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터리 사업장 화재안전 긴급대책, 반짝 처방보다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지난 6월 24일, 경기도 화성시에 소재한 리튬배터리 제조업체인 아리셀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참사를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23명의 노동자가 이번 화재참사로 목숨을 잃은 뒤 정부가 사후대책 마련에 나섰는데요. 고용노동부는 유사한 화재사고 예방을 위해 배터리 취급 사업장에 배터리 화재용 소화기와 경보ㆍ대피 설비 구입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7월 18일 밝혔습니다. 주요 지원 물품은 행정안전부가 인증한 배터리 화재 전용 소화기와 전기화재 예방·진단 시스템, 화재감시 기능보유 폐쇄회로(CC)TV, 비상경보 장치 등으로, 50인 미만 사업장 또는 리튬 등 유해화학물질 제조사업장, 1ㆍ2차 배터리 관련 사업장이 지원대상이라고 합니다.
한편,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12개국어로 된 이주노동자 화재예방 홍보 콘텐츠를 제작했다고 7월 23일 발표했습니다. 이 홍보 콘텐츠는 숏폼 영상, 음원, 포스터 등 모두 3종으로 제작돼 화재안전수칙과 대피요령을 숙지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하는데요.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도내 이주노동자가 근무하는 배터리 관련 시설 127곳과 위험물 취급 사업장 105곳을 방문해 이번에 제작한 영상, 음원, 포스터를 배포하고 사업주와 안전관리자에게 활용을 독려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일용직 노동자나 근로계약 일주일 이하 기간제 노동자에게도 1시간 이상 안전교육을 실시해야 합니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 제37조(안전보건표지의 부착)는 이주노동자들을 고용하는 사업주가 안전보건표지를 해당 노동자의 모국어로 작성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안전교육 시간과 대상, 교육방법 등이 관련법에 명시돼 있지만, 정작 그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사업주 재량에 맡기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작은 사업장에서는 실효성 있는 현장 안전교육이 이뤄지리라 기대하기 힘든 게 현실이죠.
실제로 아리셀 화성공장 현장에서도 이와 같은 ‘위험의 외주화’, ‘위험의 이주화’가 일어났습니다. 아리셀 화재참사 희생자 23명 가운데 18명이 재외동포 출신 이주노동자였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이 점을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화재참사 당시 모습이 담긴 CCTV영상 기록에서도 희생자들은 일반소화기로 화재 진압을 시도하던 중 30초 만에 공장 전체로 불길이 번져 참변을 당했고, 대부분의 희생자가 공장 출구 반대편에서 시신이 발견돼 공장 내부 구조를 잘 몰랐던 정황도 확인된 바 있습니다. 업무 특성과 여건을 반영한 안전교육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왔고요.
이처럼 아리셀에서 일용직 파견으로 일했던 이주노동자들에게 위험물질정보에 대한 알 권리, 위험상황 발생 시 이로부터 신속히 대피할 권리는 전혀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안전한 작업환경을 갖추는 것도 비용이고, 심지어 노동자도 비용으로 인식하는 회사에서 위험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화재예방 캠페인이나 교육 콘텐츠 배포, 화재 감시 및 진압 장비에 대한 일부 지원만으로 위험은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정부가 일터를 위험하게 만드는 구조를 바꾸는 데도 제 역할을 다하기를 바랍니다.
<관련기사>
· “[23명 노동자 숨진 뒤] 전지 사업장·외국인 안전 손보는 노동부” (2024-07-18, 매일노동뉴스)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2660
● 노동자들은 초대받지 못한 자동차 부품사 현안 대책 설명회
7월 23일, 고용노동부 안산지청과 경기도, 경기지역인적자원개발위원회, (사)경기경영자총협회, (사)경기중소벤처기업연합회는 안산·시흥 지역의 자동차부품제조 1·2·3차 협력사 대표 및 인사·노무 담당자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4년 안산·시흥지역 자동차부품 제조업 상생협력 정책설명회」를 개최했습니다.
