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담벼락에 누가 써 놓은 이야기]
우리 공장만하더라도 연초부터 3월까지 ‘알려진’ 안전사고가 4건 있었다. 모두 손 또는 손가락에 한정되지만 골절 내지 피부봉합이 필요한 부상을 입었다. 조회시간마다 관리자들은 개인의 부주의 탓이라고 열을 올려 말했다. 그러나 얼마 후 심지어 안전교육을 담당하던 차장마저 손바닥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작업방법에 대한 교육 중 설비오작동이 일어난 탓이다. 모두 치료비만 받고 며칠 쉬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사고를 일으킨 설비는 그 모습 그대로 누군가의 손에 의해 돌아간다. 오늘도 여전히 무재해 상황판은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칼은 날카롭기 때문에 베이면 상처를 입는다. 공장의 기계는 강한 압력을 다루는 경우가 많아 끼이면 다친다. 즉, 위험한 도구를 다루기 때문에 사람이 부상을 입을 확률도 항상 함께 존재한다. 그런데 위험하지 않게 설비를 개량하는 건 많은 돈이 드니까 하지 않는다. 사고로 다친 노동자를 산재로 신고하는 건 공장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되므로 역시 하지 않는다. 모든 건 사고를 당한 노동자가 부주의한 탓이며, 그래도 불쌍하니 치료비는 주겠다고 선심 쓰듯 제안한다. 그게 더 싸게 먹히니까. 값싸게 부려먹을 수 있는 노동자가 다치는 것보다 기계가 망가지는 게 더 큰 문제다. 어처구니 없지만 결론은 이렇다. 낮은 임금은 노동자를 다쳐도 괜찮은 존재로 만든다. 최저임금이 올라야하는 또 다른 이유다.
[담쟁이 편지] 세월호 참사 1주기,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함께 할 일들
“유가족이 되고 싶습니다.”
이런 처참한 소망이 어디 있을까요? 그러나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실종자 가족들에겐 절실합니다. 304명의 희생자 중 아직도 9명을 찾지 못했습니다. 가족들은 아픈 몸을 이끌고 세월호 인양 촉구 서명을 받으러 다닙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5월 19일 말한 대로 최후의 한명까지 수습하도록 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정부는 세월호 인양을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세월호가 인양되면 실종자들을 수습할 수 있고 침몰의 원인도 더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갑자기 사라진 사랑하는 이들 때문에 고통 받는 가족들에게 국가가 최소한 해야 하는 것은 진실규명이 아닌가요? 왜 세월호가 침몰했는지, 왜 정부는 구조하지 않았는지, 원래 구조 지침에서는 승객을 먼저 구해야 하는데 왜 선장과 몇몇 선원들만 구조했는지, 왜 세월호는 국정원에게 세세한 지시를 받았는지가 해명될 때 가족들도, 죽은 이들도 평안을 얻을 수 있습니다. 나아가 이러한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울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사회가 운영된다면 누구나 세월호 참사처럼 제2, 제3의 희생자가 나올 것입니다. 이미 밝혀진 것처럼 세월호는 과적을 했고 배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평형수의 양을 속였습니다. 관리감독은 정부가 아닌 해운조합으로 이미 민영화되었고 그들은 안전운항관리와 화물 과적 등을 제대로 검사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한국선급도 선박 검사를 해야 하는 데 하지 않았습니다. 민영화로 기업이 배부를 동안 시민의 안전은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누구나 생명에 대한 권리가 있지 않나요? 돈보다 생명이 우선이며, 위험에 처한 사람은 누구든 구조될 권리가 있습니다.
또한 책임자가 처벌될 때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회는 작년 11월 '4.16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했습니다. 특별법에 따라 만들어진 진상조사위원회가 온갖 방해로 아직도 제대로 활동하고 있지 못합니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예산과 인력을 줄였습니다.
