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담과 함께 격주로 살펴보는 공단뉴스 (2024.08.20.-2024.09.02.)
안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실질적인 관리감독 시스템
‘노후거점산업단지의 활력증진 및 경쟁력강화를 위한 특별법(노후거점산단특별법)’에서는 착공 후 20년이 지난 산업단지를 노후산업단지로 분류합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전국 1,312개 산업단지 중 500여개가 노후산단에 해당된다고 합니다.
노후산단은 안전사고에도 취약할 수밖에 없어 중대재해나 대형사고가 종종 발생합니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최근 5년간 관할 산업단지별 사고 발생현황’을 보면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사망사고, ▴재산피해 1억원 이상, ▴유해화학물질누출 등의 사고가 총 110건 발생했고, 이 중 노후산단에서 발생한 사고가 107건으로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사고가 가장 잦은 산업단지는 울산미포(17건), 여수(13건), 창원(13건), 반월(10건) 등을 나타납니다. 시화공단도 5건의 대형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대형사고를 막기 위해 특별법에서 정부의 자금지원이나 조세·부담금 감면, 규제 특례 등을 시행하고 있다지만 여전히 노후산단은 노동자들에게도, 인근 주민들에게도, 위험한 공간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번에 이 문제를 공표한 구자근 국회의원은 ‘노후거점산단 발전기금’을 별도로 조성해서 대대적인 정비와 유지·보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지난 6월 발의한 바 있습니다. 기금은 정부의 출연금, 정부 외의 기부금품, 기금운용 수입금 등으로 조성하겠다는 안입니다. 그렇게 조성된 기금은 노후산단 개발을 위한 자금 지원이나 산단 경쟁력 강화 계획 수립, 긴급유지보수비 지원, 조사·연구비 등에 소용되도록 안을 제출했습니다.
노후산단의 개선을 위해 기금을 형성하고, 정부가 출연금을 마련하는 등의 조치는 일면 진전된 것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의문을 낳습니다. 노후산단특별법은 노후산단 개선사업을 ‘경쟁력 강화’ 사업이라 일컬으며 정부나 지자체가 계획을 수립하고, 사업시행자가 그 비용을 부담합니다. 사업시행자는 ‘국가, 지자체, 공공기관, 산업단지공단, 입주기업협의회 등’ 다양합니다. 무엇보다 대행사업자에게 사업을 시행하게 할 수 있는데, 이는 주로 ‘민간’기업입니다. 이들에게 이익이 되는 것은 노후한 공장 설비를 개선해 안전한 일터, 안전한 공단이 되도록 하는 것보다 제조업 중심 업종을 변경하거나, 새로 공장을 지어 올려 임대하는 등의 개발이기에 산업단지의 본질보다는 개발이익을 남기는데 더 치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발전기금을 조성하는 것이 정부가 기금을 조성해 민간자본을 지원하는 것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 수밖에 없습니다. 2015년 제정된 노후거점산단특별법은 ‘입주기업 및 근로자 환경 개선’, ‘지역산업 활성화’,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발전’ 등을 제정 이유로 내세웠지만, 시행 9년에 이르는 지금도 산업단지의 중대재해는 그치지 않고 있는데, 오히려 산업단지가 부동산 이익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창구가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산업단지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관리되고 점검되어야 합니다. 노후한 산업단지라면 더욱 그 관리·점검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노후한 설비를 직접 개선할 수 있는 조치들이 제도화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산업단지 노후설비에 관한 관리·감독 권한을 사업주뿐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에도 부여해 노후설비로 발생할 수 있는 재해를 예방하는 ‘노후설비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기도 했었는데요, 지난 21대 국회가 만료되면서 폐기된 상태입니다.
시급한 것은 기금을 만들어 기금을 쌓고 운용하는 또 하나의 돈주머니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예방을 위해 철저히 관리 감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 봅니다.
• 구자근 의원, “노후거점산단발전 기금 설치 시급” (미디어디펜스, 8월 30일)
http://www.mediadf.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596
파견업이 횡행한 시대, 노동권 보장을 위해 필요한 것
경기도 화성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된 복잡한 고용형태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불법파견’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8월 23일 브리핑에서 ‘아리셀은 파견사업 허가를 받지 않은 자로부터 파견대상 업무가 아닌 제조업 직접생산공정 업무에 파견 역무를 제공받았다’며, 또 인력업체인 메이셀은 불법파견을 제공한 혐의가 있다며, 원하청 관계자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소방교육이나 안전교육도 없었고, 리튬배터리 제조공장에서 화재가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노동자들이 전혀 알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심지어 비상구를 열 수 있는 출입카드도 갖고 있지 못했습니다. 비상구는 누구든지 필요시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비상구 출입카드도 받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 외에도 불법 구조 변경으로 인해 대피가 더 어려웠던 점, 이전에 있었던 산재를 은폐한 점 등 문제가 너무도 많은 곳이었습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불법파견 혐의와 함께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안전보건법 관련 위반 혐의도 적용했습니다. 결국 8월 29일 새벽, 아리셀-에스코넥 대표이사 박순관, 아리셀 총괄본부장 박중언이 구속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리셀의 모회사인 에스코넥 역시 불법파견 의혹이 있다는 것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에스코넥은 한신다이아라는 업체에서 인력을 공급받았는데, 한신다이아가 바로 메이셀의 전신입니다. 지금 메이셀이 아리셀과 주소지도 같고 사실상 하나의 인사부서로 보이는 것처럼 에스코넥과 한신다이아의 관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모회사-자회사-파견업체가 아니라 모두 하나의 주체로 행위 한 것처럼 볼 수 있을 정도의 증거들을 노동자들은 주장합니다. 이번에 밝혀진 사실은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노동계에서는 참사의 근원인 이주노동자 중간착취, 불법파견의 문제가 다만 아리셀에 국한된 것이 아니므로 노동안전보건체계를 바로잡기 위해 더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말합니다. 산업단지에서 아리셀과 같은 고용상태는 흔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인력업체를 통해서만 인력을 구한다고 보는 것이 오히려 진실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이런 고용구조에서 불법파견 여부를 가리는 것은 어쩌면 중요하지 않은 문제일 수 있습니다. 파견업이 횡행하면서 인력업체들은 직업소개, 알선, 파견, 도급 등 다양한 형태로 인력을 공급하고, 그것은 종종 불법을 가리기 위한 위장 수단으로 활용됩니다. 이번 아리셀 참사에 대해서 노동부의 판단은 ‘불법파견’이었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고용을 외부화시켜 책임을 회피하는 자본을 찾아서, 그것이 몇 단계로 하도급되어 있든 그 모든 진짜 사장들에게 책임을 제대로 물리는 것입니다.
