 임금대비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의 월 평균임금을 비교하여 1년으로 계산한 날입니다. 이날부터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는 무급으로 일하는 셈입니다. 2023년 기준으로 남성 정규직 노동자의 월 평균 임금을 100으로 했을 때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은 34.9%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단지 성별이 다르고, 고용형태가 다르다는 이유로 이렇게 많은 차이가 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여성과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입니다. 고용형태를 제외하고 성별격차만 따져도 문제는 심각합니다. OECD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노동자 평균임금은 4만 8922달러로 OECD 38개 회원국중 19번째로 높다고 합니다. 그런데 남녀 임금의 격차는 같은 해 기준으로 31.2%로 OECD 회원국 중 1위입니다. 한국에서는 여성들이 주로 종사하는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저임금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한국사회에서 여성이 어떤 차별을 얼마나 많이 당하고 사는지를 열거하자면 이루 헤아릴 수 없을 것입니다. 위의 지표들은 그 차별이 현실에서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 수치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최저임금에서조차 여성이 주로 담당하는 돌봄노동에 대해서 차등적용을 하자며 나서고 있습니다. 한국의 저출생 문제는 이미 한국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까지 위협하는 지경입니다. 정부도 이를 모르지 않습니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윤석열 정부는 지난 2월 20일, 잼버리 파행의 책임을 지겠다며 사표를 제출한 김현숙 전 여가부장관의 퇴임 이후 100일이 넘도록 후임장관을 임명하지도 않고 있고 후보자 논의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성평등한 사회를 언제쯤이 되어야 기대해 볼 수 있을까요? 미봉책에 불과한 정책 대신, 재생산이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여성에 대한 차별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제도개선이 시급합니다.
<관련기사>
· “비정규직 여성 생활고…성별 임금격차 해소하라” (2024-05-21 대구신문)
https://www.idaegu.co.kr/news/articleView.html?idxno=461806
· 장관 사라진 여가부 여성정책도 사라졌다 [심층기획-여가부 장관 공백 사태 100일] (2024-05-29 세계일보)
https://www.segye.com/newsView/20240529516413?OutUrl=naver
· 20대 초반도 남녀 임금격차…여성 월 13만6천원 덜 받아 (2024-05-29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society/women/1142521.html
● 실업급여 축소가 아니라 고용안정이 해답입니다
지난 5월 21일, 고용노동부가 실업급여(구직급여) 반복수급자의 수급액을 최대 50%까지 삭감하는 내용이 담긴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노동부는 “우리나라는 높은 임시직 근로자 비중 및 짧은 근속기간 등으로 반복수급이 광범위하게 나타날 수 있는 구조이나, 일부 단기 취업 및 구직급여 수급 의존행태도 있다”며 “반복수급은 노사 간 왜곡된 계약 관행이 지속되게 하는 등 노동시장 구조 왜곡을 더욱 고착할 수 있고, 보험 가입자 간의 형평성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며 개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내용은 ‘반복수급자 수급액 감액’과 ‘대기기간 연장’입니다. 이직일 이전 5년 동안 2번 이상 실업급여를 받은 수급자는 수급횟수를 기준으로 최대 50% 범위에서 수급액을 감액하는 내용을 담았고 구체적인 감액범위는 시행령으로 정한다고 합니다. 또한 반복수급자의 실업급여 신청 후 지급까지 무급 대기기간을 현행 7일에서 최대 4주로 늘리는 조항도 새로 생겼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여름에도 ‘시럽급여’ 운운하면서 실업급여 부정수급이 많다며 하한액 폐지 등의 개편을 추진했다가 여론에 밀려 한 발 물러섰던 것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것입니다.