진실을 밝히고 안전사회를 위해
구미불산누출 사고, 고양고속터미널 화재사고, 장성요양병원 화재사고 등 계속된 사고들은 우리 사회가 여전히 생명과 안전보다는 기업의 이윤을 중시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안전사회를 위해서는 대형 참사가 발생한 기업의 책임을 묻는 법제도가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경영주는 노동자나 시민들이 위험해도 돈을 조금 벌겠다고 안전장치를 풀고 결함 있는 기계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내부 고발을 하더라도 어떤 불이익도 받지 않도록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세월호에 탑승한 노동자들이 과적을 하거나 평형수를 덜 채운 것을 보고 신고할 수 있고, 운항을 거부할 수 있었다면 대형 참사는 막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렇듯 노동자의 권리와 시민의 안전은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세월호 이전과 달라진 사회를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참사를 잊지 않고 진실을 밝히는 것, 안전사회를 위한 기업처벌과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 제도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빨간펜 노무사] 나도 모르는 업체 변경, 이래도 되나요?
Q : 용역업체를 통해 파견돼서 1년 남짓 일했습니다. 2월 말에 퇴직을 했는데, 회사에서 퇴직금이 없다고 하는 겁니다. 그 사이 사장이 바뀌었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저는 업체가 바뀐 지도 몰랐는데요, 이런 경우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A : 반월시화공단에는 용역이나 파견업체를 통해 일터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흔히 사내하청 또는 사내하도급 이라고 하는 것인데, 도급의 형태라고 하더라도 원청의 작업지시가 포괄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대부분 파견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제조업은 파견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불법파견’이 되는 것이지요.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는 사내하도급은 업체 사장이 시설이나 생산기계 등 하나도 가진 것 없이 원청 사업주의 것을 빌려 쓰거나 무상으로 사용하면서 노동자만 투입해서 일을 시키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이런 형태는 불법파견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대법원에서도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해서 불법파견이고 원청이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본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업체들이 불법을 피해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파견법에서 허용되는 ‘일시적 파견’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일시적 파견은 갑자기 인력이 많이 필요해지거나 원래 일하던 노동자가 산재나 휴가 등으로 쉬어서 대체인력이 필요할 때 잠깐씩 활용할 수 있는 형태인데요, 3개월까지만 가능하고, 한 번 연장해서 최장 6개월까지 가능합니다. 그러니 공단지역의 무수한 업체들이 3개월 혹은 6개월 단위로 형태를 바꿉니다.
형태를 바꾸는 꼼수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업체 이름만 바꿔서 새로 신고하거나, 업체 바지사장만 바꾸거나, 한 원청회사에 들어가 있는 여러 업체끼리 서로 노동자를 맞바꾸거나 하는 방식입니다. 말만 들어도 꼼수라는 사실을 알 수 있겠지요? 노동자들은 계속 한 곳에서 일하는데, 형식적으로는 계약이 계속 바뀌는 겁니다. 계약이 계속 바뀌니까 퇴직금이나 휴가에 대한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못해 노동자들이 피해를 보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심지어 이런 일들이 노동자도 모르는 새 벌어지곤 합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살펴봅시다. 먼저 사장은 개별 노동자의 근로계약에 ‘사용자의 변경’이라는 큰 변동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노동자에게 전혀 알리지 않았고, 계약서도 쓰지 않았으니 관련한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입니다. 또 만약 30명 이상이 일하는 사업장이라면 노사협의회를 운영해야 하고, 노사협의회에서 회사를 다른 사장에게 넘겨줄 때 노동자들에게 알렸어야 합니다. 이 역시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입니다.
그리고 노동자는 계속 꾸준히 일해 왔고 다른 변화가 없었으므로, 이전 업체와 현재 업체는 사장만 바뀌었을 뿐 사실상 동일한 업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노동자들의 고용도 이전 업체에서 새 업체로 고스란히 승계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근속도 당연히 이어지는 것이니 퇴직금에 대한 권리 역시 살아있는 것이지요. 법적인 판단은 더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야 하겠지만, 우선 퇴직금 미지불에 대해 체불임금으로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하여 권리를 주장해야 합니다. 그리고 근로계약서 작성을 하지 않은 것도 고용노동부에 고발을 해서 사장에게 법을 지키도록 압박을 가할 수 있습니다.
근본적으로는 당연히 불법파견이고, 이에 대해 싸워서 안정된 일자리로 만들어야 하지만 공단 전체가 이렇게 돌아간다면 제대로 큰 싸움을 하지 않는 한 현실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우리의 힘을 더 많이 모아야 하겠습니다.
