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담과 함께 격주로 살펴보는 공단뉴스 (2024.06.18. - 2024.07.01.)
● 가장 열악한 현장, 가장 극심한 착취의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쓰러지고 있다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 화성 리튬전지 공장 아리셀 화재참사는 제조업에 만연한 파견노동과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현실을 극명하게 드러냈습니다. 화재참사 당시 아리셀에서 근무한 전체 노동자 103명 중 53명은 파견업체 ‘메이셀’에서 공급받은 파견노동자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리셀은 메이셀과 사내하도급계약을 그것도 ‘구두’로 체결했다고 말하고, 메이셀은 “현장에 가본적도 없다”라며 인력공급만 했다고 주장합니다. 도급인지, 파견인지 회사의 말도 엇갈리는 불명확한 고용형태가 만연한 이 사회의 부조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입니다.
게다가 아리셀이 지난 3월 고용노동부에 신고한 상시근로자수가 48명이라고 합니다. 절반이 넘는 노동자를 직접고용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사실 이는 새삼스러운 일도 아닙니다. 많은 회사들이 기술직 등은 직접 고용하기도 하지만, 단순 생산직은 파견직 고용이 매우 흔합니다. 인사노무 관리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을 회피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필요할 때 쓰고, 일감이 없어 필요가 없어지면 바로 해고할 수 있으니 회사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안산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파견업체가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많은 이주노동자가 살고 있습니다. 이번 화재 참사 희생자 중 대부분은 안산지역에서 파견을 간 이주노동자라고 합니다. 사망자 중 18명은 외국인 동포(F-4), 결혼이주여성(F-6), 방문취업 비자(H-2) 등의 이주노동자였습니다. 이들은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은 채 일했고, 고용보험과 산재보험도 미가입 상태였으며, 안전교육 역시 제대로 받은 적이 없고, 대피 매뉴얼도 본 적이 없어 비상구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 채 일했다고 합니다. 가장 열악한 현장에서 가장 극심한 착취의 대상으로 일하던 이주노동자들이 위험으로부터 대피할 권리도 확보하지 못한 채 죽어가고 있는 셈입니다.
몇 해 전 월담노조에서는 공단 노동자를 대상으로 인권침해 심층 면접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중 한 노동자는 “하도 회사 이름이 자주 바뀌어서 내가 소속된 회사 이름도 모른 채 일하기도 했다”라고 했습니다. 산재책임이나 노동법 위반 등 법적 책임을 피하려고 업체 이름을 수시로 바꾸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많은 권리를 박탈당합니다. 4대 보험도 들어주기 싫어서 ‘연기신청서’에 서명할 것을 유도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안산을 ‘파견 천국, 노동 지옥’이라고 말합니다. 수년이 지났지만, 파견 노동의 실태는 전혀 변하지 않았습니다. 파견업체 메이셀도 얼마 전까지 ‘한신다이아’라는 상호를 썼고, 또 다른 파견업체 ‘태산인력’도 한신다이아와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태산인력은 최근 폐업을 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업체끼리 얽히고설킨 관계, 수시 폐업과 개업, 상호명과 대표 바꾸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노동자의 권리는 공중분해 됩니다.
현재 노동, 법률, 이주, 인권, 종교, 시민사회 단체를 중심으로 ‘아리셀 중대 재해 참사 대책위원회’가 발 빠르게 구성되었습니다. 아리셀 대책위는 정부에 ‘철저한 진상규명’과 관련해 유족이 추천하는 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 합동 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진행 상황을 유족과 대책위에 정기적으로 보고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사고의 진상을 명백히 규명하고 책임 있는 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만이 참사가 반복되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키지만, 정부의 방조와 묵인 속에 여전히 변하지 않는 파견 노동의 문제를 이번에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합법이든 불법이든, 사람장사 파견사업은 멈춰야 합니다.
<관련기사>
-짙어지는 불법파견 정황, 참사 주범 지목되나 (매일노동뉴스 2024-07-02)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2248
● 한국와이퍼 해고자 지원 첫발 ‘뚜벅이재단’ 출범
지난 6월 28일, 재단법인 ‘뚜벅이’ 개소식이 열렸습니다. 재단법인 뚜벅이는 한국와이퍼 고용안정기금으로 설립된 공익재단입니다. 일본계 기업 한국와이퍼의 일방적 공장 청산에 맞서 오랜 투쟁을 전개했던 금속노조 한국와이퍼분회는 지난해 8월 사회적 고용기금 마련에 합의하며 투쟁을 마무리했었습니다. 외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묻고, 지역사회 연대 기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투쟁의 결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뚜벅이 재단은 앞으로 당사자인 한국와이퍼 해고노동자의 취업 및 생활 지원 사업뿐만 아니라 안산지역 내 고용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사업도 추진한다고 합니다. 한국와이퍼 해고노동자들은 평균 52세 여성으로 재취업을 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실상 해고노동자를 지원하는 것과 지역 취약노동자들을 지원하는 것은 맞닿아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재단 활동을 통해 한국와이퍼 노동자들이 안정된 현장을 찾고, 그리고 지역의 취약노동자들이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뚜벅이’라는 명칭은 ‘힘들고 막막해 보여도 반드시 길을 만들어 가자’라는 의미로 지었다고 합니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쉽지는 않겠지만, 지역사회 해고노동자와 취약노동자들에게 의미 있는 발걸음으로 다가가길 바랍니다.
