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문]
윤석열 정부의 ‘노동약자보호법’은 노동자 편가르기 법안이다.
지난 5월 14일, 윤석열 대통령은 스물다섯번째 민생토론회를 열고,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이하 ‘노동약자지원법’)」을 제정해서 미조직 근로자, 특히 비정규직 근로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플랫폼종사자와 같은 ‘노동약자’를 더 적극적으로 보호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노동약자를 지원하겠다는 방향성은 환영할 일이지만, 우려되는 지점이 많다.
노동계에서는 기존 노동법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지속적으로 모든 노동자들에 대한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요구해왔다. 근로기준법은 헌법에 따라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노동관계에 관한 기준들을 규정하고 있는 법이다. 그러나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특수고용직이나 플랫폼노동자 등에게는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 전체 임금노동자의 17.3%인 375만명(2022년기준)에 달하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법정공휴일, 유급연차휴가, 연장·휴일·야간수당 등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전체 근로자의 10%에 해당하는 플랫폼노동자는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근로기준법이 통째로 적용되지 않는다. ‘노동약자’를 포함해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토록 하여 보편적인 기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필요성이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또한 노동계에서는 노동조합법 제2조와 제3조를 개정하여 모든 노동자가 노동3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노동자의 범위를 확대해 보장범위를 넓히고,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해 책임범위를 넓히며,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넓혀 노동3권이 적용될 수 있는 범위를 넓히고 또 사용자의 손해배상청구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진짜 사장’의 책임을 묻고, 정당한 쟁의행위가 사용자의 손해배상에 의해 가로막히는 현실을 바꾸기 위함이다. 지난해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후 결국 법안이 폐기되었다.
이처럼 노동자들에 대한 법적보호망을 넓힐 수 있는 방안을 무시한 채 모순적으로 내놓은 ‘노동약자지원법’의 면면을 살펴보면 정부가 진정으로 ‘노동약자’를 보호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약자’가 누구인지에 대해 “5명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라고 무조건 약자에 들어간다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나 플랫폼노동자에 대해 “노동을 판매해서 대가를 받는 것으로, 특정 사업주가 없다는 것뿐이지 노동자인 건 틀림없다”고 말했다. 5인미만 사업장 노동자도 노동약자가 아니라서 보호받지 못할 수 있고, 플랫폼노동자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사용자가 없는 노동자라서 책임이 제한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노무제공자를 위한 공제회를 설립해 질병, 상해, 실업을 겪었을 때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는데, 이는 더 많은 노동자들에게 산재보험을 적용하고, 고용보험을 가입할 수 있게 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노동약자’에게 특별히 시혜적으로 적용할 문제가 아니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은 ‘노동약자’를 노동조합 가입이 어려운 ‘미조직 노동자’라고 강조하였는데, 노동법 밖 노동자들을 아우르려는 것이라기 보다는 노동조합에 가입한 노동자와 그렇지 못한 노동자를 구분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강자와 약자로 나눠 노동자 사이의 위화감과 차별을 부추길 수 있고, 노동자들의 연대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
공단 노동자들의 대부분은 작은 사업장 노동자이고, 불안정노동자다. 오늘도 저임금에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내하며 일하고 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보편적인 노동권의 보장이다. 정부는 하루빨리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 및 사회보험제도 등의 개편을 통해 모든 노동자들이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2024.06.05.
반월시화공단노동조합 월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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