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담벼락에 누가 써 놓은 이야기]
기온이 뚝 떨어져 코끝이 서늘하다.
겨울이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하면서 이 거리가 더 썰렁해지겠구나 생각한다.
곳곳에서 큼직한 건물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주변에는 분양 정보와 함께 입주 환영 현수막들이 나부낀다.
업체 수가 늘어나면 일하는 사람들도 많아질텐데 공단은 늘 조용하기만 하다.
거리에서 사람을 보기가 어렵다.
공단 리모델링이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이것저것 만들고 첨단화한다는데 갈수록 ‘사람 냄새’는 맡기 힘들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공단의 겨울은 더 춥게 느껴진다.
[담쟁이 편지]
고용을 파괴하고, 산업을 파괴하는 뿌리산업 파견 허용, 반드시 막아내야 합니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장 구조개악’에는 파견을 확대해서 제조업 뿌리산업에 파견을 허용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뿌리산업이란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 등 제조업의 전반에 걸쳐 활용되는 공정기술로 제조업의 근간에 해당되는 것입니다. 여기에 파견이 허용된다는 것은 엄청나게 많은 노동자들을 순식간에 파견노동자로 만들어 버리는 것인데, 규모로 보면 어마어마합니다. 반월시화공단에 입주해 있는 업체들 가운데 70% 정도가 부품 ‧ 소재산업 관련 기업입니다. 즉, 뿌리산업에 파견이 허용되면 반월시화공단 70% 정도의 업체에서는 노동자들을 파견으로 고용할 수 있게 되고 그만큼 많은 수의 노동자들이 파견 노동자로 전락할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정부는 뿌리산업이 인력난에 처해 있다고 걱정을 합니다. 그것은 사실입니다. 뿌리산업 업체들은 대다수가 10인 이하의 작은 사업장들이고, 일은 힘든데 업체들은 소규모라 기업의 재정적 기반이 허약해 충분한 노동조건을 보장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인력난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파견을 허용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가뜩이나 노동조건이 낮아서 노동자들이 피하는데, 더 건강한 일자리로 만들어야지 파견을 늘린다고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또 이런 작은 기업들이 좋은 조건을 보장할 수 없는 것은 바로 대자본이 하청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자본이 장악하고 있는 다단계 하청 구조에 대해 현대, 기아, 삼성, LG 등 대자본에게 책임을 지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습니다.
정부에서는 뿌리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몇 년 전부터 특화단지 지정도 하고, 지원제도들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경기도에서도 지난해부터 반월시화공단을 뿌리산업 특화단지로 정해서 지원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작 기업의 활동 환경을 개선하거나 노동자의 노동환경을 개선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놓고 이제는 파견을 확대하겠다고 합니다. 산업 특화 단지가 아니라 파견을 마음대로 써도 되는 파견특화단지가 되게 생겼습니다. 뿌리산업에 파견이 만연하게 되면 일시적으로 노동자들이 취업한다 하더라도 노동자들은 당연히 더 좋은 일자리를 찾아 옮기고자 할 것이고, 결국 뿌리산업 자체를 지금보다 더 심각한 수준으로 파괴하게 될 것입니다.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악은 이처럼 노동자들의 고용을 파괴하고, 산업까지도 파괴합니다. 이에 대해 노동자들이 직접 나서서 반대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뿌리산업에 허용하겠다는 것도 영세한 기업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도 없고 사회적으로 발언도 하지 않으니 인력난을 핑계 삼아 파견을 허용하려 하는 것입니다. 우리도 발언을 해야 합니다. 노동자들이 더 많이 뭉쳐서 목소리를 내야 이런 제도 개악을 막아낼 수 있습니다.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모으기 위한 국민투표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투표함을 직접 신청하거나 가까운 투표소에서 참여할 수 있고, 온라인 투표도 가능합니다. 온라인 투표소에 들어가시면 전국적으로 국민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현황도 함께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더 참지 맙시다. 우리의 권리를 위해, 힘차게 소리를 냅시다.
=> 온라인 투표 http://cpmadang.org/?q=story/44671 (인터넷에서 ‘을들의 국민투표 온라인 투표소’를 찾으세요)
[빨간펜 노무사]
사업주가 노동자들의 4대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아요. 어떻게 해야하죠?