경기도 내 자동차산업 사업체 수는 884개로 전국 전체 사업체의 18.8%, 종사자는 7만2305명으로 21.7%를 차지해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라고 합니다. 경기도 안에서는 화성, 시흥, 안산, 평택 4개 지자체가 도내 전체 자동차산업 사업체 수의 75%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죠.
자동차 부품사들도 전동화ㆍ배터리 기술, 미래 모빌리티 기술 등 미래차 사업전환에 나설 채비를 서두르고 있는데요. 이들 부품사는 국내 완성차 시장의 80~90%를 차지하는 현대기아차의 수직적 생산구조에 편입돼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본력과 기술력을 겸비한 완성차 업체에 비하면 전환 역량이 뒤쳐지는 부품사들의 미래차 대응은 대부분 소극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부품사들 간의 전환 역량에도 큰 편차가 나타나고 있고요.
이 같은 상황에서 열린 이번 설명회는 전기차 전환 등 업계 현안 관련 경기지역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기업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정부와 지자체의 각종 지원대책을 소개하는 자리로 마련됐다고 합니다. 생존의 기로에 놓여 있는 자동차 부품사들의 미래에 이렇듯 지대한 관심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생산을 책임지고 있는 부품사 노동자들의 자리는 이곳에 없었습니다. 전기차 전환이 본격화할 경우 내연차 부품을 생산해 온 부품사들의 물량 감소는 불 보듯 뻔한 상황입니다. 그에 따른 부품사 노동자들의 고용위기 문제에 있어서도 지방정부와 사용자단체 등 관계당국의 적극적인 관심과 대책이 강구돼야 할 것입니다.
<관련기사>
· “노동부 안산지청, 안산·시흥지역 자동차 부품 제조업 상생 정책설명회 가져” (2024-07-24 기호일보)
https://www.kiho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01404
● 건설노조 탄압 이후 변화된 건설 현장 조사결과 최종보고회 열려
건설노조에 대한 정부의 공안탄압 광풍이 불어닥친 이후 건설 현장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정부는 건설노조를 ‘건설 현장 불법행위’의 주범으로 몰아세우며 강도 높게 탄압해 왔습니다. 그 결과 건설노동자의 고용안정과 적정임금을 이끌어 왔던 건설노조의 현장 활동은 크게 위축됐습니다. 무엇보다, 비용절감과 공기단축에만 혈안이 돼 불법 다단계 하도급과 중간착취를 일삼았던 건설사들을 견제하는 노동조합의 균형추 역할이 사라졌습니다.
정부가 주도한 노조탄압은 건설노동자들의 일과 삶을 뿌리부터 뒤흔들었습니다.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고용을 거부당해야 했고, 임금하락과 임금체불이 심각해졌습니다. 덩달아 노동강도까지 올라갔고, 휴게시간도 부쩍 줄어들었습니다. 이처럼 건설노조의 교섭과 투쟁으로 쟁취했던 권리들이 노조탄압 이후 무용지물이 되면서, 가족‧대인관계‧지역사회 등 건설노동자들이 여러 공동체 안에서 맺고 있었던 관계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건설노조 경기중서부지부와 월담노조 등 안산지역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발족한 ‘건설노조 공안탄압 안산시민사회공동대책위’는 7월 25일 안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이러한 실태조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날 설문조사 분석결과를 브리핑한 장경희 두리공감 활동가가 밝혔듯이 “노동권의 회복, 일상과 삶의 회복 이전에 가장 먼저 진행되어야 할 것은 국가적 차원에서 진행된 폭력에 대해 그 책임 있는 자들의 사과를 받는 것”이 어쩌면 가장 시급한 일이 아닐까요.