<관련기사>
- 한국와이퍼 해고자 지원 첫발 ‘뚜벅이재단’ 출범 (2024.06.30. 매일노동뉴스)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2300
● 안산지역 기업 평균 3.6일간 하계 휴무, 100명 중 5명은 별도의 여름휴가 없어
안산상공회의소가 최근 안산지역 소재 169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하계 휴무 계획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 평균 3.6일의 여름휴가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응답 기업 중 4.7%는 노동자들에게 여름휴가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그 이유로는 ‘연중 개별 연차 사용’, ‘휴무 규정 없음’, ‘인력 부족’ 등의 사유였습니다. 높은 비율은 아니지만, 노동자 중 100명 중 5명은 별도의 여름휴가 없이 무더위를 회사에서 보내야 하는 셈입니다.
여름 특별상여금을 지급한다는 비율은 16.6%였고, 상여금 및 선물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답한 기업은 40.8%로 조사되었습니다. 지급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 기업 59.2%는 ‘지급 규정 없음’(52.5%), ‘연봉제’(28.7%), ‘경영 악화’(15.8%)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고 합니다.
지난해 직장갑질119 조사에서는 직장인 5명 중 1명은 휴가를 포기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었습니다. 그 이유가 ‘경제적 여유 부족’이었는데, 비정규직이거나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이거나, 임금 수준이 낮은 노동자일수록 그 비율은 높았습니다. 이번 조사기업 중 규모가 작은 기업의 경우에서 상여금 지급 비율도 낮은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근로기준법은 여름휴가 규정이 따로 없습니다. 그래서 회사 재량에 따라 부여되기 때문에 사업장이 작을수록 여름휴가도, 휴가비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열악한 현실입니다. 올여름은 여느 해보다 덥다고 합니다. 휴가도 없이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쾌적한 휴게실부터 제대로 보장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관련기사>
- 안산지역 기업 95.3% 평균 3.6일간 하계 휴무 (인천일보 2024.06.25.)
https://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254789
● 산업집적법 시행령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
지난 6월 25일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이하 산업집적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합니다. 이번 개정은 지난해 8월 발표된 정부의 ‘산업단지 입지 킬러규제 혁파방안’의 이행을 위한 ‘산업집적법’ 개정안 시행에 따른 후속 조치로, 7월 10일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산업집적법’은 산단 내 경직적인 입주업종 제한 유연화와 산업단지 재개발 절차 간소화 등 민간투자 여건 개선, 지방정부 주도의 산업단지 구조고도화계획 수립 등을 핵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산업단지 입주기업의 자금조달 수단을 다양화해 안정적인 기업 활동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고, 입주기업이 합작법인에 산업용지 등을 현물 출자하는 경우 ‘산업용지 분양 후 처분제한 5년’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 예외를 신설하였으며, 산업시설구역에도 법무, 회계, 세무 서비스업 등이 입주할 수 있도록 허용하여 입주대상 업종을 확대했습니다. 그러면서 산업부는 이번 산업단지 입지규제 개혁을 통해 여타 산업단지 내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는 불합리한 규제와 기업애로를 적극적으로 찾아내어 개선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산업단지의 업종 제한은 제조업의 발전과 지원을 위한 것입니다. 그간 이를 완화해 오면서 산업단지의 본질을 희석시키고 임대업을 활성화하는 등의 우려가 있었습니다. 또한 무분별한 입주가 허용될 경우 상당 부분 쇠약해져 있는 지역 제조업 등이 더욱 침하 될 수도 있다는 염려도 있습니다. 산업단지는 세제 감면 혜택 등을 제조업을 중심으로 제공해왔지만, 입주 제한 완화로 이 같은 혜택이 산발적으로 이뤄지면서 오히려 중소 제조업의 지역 이동을 부추길 수도 있다는 겁니다. 무분별한 규제 완화보다 애초 입주를 제한했던 이유를 세세히 검토하고, 이를 보완할 대책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관련기사>
- 산업집적법 시행령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산업단지 입지 규제 혁파
https://www.consumertimes.kr/5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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