Q : 사업주가 임금에서 매달 4대보험을 공제해 갔는데, 고용보험을 확인해 보니 납부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놀라서 건강보험도 확인해 보니 오랫동안 납부를 안하고 있다고 하네요. 사업주가 계속 4대 보험료를 납부를 안하면 노동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 4대 보험(산재보험은 전적으로 사업주가 납부의무가 있으므로, 실제로 노동자가 납부하는 것은 고용보험, 건강보험, 국민연금입니다.)은 가입, 상실, 보험료 납부에 대하여 전적으로 사업주에게 모든 책임이 있습니다. 때문에 사업주가 4대 보험료를 임금에서 공제해 갔던지, 안 해 갔던지 4대 보험공단에서는 노동자에게 직접 4대 보험료를 청구하지 않고 사업주로부터만 4대 보험료를 징수해갑니다. 동일한 이유로 사업주가 노동자의 임금으로부터 4대 보험료를 공제해 가고도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을 경우에도 노동자가 직접 4대 보험공단에 연락하여, 4대 보험료를 납부할 방법이 없습니다.
특히 반월시화 공단의 경우 사업주가 4대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묻는 상담이 매우 자주 있기 때문에, 사업주가 자신의 4대 보험료가 제대로 납부하고 있는지 노동자들이 항상 확인을 해봐야만 합니다.
자신의 4대 보험료가 납부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방법은 1. 각 공단에 직접 전화를 걸어 본인여부를 확인 후 4대 보험료 납부 현황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으며(본인확인을 통해 본인의 것만 확인이 가능합니다.), 2.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홈페이지에 회원가입 후 공인인증서로 로그인을 하여 확인해 볼 수도 있습니다(공인인증서는 거래은행에서 무료로 발급받을 수 있으니, 아직 공인인증서가 없다면 은행을 방문하여 공인인증서를 발급받기 바랍니다.).
건강보험 : 전화 1577-1000 홈페이지 http://www.nhis.or.kr 로 접속하여 개인 -> 보험료조회/납부로 들어가서 공인인증서 로그인 후 확인
고용보험 : 전화 (국번없이) 1350 홈페이지 www.ei.go.kr 로 접속하여 개인회원 서비스 -> 조회서비스로 들어가서 고용보험 가입여부 조회에서 확인
국민연금 : 전화 (국번없이) 1355 홈페이지 www.nps.or.kr 로 접속하여 개인민원(조회/증명) -> 개인서비스:가입내역 조회에서 확인
확인결과 자신의 4대 보험료가 제대로 납부되지 않거나 연체되고 있다면, 건강보험공단에 전화하여 사업주가 4대 보험료를 임금에서 공제하고도 연체를 하고 있다고 말하고, 사업주에게 납부를 ‘독촉’하여 주실 것과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국세체납의 예에 따라 징수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또한 사업주가 노동자의 임금에서 4대 보험료를 공제하고도 4대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지 않다면 이는 형사적으로는 업무상횡령죄에 해당하는 행위입니다. 따라서 노동자들이 사업주를 업무상 횡령으로 경찰서에 고소할 수 있습니다. 만약 끝까지 사업주가 4대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는다면 부득이 최후의 방법으로 형사상 고소를 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고 할 것입니다.
[공단뉴스]
단원고 유가족 등, 단원고 교실 문제 해결 요구
지난 10월 20일 단원고 유가족을 비롯한 416연대는 경기도 교육감이 단원고 교실 문제에 대한 성의 있는 해결을 하라고 요구하였다. 단원고 측은 세월호 희생 학생들을 기리기 위해 남겨둔 교실을 곧 신입생을 위해 쓰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단원고 희생 학생 유가족 등은 애도와 추모를 위해 해당 공간을 계속 둘 것을 요구하였고, 슬픔과 아픔의 장소인 자리에서 참사의 의미와 바뀌어야할 사회의 정신을 교육할 수 있길 요구하였다. 국가가 그 역할을 방치함으로써 수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큰 상처를 입은 세월호의 아픔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진상규명도, 진정한 애도와 기억의 공간도 없는 상황에서 단원고 교실마저 사라진다면 우리는 세월호를 통해 무엇도 바뀌지 않는 현실과 맞닥뜨리는 것은 아닐지...