연구자와 교수 등 전문가들은 “반복수급이 근로자의 책임인지, 산업의 특성인지, 사업주의 책임인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고용안전망을 강화하고 확대하는 내용 없이 부정수급 삭감에만 집중하는 것은 이번 정부가 고용안전망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가장 큰 피해자는 ‘쪼개기 계약직’등 불안정노동자들입니다. 가뜩이나 불안정한 일자리에 고통받는 노동자들에게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적 노력을 해야 하는 정부가 나서서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넘기려고 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는 재정악화를 핑계대지만 그 재정이 악화된 원인은 불안정 비정규노동자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재벌과 기업, 부자들에게 대대적인 감세를 하는 정부의 정책방향입니다. 노동약자를 보호하겠다는 대통령에게 노동약자는 누구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관련기사>
· “실업급여 깎겠다” 尹 정부 입법예고하자… [아카이브] (2024-05-23 더스쿠프)
https://www.thescoop.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2015
● 외국인 투자자본, 먹튀는 이제 그만
일본계 외투자본인 닛토덴코의 일방적인 회사청산과 구조조정에 맞서 일년 넘게 구미에서 고용승계투쟁을 진행하던 한국옵티칼 하이테크 지회 조합원들이 지난 5월 20일부터 평택 한국니토옵티칼 공장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닛토덴코 그룹은 PDP와 LCD, 반도체 등 전자소재 분야에서 상품을 생산하는 자본으로 이 외에도 97개의 사업을 거느린 세계적으로 잘 나가는 기업입니다. 2003년 닛토덴코는 구미시로부터 3만평의 땅을 무상임대 받아 LCD 편광필름 생산업체인 한국옵티칼하이테크를 구미공단 4단지, 외국인투자지역에 설립했습니다. 편광필름은 노트북, 태블릿 PC, 스마트폰의 액정화면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 핵심소재로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LG디스플레이에 제품을 납품해왔습니다. 그러다가 LG디스플레이가 파주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회사매출이 급감했다는 2018년과 2019년, 두차례에 걸친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그 결과 7~800명에 가깝던 직원수는 56명으로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닛토덴코의 상하이법인이 코로나19로 가동을 중단하면서 중국 생산물량이 2022년 4월부터 구미로 넘어오게 됩니다. 그러자 사측은 희망퇴직으로 공장 밖으로 밀려났던 노동자들에게 재고용을 권유했고 정규직 인원 100명을 신규채용 했습니다. 반년 뒤인 2022년 10월 4일, 공장이 알 수 없는 화재로 전소되자 노동자들에게 ‘생산라인이 복구 될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 달라’던 회사는 한달만에 일방적인 회사청산을 결정하고 정리해고와 해산절차를 강행했습니다. 회사의 일방적인 정리해고를 받아 들일 수 없었던 노동조합의 17명의 조합원들은 일본원정투쟁, 옥상농성투쟁 등을 진행하며 1년 반 넘게 투쟁해왔습니다. 그러는 사이 구미시와 경찰, 법원은 한 통속으로 공장침탈,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 철거공사 방해금지 가처분 결정 등 전방위적인 방법으로 노동자들을 탄압했습니다.
한국옵티칼지회 노동자들은 마지막 방법이라며 평택으로 왔습니다. 평택에는 한국니토옵티칼이라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와 쌍둥이 회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닛토덴코 그룹의 자회사이고 한국옵티칼하이테크와 같은 편광필름을 생산하는 회사입니다. 구미의 한국옵티칼하이테크를 청산하면서 닛토덴코는 물량을 한국니토옵티칼로 이전했고 회사는 이후 30명의 정규직을 추가 채용했습니다. 900명이 넘게 일하고 있는 한국니토옵티칼은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11명의 한국옵티칼 노동자들을 충분히 쓸 수 있고, 고용승계의 의무도 있습니다.
지난 2022년, 안산에서도 비슷한 투쟁이 있었습니다. 일본 덴소 자본의 자회사였던 한국와이퍼가 일방적인 회사청산과 구조조정을 진행했고, 이에 맞서 노동자들이 1년여를 투쟁했었습니다. 외국 투자자본이 한국의 지자체에서 엄청난 특혜를 받고 공장을 설립해서 돌리다가 어느 순간 회사를 청산하고 철수하는 일은 흔한 일이 되었습니다. 그 회사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쓰다 버리는 신세가 되어 쫓겨나거나, 길에서 싸우거나 양자 택일의 길만 남습니다. 이런 외투자본의 행태에 대해 한국정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오히려 노동자들을 탄압합니다. 먹튀하는 외투자본을 강제하는 소위 ‘먹튀방지법’은 국회에서 계속 계류중입니다. 최소한의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인투자기업 먹튀방지를 위한 법과 제도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관련기사>
· "900명 넘는 평택공장 사업장에 11명의 고용승계를 해달라는 것 뿐" (2024-05-28 노동과세계)
https://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504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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