물론, 지자체 차원에서도 해야 할 역할이 있습니다. 토론자로 참여한 김미정 경기중서부지부 부지부장은 무너져내린 건설노동자의 노동권 회복을 위해 ▲적정임금제 보장 ▲임금직불제 확대 ▲표준근로계약서 의무 작성 ▲지역 건설노동자 우선 고용 ▲불법하도급, 부실시공 근절 ▲적정 공사기간 보장 ▲전자카드단말기 현장 안착 ▲지역 맞춤 건설기능훈련 실시 및 지원 ▲숙련기능인 의무고용 ▲건설노동자 심리상담 지원 ▲노정협의회 구성 등을 안산시에 요구했습니다.
<관련기사>
· “건설노동 현장 과거로 돌아갔다” (2024-07-26 B tv 한빛뉴스)
https://ch1.skbroadband.com/content/view?parent_no=24&content_no=59&p_no=172095
· “수당 못받고, 탈의실 열악…건설노조 탄압 후 과거로 돌아간 현장” (2024-07-25 경인일보)
http://www.kyeongin.com/main/view.php?key=20240725022492652
● 경기 청년들이 앞다퉈 서울로 떠나는 이유
이번에는 경기도에서 거주하는 청년들이 서울행을 택하는 이유를 짚어 본 심층기획연재를 소개합니다. 경기도 청년들이 서울에서 일과시간의 대부분을 보낸다는 사실은 통계청이 집계, 발표하는 ‘주간인구지수’를 통해서도 확인됩니다. 주간인구지수가 100을 넘으면 낮 시간대 인구가 순유입한다는 의미인데, 경기도의 주간인구지수는 94.5로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아래에서 3위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20~24세 91.6 ▲25~29세 89.0 ▲30~34세 89.2 등 '청년' 인구의 주간인구지수가 전국 평균보다 낮았습니다. 통근이나 통학 등의 이유로 낮 시간대에 경기도 밖으로 활발히 이동하는 청년층이 많다는 점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청년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앞다투어 서울로 몰리고 있는 현상은 남부·동부·서부·북부 등 권역을 가리지 않고 경기도 전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요. 반월시화공단이 있는 경기 서부 권역의 실태도 다른 지역과 엇비슷했습니다. 반월시화공단은 수도권 제조업 산단의 중심지인데다가 교통 인프라도 비교적 잘 갖춰져 있지만, 정작 이곳에서 청년노동자를 마주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현재 청년층(15~29세 취업자)의 취업·근무 선호 업종은 ‘정보통신업’, ‘전문 연구개발업’, ‘과학 및 기술서비스업’ 등 정보기술(IT)을 다루는 업종이나 플랫폼 기업 쪽 분야가 상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첨단바이오산업이 몰린 충북 오창, 자동차·조선·철강이 집중된 경북 포항 등의 산단과 달리 수도권 ‘제조 산단’으로서 메리트가 크지 않다는 점도 청년노동자들이 반월시화공단을 찾지 않는 이유로 거론됩니다.
실제로 반월시화공단에 입주한 많은 중소사업체들은 청년층의 일자리 기피 현상이 꽤 오래 전부터 누적돼 왔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정부나 산업단지 정책 관계기관에서는 전통제조업의 시설 노후화, 편의시설 낙후 등을 주된 문제로 진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임금, 장시간, 고강도, 고위험 노동이 산업단지 입주기업들의 기본값처럼 통용되는 현실부터 바꾸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과연 이곳에서 일과 삶을 꾸려나갈 의지를 다질 수 있을까요?
결국, 일터에서 좀체 청년을 만날 수 없는 이유는 당장 현재의 불안과 위험을 감내하더라도 도저히 미래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청년과 중장년, 남성과 여성, 정주와 이주 등 계층과 세대를 막론하고 일하는 사람 모두가 차별 없이 평등하게, 쾌적하고 안전하게 노동할 수 있다면 지역에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늘어나게 되지 않을까요?
<관련기사>
· “서울로 몰리는 경기 청년…이탈 ‘가속화’ [경기도 청년에게, 이곳은①]” (2024-07-28 경기일보)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40728580232
· “서울로 몰리는 경기 청년…이탈 ‘가속화’ [경기도 청년에게, 이곳은②]” (2024-07-28 경기일보)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4072858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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