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담]과 함께 격주로 살펴보는 공단뉴스_3/15~3/29
□ 안전관리 의무 위반으로 사망사고 발생시 최고 형량 확대
3월 29일 대법원 양형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렸습니다. 이 회의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가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해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대한 최대 권고 형량을 징역 10년 6개월로 대폭 상향조정했습니다. 기본적으로 1년에서 2년 6개월의 징역형을, 그리고 유사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거나 피해자가 다수 발생한 사건인 경우 등에 대해서 더욱 가중처벌을 하도록 했고, 5년 내 재범인 경우에는 최대 권고형량이 10년 6개월까지 늘어나게 됩니다. 특히 근로계약상의 사업주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도급을 주어 일을 시키는 경우 원청의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 현장실습생에 대한 부분까지 모두 이 양형기준을 적용하도록 했습니다.
이처럼 징역형을 강화한 것은 그만큼 일터에서 노동자 사망이 잦고, 그 이유의 대부분이 사용자의 안전관리의무 소홀이나 이윤을 위해 안전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형량의 기준이 높아졌다고 해서 바로 일터의 안전이 강화되는 것은 아니겠지요. 더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가까이에서 감시하는 것은 바로 노동자의 눈입니다. 더 안전한 일터를 위해, 나와 동료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눈을 부릅떠 보자구요 :)
*양형위원회는 범죄별로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 기구입니다. 범죄의 발생빈도가 높거나 사회적으로 중요한 범죄의 양형기준을 우선 설정하고, 추가 양형기준을 설정하거나 기존 양형기준의 수정·보완 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 <매일경제> 안전의무 위반 사망사고 최대 징역 10년6개월 권고
https://www.mk.co.kr/news/society/view/2021/03/298729/
□ 더 취약한 곳의 안전을 우선시해야 모두의 권리를 지킬 수 있습니다.
경기도는 3월 22일까지 도내 이주노동자에 대해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시행했고, 안산시에서는 25일까지 이 행정명령이 지속되었습니다. 특히 안산시는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기 전에 검사를 받게 하고 음성확인자만 채용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시행했습니다. 경기도 역시 같은 내용으로 추진하려고 하다가, 많은 비판을 받자 3일만에 고용 전 검사에 대한 내용을 취소하기도 했습니다.
서울시의 경우에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코로나19 검사 행정명령을 내렸다가, 처벌을 포함하는 행정명령이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이라는 서울시 인권위원회의 권고가 있은 후에야 해당 행정명령을 3월 31일까지 진단검사를 권고하는 것으로 변경하였습니다. 그리고 지난 3월 22일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이주노동자에게만 코로나19 진단검사를 강요하는 지자체의 행정명령이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비차별적인 방역정책을 강구하도록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이 시기가 지나가고 나면 괜찮아지는 걸까요? 행정명령 기간이 종료된다고 해서,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없었던 것이 되는 것일까요? 감염의 위험은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그러니 방역에 대한 기준은 출신국가를 불문하고 한국에 머무는 모두에게 같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그런데도 이주노동자들만 전수검사를 한다는 것은 외국인이라는 사실, 노동자라는 사실을 가지고 차별을 하는 것이고, 이들을 한국 사회를 위협하는 요소로 낙인 찍는 행위입니다.
돌이켜보면 한국은 코로나 초기 이주노동자들에게 공적마스크를 살 기회도 주지 않았고, 정부의 재난지원금을 차별하는 것도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한국 사회가 이들의 권리를 생각하고 함께 살아가고자 했다면 이런 차별은 결코 벌어질 수 없었을 것입니다. 당연하게 여겨왔던 차별적 인식들을 바꾸어 가지 않는다면 언제든 반복될 일입니다.
이주노동자들이 감염에 노출될 위험이 많다면 사업장의 안전을 위해, 기숙사의 안전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합니다. 그 노력은 검사 대상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안전한 일터의 환경, 안전한 생활 환경을 보장하는 것에서부터 시작입니다. 꼭 이주노동자만이 아닙니다. 더 위험한 환경, 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며 살아가는 이들을 먼저 돌보지 않는다면, 한국사회는 안전에서 점점 더 멀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방역을 위해 어쩔수 없는 것이 아니라, 모두의 안전을 위해 더 낮은 곳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관련기사 : <BBC뉴스코리아> 서울시도 '외국인 노동자' 코로나19 의무 검사... 차별 논란
https://www.bbc.com/korean/news-56441083
□ ‘반월시화 국가산단’ 첨단산업기지에 노동자의 삶도 들어 있을까?
