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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담활동/월담자료실

[의견서] 근로시간 개편 관련 「근로기준법」 일부개정(안)에 대한 월담노조 의견서

고용노동부는 202336근로기준법일부개정() 입법예고(공고 제 2023143)를 통해 시대 변화에 맞춰 노사의 자율적인 선택권을 확대하고 건강권·휴식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근로시간 제도를 개편하려는 것이라고 개정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개정안은 오히려 노동자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보장하지 못하며, 특히 비정규직과 작은 사업장 노동자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자율적인 선택권이라는 말로 장시간 노동을 부추기는 내용입니다. 이에 반월시화공단노동조합 월담은 정부의 근로기준법일부개정()에 대해 반대 의견서를 보냅니다.

 

1. 장시간노동은 이미 차고 넘칩니다.

정부의 개정안대로라면 연장노동 관리단위가 분기 단위일 경우 5주 연속 주 64시간 노동이 가능해 지고, ‘반기 단위10, ‘연 단위18주까지 연속 주 64시간이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입니다. 정부는 이런 주장이 극단적인 가정이라고 치부하고 있지만, 이는 현재의 위법천지 노동현장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한 일입니다. 작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도 지켜지지 않는 현장에서 하루 12~14시간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이미 과로 사회입니다. OECD 평균보다 한 해 약 39일 더 일합니다. 정부는 이번 개편안을 설명하면서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말을 자주 썼습니다.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의 연 평균 노동시간은 1300~1400시간이지만, 2021년 한국의 연 평균 노동 시간은 1928시간이나 일합니다. 한국의 노동시간도 정부가 말하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필요합니다.

 

2. 노동자의 건강을 더욱 더 위험에 빠지게 합니다.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의 건강권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칩니다. 2021년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노동기구(ILO)가 협력해 내놓은 장기간 노동에 따른 전 세계 인구의 인명 피해 연구결과를 보면, 55시간 이상 일한 노동자들이 3540시간 일한 노동자보다 심장질환 및 뇌졸중으로 사망할 위험이 각각 17%, 35% 높았습니다. 근로복지공단 ‘2019~2022년 주당 노동시간별 뇌심혈관계질환 사망 산재 현황 자료에서도 발병 전 12주간 1주 평균 52시간 이상 일한 노동자의 과로사 산재 인정률(73.3%)이 주 48시간 이상 일한 노동자의 과로사 산재 인정률(38%)보다 2배 가까이 높았습니다. 과로사 산재 통계만 보더라도 노동시간이 노동자의 건강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명백합니다.

 

3. 자율과 선택? 작은 사업장 노동자에겐 빛 좋은 개살구입니다.

개정안은 근로자가 근로일, 출퇴근 시간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자율적인 결정권과 선택권을 확대하겠다고 합니다. 또한 근로자대표제도를 전반적으로 정비해 노·사간 협의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러한 자율적인 결정선택’, ‘협의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이 보장되려면 노사 간 힘이 대등해야 하는데, 노동조합조차 만들기 어려운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은 근로자대표를 민주적으로 선출한다고 해도 동등한 노사협의는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결국, 근로일과 출퇴근 시간 등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사용자에게 있을 뿐입니다.

 

4. 법정휴가도 못 쓰는데,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는 연장근로수당마저 안주겠다는 뜻입니다.

근로기준법상 보장된 연차휴가도 못 쓰는 작은 사업장 노동자에게 연장근로를 하면 나중에 긴 휴가를 보장한다는 것도 그림의 떡입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 설문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10명 중 3(32.8%)만이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쓴다고 응답했습니다.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없는 이유에는 휴가를 사용하기 어려운 직장 내 분위기 등 조직문화가 큰 비중을 차지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작은 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 많이 했으니 장기 휴가를 쓰겠다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노동자들은 결코 많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는 연장근로를 하고도 연장근로수당을 못 받게 됩니다.

 

노동시간 개악, 보완이 아니라 폐기가 답입니다. 한국의 법정노동시간은 주 40시간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특별연장근로 등으로 그 기준을 무너뜨려왔기 때문에 한국은 장시간 노동이 만연한 상태입니다. 그 결과는 노동자들의 건강을 훼손하고, 인간다운 삶의 질을 무너뜨려 왔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노동시간 유연화가 아니라 노동시간의 단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