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배제하지 않는 세상을 원합니다. 차별금지법은 출신지역, 장애, 병력, 노동 형태, 종교, 경제적 상황, 생애주기, 가족 형태,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 등을 이유로 차별하거나 배제하지 않는 것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와 국회는 14년째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논의를 미루고 있습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14년 동안 차별금지법을 ‘시기상조’와 ‘사회적 합의’에 묶어둔 채 단 한 차례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않은 국회를 향해 차별금지법 제정의 목소리를 전하고,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지난 10월 12일부터 부산에서부터 서울까지 500km 도보행진을 했습니다. 평등을 향한 30일간의 여정 맨 앞에는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미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 이종걸님이 섰습니다.
월담노조도 차별금지법제정 목소리에 아주 조금이나마 힘을 싣기 위해 11월 8일 상록수역 기자회견과 행진일정에 함께했습니다. 모두가 평등하게 살기위한 세상을 위해 차별금지법은 꼭 제정되어야 합니다.
*아래는 차별금지법제정 촉구 안산지역 기자회견에 참가했던 월담노조 임용현 사무국장의 발언문입니다.
“반갑습니다. 반월시화공단노동조합 월담 사무국장 임용현입니다. 먼저 오늘 아침 길을 나서면서 미류님의 SNS 글을 읽으면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공감했던 대목을 인용하는 것으로 발언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어떤 사안에서나 반대의 목소리는 늘 있어 왔습니다. 그런데 반대 의견이 있다는 이유로 국회가 사회적 공론화를 유예하거나 토론을 회피한다면 그것만큼 무책임하고 부끄러운 일이 있을까요?
‘사회적 합의’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누군가의 존재를 지우는 것 자체가 국회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을 한없이 뒤로 미루는 것일 뿐입니다. 국회는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평등의 목소리에 지금 당장 응답하십시오!
월담노조가 지난달 16일에 창립총회를 열고 노동조합의 이름으로 활동을 새롭게 시작했습니다. 평등길 행진에 월담노조도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여러분들과 함께 나란히 걷겠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도 이미 소식을 들으셨을 수도 있는데, 월담노조는 반월시화공단에서 일하는 작은사업장 노동자들의 권리찾기를 위해 활동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부족하지만 월담노조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함께 외치는 이유에 대해서 짤막하게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작은사업장 노동자들은 차별과 배제에 너무나도 익숙해져 있습니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중대재해법, 직장내괴롭힘금지법, 대체공휴일법 같은 법적 보호의 범위 바깥에 놓여 있습니다.
흔히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는 누구나 보장받아야 할 기본권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이조차도 나의 권리로 제기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당장 내가 일터에서 겪는 경험들이 차별인지 인식하기 어려울 정도로 공단의 노동조건은 하향평준화되어 버렸습니다.
작은 사업장이라서 열악한 환경을 당연한 듯 여기고, 회사의 지불능력을 걱정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합니다. 그러면서 더 나은 삶이란 잔업 특근을 많이 해서 내가 (회사에) 기여한 만큼 보상받는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자꾸만 늘어갑니다.
이렇게 저임금과 위험한 노동환경, 불안정한 노동이 공단 노동자들에게 일상이 돼버린 이유는, 공단 어디를 가더라도 고만고만한 임금수준과 노동환경을 노동자들이 마주하면서 변화의 가능성을 스스로 닫아버렸기 때문입니다.
공단 노동자들에게 차별금지법이 절실한 이유는 바로 이런 현실에 기인합니다.
차별을 차별로 인지하지 못하게 만드는 하향평준화된 노동조건, 그 속에서도 차별을 차별이라고 공동의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뿔뿔이 흩어져 있는 공단 노동자들에게, 차별금지법 제정은 오랜 시간 잊고 지냈던 평등의 감각을 키워줄 것이고 또한 오랜 체념을 깨고 용기 내 말하고 움직일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공단 전체의 변화, 일하는 모든 사람의 권리 확장을 꿈꾸는 월담노조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여기 계신 여러분들과 함께 싸워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굳이 먼 길을 직접 걸어서 어딘가를 향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누군가는 종교적인 이유로 순례길에 나서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여행의 즐거움과 안식을 얻기 위해 길을 나서고, 또 누군가는 운동 삼아 길을 나서기도 합니다.
이렇게 길이 나 있고 또 우리가 도달해야 할 목적지가 있다는 건 어쩌면 걷는 사람들 모두에게 공통된 경험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걷는 길은 보통의 걷기와는 조금 다르다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면 2013년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희망걷기, 그리고 올초 김진숙 지도위원의 희망뚜벅이에서 발견했던 것을 지금 우리들의 평등길에서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주저앉고 마는 것이 아니라 주저없이 딛고 일어나 길을 만들겠다는 사람들이 여기 여럿이 함께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종걸, 미류 두 사람의 시작을 외롭게 내버려두지 않고 나란히 함께 걷고 곁을 지켜준 많은 사람들이 정말 고맙고 자랑스럽습니다.
월담노조도 평등과 연대의 길을 내는 여러분들과 함께 걷고, 차별금지법 제정이 실현되는 날까지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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