[공단뉴스]
반월공단에서 또 큰불이 나….
2월 15일에 이어 3월 6일에도 반월공단에서 화재가 일어났습니다. 플라스틱 사출 공장에서 난 불은 2시간 만에 진화되었고, 연기를 들이마신 공장 관계자 3명이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화재의 경우도 신나와 같은 인화성 물질 때문에 삽시간에 불이 번졌다고 하네요. 이렇게 인명 피해가 적은 걸 안심할 수만은 없는 공단 노동 환경 실태, 우리의 안전을 위해서도 더 이상 묵과할 수는 없겠죠?
반월시화공단 불법 파견 심각
3월 12일 안산비정규직센터에 따르면 공단 내 파견노동자의 97%는 일시·간헐적 사유로 일하는 것으로 조사 되었는데요. 전국 파견노동자의 19%가 반월시화공단에서 일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일시·간헐적 파견노동자는 2만 여명으로 전국 일시·간헐적 파견노동자(3만 3275명)의 66.8%를 차지하는데 이들의 평균임금은 133만 6000원에 불과합니다. 공단 관계자들은 젊은 사람들이 쉽게 이직하는 탓을 하지만 실제로는 파견이 아니면 공단에 취직하기 어려운 환경이 문제가 아닐까요? 예외 조항이 오히려 파견을 늘리는 구실이 되는 조건은 분명히 바뀌어야 합니다.
일진 전기, 순이익 크게 늘었으나 복직은 안 시켜
최근 구조조정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일진전기가 지난해 166억 원의 당기순이익(2013년 49억 원)을 냈습니다. 그런데도 경쟁력을 이유로 1월 노동자 30명을 희망 퇴직시키고, 6명을 정리해고 했죠. 결국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9일 해고 회피 노력이 부족했고, 해고자 선정도 불공정했다는 이유로 이들의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결했답니다. 이제라도 제발 정신 차리길 바랍니다. 일진전기!
[월담의 시선] 민주노총 파업은 공단노동자들을 위한 파업이다
정부는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하는 법을 만들겠다고 한다. 계약직과 파견직을 늘리고, 취업규칙도 회사가 일방적으로 바꾸고, 고령자 임금을 깎는 정책이다. 노동자들을 물건 취급해서 ‘노동시장’리는 말을 쓰는 것도 기분 나쁘지만 노동자들을 더 괴롭히면서 이것이 ‘구조개선’이라고 말하는 것도 기분 나쁘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선은 재벌을 위해 노동자들을 죽이는 정책이라고 말한다. 노동자들을 살리려면 최저임금을 적어도 1만원으로 올려야 하고 정규직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노동시장 구조개선이라는 이름으로 법을 만들려고 하는 것을 막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파업을 선언했다. 파업은 4월 24일에 시작된다.
민주노총이 파업을 하면 언론은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든다.’면서 비판을 할 것이다. 물론 경제는 매우 어렵다. 임금은 6년째 안 올랐는데 담뱃값만 올랐다. 그런데 노동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동안 10대 재벌들은 무려 500조원을 곳간에 쌓아두고 있다. 이 사내유보금은 노동자들이 피 땀 흘린 돈이고 정부가 세금 깎아주어서 쌓인 돈이다. 그런데 또 재벌을 위해 노동자 죽이는 법안을 만든다니 파업을 안 하는 게 이상한 것이다.
그런데 민주노총만의 힘으로는 정부 정책기조를 바꿀 수 없다. 민주노총의 파업은 공단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한 파업이기도 하다. 그러니 파업에 대해 욕하지 말고, 함께 해보자. 그것을 위해서 ‘장그래살리기 운동본부’가 만들어졌다. (장그래는 드라마에서 비정규직으로 나온 인물이다.) 장그래살리기 운동본부는 5월부터 정부입법안에 대한 국민투표로 노동자들의 의견을 물을 것이다. 6월에는 ‘장그래대행진’이라는 전국행진을 시작할 것이다. 공단노동자들도 이제 목소리를 내자. 노동자 살리는 정책을 함께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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