반월시화공단이 4차 산업혁명시대를 선도하는 차세대 첨단 산업기지로 탈바꿈한다는 정책이 발표되었습니다. 정부의 ‘2021년도 산업단지 대개조 공모사업’에 경기도가 신청한 사업이 선정된 것인데요, 경기도는 반월시화 국가산단을 '거점산단'으로 화성 발안일반산단, 성남 일반산단, 성남 판교테크노밸리를 '연계 산단·지역'으로 정해 첨단 ICT와 융합한 소재·부품·장비산업의 차세대 전진기지로 만들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 선정으로 인해 경기도는 국비 등 산업단지 혁신에 필요한 정부 지원을 다양한 부처에서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경기도는 이 사업이 완료되면 소재, 부품, 장비 산업분야에서 생산액을 5조원 증대할 수 있고, 일자리는 1만개가 창출되고, 강소기업이 99개가 추가로 육성된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공장의 첨단 스마트화로 뿌리기술 전문기업의 디지털 수준을 대폭 높이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거창한 미래를 제시하는데도 잘 믿기지는 않습니다. 공장을 첨단화하고 자동화하면 정말로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인지, 산업단지를 스마트하게 혁신하는 것으로 생산의 어마어마한 증대를 가져오는 것인지, 그렇게 기업의 환경이 좋아지면 노동자들에게는 무엇이 좋은 것인지 구체적으로 설명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작은 기업들의 기술을 디지털 플랫폼으로 잘 정비해서 대기업들이 활용하기 좋게 만드는 것이 작은 기업들의 경쟁력도 높이는 길이 될까요? 신산업이나 그린뉴딜이라는 듣기 좋은 말들이 더 깨끗한 작업환경, 더 안전한 작업환경을 만드는 것과 같은 말일까요?
그렇게 해서 노동자들의 일하는 환경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노동조건은 더 좋아지는지,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일터가 되는지 등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저 많은 생산량, 높은 생산성이 노동자의 임금과 같은 말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공단이 변해가는 동안, 우리 삶이 더 주눅드는 것은 아닐지 걱정부터 됩니다. 변화하는 만큼, 그것이 노동자의 권리로도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와 경기도의 정책 추진을 잘 지켜보아야 하겠습니다.
관련기사 : <연합뉴스> 안산 '반월시화 국가산단' 첨단 산업기지로 거듭난다
https://www.yna.co.kr/view/AKR20210324154600060
□ 열악한 노동자에게 집중된 코로나19 피해
3월 29일 직장갑질 119가 ‘코로나19와 직장생활 변화’라는 주제로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2020년 1월 이후 실직 경험이 있다고 답한 노동자가 18.6%라고 합니다. 그런데 정규직은 7.2%, 비정규직은 35.8%로 비정규직이 다섯배나 많이 실직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모든 문항에서 더 열악한 노동자들의 실직경험률이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저임금 노동자가, 여성이, 노동조합 없는 노동자가 훨씬 더 실업을 경험한 비율이 높았습니다.
또한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실직과 소득감소와 같은 피해는 비정규직, 특수고용, 프리랜서, 저임금노동자와 함께 5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집중적으로 나타났습니다. 작은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더 위기를 크게 겪고 있지만, 이들은 사회안전망에 다가가기가 더 어렵습니다. 작은 사업장의 저임금 노동자는 사용자가 4대 보험에 가입해 주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자리를 잃고 나서 실업급여를 받은 비율도 정규직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습니다.
위기는 여전히 낮은 곳을 침범하고 있지만, 아직 모든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사회적 보호를 강화하는 조치는 부족하기만 합니다. 노동자가, 비정규직이, 작은 사업장에서 더 많이 목소리를 내야 이런 현실이 바뀔 수 있을 것입니다.
관련기사 : <한겨레> 코로나 이후 정규직 견줘 실직 5배, 소득감소 3배…슬픈 비(悲)정규직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98865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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