화섬노조악조노벨지회, 고용노동부 안산지청 규탄
악조노벨노동조합원 일동은 10월 19일 오후 2시부터 안산시 단원구 소재 고용노동부 안산지청에서 사측의 노동조합 파괴 행동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조합원들은 고용노동부 안산지청이 사측 입장에 서서 노동자의 권리를 외면한 채 고용노동부의 역할과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악조노벨지회 조합원들은 고용노동부안산지청의 무책임한 태도와 사용자측 봐 주기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며, 사측의 노동탄압을 철저히 감시하고 처벌하여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가입하여, 권리를 보장 받을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해 줄 것을 요구하였다. 네덜란드 자본인 악조노벨이 자기 나라에서는 못할 일을 한국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이처럼 무책임한 정부와 제도의 탓은 아닐지.
[월담의 시선]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는 과거를 왜곡하고 현재의 우리 삶을 왜곡할 수 있습니다.
요즘 길을 가다 자주 눈에 띄는 현수막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입니다. 야당이나 시민단체들은 국정화는 친일독재를 미화하게 된다고 하고, 정부와 여당은 국정화는 좌편향적 교과서를 바로 잡는 일이라고 합니다. 무엇이 사실인지, 우리네 삶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의문부호만 둥둥 떠다닙니다.
‘국정’이란 교과서를 채택하는 방법 중의 하나입니다. 교과서는 교육부가 편찬하는 ‘국정’교과서, 국가의 검정을 받아 민간에서 편찬하는 ‘검정’교과서, 관련 부처 장관의 인정을 받아 민간에서 편찬하는 ‘인정’교과서가 있습니다. 1972년 유신헌법을 만들어 장기독재를 꿈꾸던 박정희정권은 1973년 갑자기 검인정 중고등학교 국사 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바꾸겠다고 발표하고 8개월 만인 1974년부터 국정교과서로 바꿨습니다. 그러다 민주화가 되면서 서서히 검․인정교과서로 바뀌어 현재는 검인정 교과서입니다.
그렇다고 과거 독재정권이 국정을 좋아했으니 문제라는 뜻이 아닙니다. 정부의 국정화 의도가 과거사에 대한 정부의 일방적 평가만을 담아서 사실이 왜곡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역사교육은 비판적 사고, 분석적 학습과 토론을 통해 역사적 사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서 국제인권기구는 애국주의를 강조하고 국가적 정체성을 강화하거나 특정 종교나 공식적 이념을 젊은이들에게 불어넣기 위해 역사교육이 복무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현재 여러 출판사에서 여러 학자들이 참여해서 만들고 있는 한국사교과서가 ‘자학사관’이라고 정부는 평가합니다. 과거 식민지 시대의 친일파의 행적, 독재정권의 통치를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을 두고, 정부는 스스로 학대하는 역사관-자학(自虐)이라고 합니다. 친일파를 친일파라 말하고 독재정권을 독재정권이라 평가하는 것이 어떻게 자학이고 좌파적인 게 될 수 있나요? 역사를 통해 배운다는 것은 과거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 반성하는 성찰적 태도를 통해 가능합니다.
과거 식민지 시대 일본의 횡포로 힘들게 살아간 서민들과 식민지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한 독립운동가들을 고문하고 죽인 일들을 떠올린다면 친일 행적이 사람들의 삶을 짓밟은 것은 기록되어야 마땅합니다. 또한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군사 독재정권이 민중들의 삶을 억압하고 가두었던 어둠의 역사도 제대로 평가돼야 합니다. 독재시기가 경제성장 시기와 비슷하다고 독재정치가 미화돼서는 안 됩니다. 경제발전의 이면에는 노동자들의 몫(임금)을 줄이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짓밟고 고문하고 가두었던 독재정치가 있기 때문이 아닙니까.
나아가 지금 겪고 있는 저임금의 비정규직 노동자나 영세사업장의 열악한 노동자의 삶이 후세에 기업주의 눈에서만 평가되는 최악의 사태도 나올 수 있습니다. 교육부가 사회교과서에 재벌의 일생을 넣겠다는 방침이니, 몇 십 년 후에는 ‘노동자들이 무능했지만 재벌을 비롯한 기업주들의 노력으로 경제가 발전했다’고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국정화는 현재의 문제이자 미래의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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