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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담활동/연대사업

11/15 중대재해처벌법 50인(억) 미만 사업장 적용유예 연장 반대 기자회견

11월 16일(수)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9개 노동안전보건단체들이 생명안전행동(생명안전 후퇴 및 중대재해처벌법 개악저지 공동행동)과 함께 내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인 중대재해처벌법 50인(억) 미만 사업장 적용을 유예하는 개악 시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중대재해의 80%가 발생하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지난 10년간 사망한 노동자는 1만 2045명에 달합니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이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법 적용을 연기하겠다는 건 죽음의 일터를 방치하겠다는 말과 다름없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유예를 연장하려는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개악시도를 반대하는 이번 기자회견에 월담노조도 함께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문과 월담노조 임용현 사무국장의 발언문을 공유합니다.

[회견문]

윤석열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시도 중단하라!
우리는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안전을 위해 끝까지 투쟁한다!


윤석열 정부가 더욱 노골적으로 자본의 이윤을 위하여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안전을 위협하는 길을 걸어가고 있다. 지난 9월, 내년 1월 예정된 근로자수 50인, 건설업 공사금액 50억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유예하자는 개악법안이 집권 여당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을 통해 발의됐다. 지난 10월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민생을 운운하며 직접적으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유예해야 한다는 발언까지 내뱉었다.

윤석열 정부가 말하는 민생의 실체는 과연 무엇인가. 중대재해처벌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2022년에도 여전히 중대재해로 인하여 874명의 안타까운 목숨이 세상을 떠났다. 874명 중 707명은 상시 근로자수 50인, 공사금액 50억 미만의 사업장에서 일하다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전체 사고사망자수의 80.9%에 달한다. 예정대로 내년도 50인(억)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법 적용이 시작된다면 이 중 365명의 안타까운 죽음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만약 윤석열 정부가 진정으로 민생을 위해 움직였다면 지금 이 순간에도 무수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만, 무수한 자본의 반발로 내년까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유예된 50인(억) 미만 사업장에 대한 더욱 빠른 적용을 위해 안간힘을 썼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행보는 아무리 온갖 좋은 말로 포장해도 자본의 대리인이 되어 민생을,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모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 중대재해로 인해 소중한 가족이 죽거나 다친 이들과 노동안전보건단체 활동가들이 추운 겨울날을 꼬박 지새며 간신히 만들어 낸 중대재해처벌법을 무력화시키려는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한결 같이 자본이 더욱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자본이 어떠한 문제를 저질러도 제대로 처벌을 받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길을 향해 폭주하는 중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폭주는 결코 뜻한 대로 풀리지 않을 것이다. 일하거나 죽거나 다쳐도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사회를 만드는 정부를 지지할 이는 결코 아무도 없다.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지 않는 국가를 신뢰할 수 있는 이 역시도 아무도 없다.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한 우리들 역시도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안전을 지키기 위한 투쟁에 함께할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의 개악을 저지하는 것은 물론,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며 매일 같이 불안을 무릅쓰고 일해야 하는 노동자와 시민이 더 이상 없는 세상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금 당장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시도를 중단하라! 우리는 그 시도가 완벽하게 중단되기 전까지 투쟁과 저항을 멈추지 않겠다.

2023년 11월 15일
중대재해처벌법 50인(억) 미만 적용유예 연장을 반대하는 
노동안전보건단체 및 기자회견 참여자 일동
(건강한노동세상, 김용균재단, 노동건강연대,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일과건강, 충남노동건강인권센터 새움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발언]

임용현 (반월시화공단노동조합 월담 사무국장)

 

안녕하세요. 반월시화공단노동조합 월담에서 활동하고 있는 임용현이라고 합니다.

요새 신문이나 방송을 보면 경영계의 불평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하늘을 찌르는 듯합니다. 원래도 경영계는 걸핏하면 기업하기 힘들다는 말을 습관처럼 내뱉곤 했는데요. 이런 볼멘소리는 윤석열 정부 들어 더욱 노골적으로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어떤 법의 시행을 앞두고 경영계는 보수언론의 입을 빌어 아예 나라 경제가 파국으로 치달을 것처럼 전 국민을 기만하고 있는데요. 경영계가 한목소리로 법 시행을 극구 반대하는 대표적인 법 두 가지가 있죠. 하나는 얼마 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노조법이고 또 다른 하나는 중대재해처벌법입니다.

이 두 개의 법은 시행을 완강히 반대하는 경영계와 신속하고 전면적인 법 적용을 요구하는 노동계가 날선 대립을 보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만큼 노사 간 이 법을 바라보는 시각에 극명한 차이가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물론 두 법은 제정 취지와 목적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어려운 측면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노사교섭에 있어서든 중대재해 발생에서든 실질적인 책임과 권한을 가진 자에게 법적 의무를 지운다는 점에서 두 법의 시행은 일터에서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노동자의 권리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두 법은 일부 미흡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한발 나아갔다는 평가가 주를 이룹니다.

저는 오늘 중대재해처벌법의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유예 시도가 왜 잘못됐는지 이야기하려고 하는데요. 다들 아시다시피 경영계는 내년 1월 말 중대재해처벌법의 50인 미만 사업장 확대적용에 대해 소규모 사업장의 대비가 아직 불충분하며 처벌수위 역시 과도하다는 점을 들어 시행유예와 더불어 법령을 대폭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습니다. 정부도 이 같은 경영계의 요구에 발 맞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대상 및 처벌 요건 완화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월담노조가 활동 중인 반월시화공단은 50인 미만 작은사업장이 입주기업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이들 작은사업장에서 중대재해 소식이 끊이지 않고 들려오고 있다는 사실은 여기 계신 여러분들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경영계의 목소리만 대변하는 데 여념이 없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다 돼 가는 지금, 또 다시 이 법의 확대적용을 2년 더 미뤄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정부정책은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50인 미만 사업장의 인력과 준비 부족을 핑계 삼아 작은사업장 노동자들이 처한 생명안전위기를, 또한 법의 공백을 2년 더 연장하겠다는 정부의 발상입니다. 만약 이 개악안이 법률로 만들어진다면 작은사업장 노동자들은 위험천만한 일터에서 보내는 시간이 앞으로 2년 더 늘어나게 됩니다. 정부의 지극정성으로 사업주들은 면책특권을 거저 얻는 대신, 안전에 투자할 시간과 비용은 또 다시 나중으로 미룰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사업장 규모에 따른 차별을 이번에도 정부가 앞장서 정당화했다는 점입니다. 이 정부는 작은사업장 노동자의 권리를 너무나도 하찮게 여기는 것 같습니다. 일터의 크기가 노동자의 권리와 비례하는 것은 아닌데도 말입니다. 작년 8월 정부가 20인 미만 사업장에는 휴게시설 설치 의무규정을 미적용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정부는 중대재해 예방과 처벌에 있어서 50인 미만 사각지대를 계속 방치하겠다고 합니다.

기업에 이익이 되는 일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이 정부는 작은사업장 노동자들에게 죽음의 일터에서 각자 알아서 살아남으라고 합니다. 그러나 앞서 많은 분들이 말씀하셨듯, 노동자의 생명안전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습니다.

노동자의 안전권에 시차를 두거나 차등을 매겨야 할 어떠한 명분도 당연히 있을 수 없습니다.

작은사업장 노동자들을 권리의 사각지대로 내모는 중대재해법 적용유예 시도를 강력히 규탄합니다. 중대재해법 개악과 무력화를 막아내는 싸움에 월담도 작은 힘이지만 최선을 다해 함께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