그래야 비로소, 안전교육도 없이 막무가내로 일만 해야 하는 노동자들, 매일매일 팔려가듯 일용직으로 파견되는 노동자들, 그렇게 도착한 곳에서 비상구 열쇠도 없이 주저앉아 생을 마감해야만 했던 노동자들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수 있을 것입니다.
• 불붙은 공장의 비상구는 정규직들만 열 수 있었다 (8월 23일)
https://m.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408231406001#c2b
자금지원·저리융자보다 안전보건체계 구축이 중요
경기도는 지난 8월 30일, 중소기업의 산업재해 예방과 노동자 보호를 위해 200억원 규모의 ‘산업재해예방자금’을 신설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자금은 산재예방시설 투자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려주는 것으로, 9월 2일부터 신청을 받는다고 합니다.
경기도는 이 자금으로 유해기계 교체나 안전설비 도입 등을 지원한다는 생각인데요, 융자조건은 업체당 5억원 이내, 융자 기간은 2년 거치 3년 원금균분 상환으로 5년이며, 대출 금리는 경기도 이차보전 지원을 통해 은행금리보다 2%를 낮게 이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자금을 형성하고 이용을 홍보하는 것을 통해 안전한 일터 환경을 갖추도록 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겠지만, 신청과 저리 융자라는 방식으로 개선되는 폭이 얼마나 될까 의문입니다. 이 사업이 효과를 내려면 일단 더 안전하게 기업을 운영해야겠다는 사업주의 인식이 앞서야 합니다. 사업주가 일터 안전을 진단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자 할 때에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개선 의지가 없는 경우엔 있으나마나 한 자금일 뿐입니다. 그저 자금을 마련했으니 신청을 하라는 식으로는 그런 자금의 신청절차조차 부담스러운 더 열악한 사업장이 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러한 지방자치단체의 사업이 의미가 있으려면 일터의 안전을 점검하고 진단하는데 지자체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역 차원에서, 특히 작은 사업장이 밀집한 산업단지에서는 지자체와 기업, 그리고 해당 산업단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체계를 함께 구축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시스템이 갖추어질 때 사업주가 설사 회피하더라도 필요한 기계장비의 개선이나, 환경의 변화 등을 자금 융자를 통해 실시하도록 강제도 할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 경기도 200억 규모 '산업재해 예방자금' 신설 (세이프타임즈, 8월 30일)
https://www.safe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8772
지난 4년 간 산재사망 이주노동자 366명, 지원을 위한 전담조직 필요
8월 28일,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대구안실련’)에서는 고용노동부에 자료 제출을 요구해, 최근 4년간(2020년~2023년)의 이주노동자 산업재해 현황에 대해 분석한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지난 4년 간 산업재해로 사망한 이주노동자는 366명, 다친 노동자는 3만 1051명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산업재해를 입은 이주 노동자들의 80%는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5~49인 규모에서 176명(48%)의 사망자가, 5인 미만 규모에서 122명(33.3%)의 사망자가 발생해 전체의 81.3%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입니다. 부상자 발생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5~49인 규모에서 절반인 1만 5653명(50.4%)가 발생했고, 5인 미만 규모에서 9243명(29.8%)의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업종별로 보면 건설업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타났고(190명, 51.9%), 제조업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116명, 31.7%) 부상자는 건설업보다 제조업에서 조금 더 많이 나타났는데, 거의 비슷한 수치를 보였습니다. 농업 분야에서의 산업재해 수치도 급증하고 있는데요, 지난 2023년 한 해 동안 농업에 종사하다 부상당한 이주노동자가 222명으로 그 전 해인 2022년에 비해 76.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 힘들고 위험한 업무에 이주노동자들이 종사하게 되는 것, 기본적인 안전교육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 그리고 이주노동자들이 일하는 곳이 주로 작은 사업장이라는 점, 그 작은 사업장이 대부분 법적 책임이 면제되거나 제한되고 있다는 점 등을 이 같은 수치의 배경 원인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분석을 발표한 대구안실련은 정부 차원에서 소규모 사업장 안전업무를 지원하기 위한 전담지원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안전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이주노동자에게 시선을 맞추어 간다면 안전한 일터,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는 것이 조금은 더 빨라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 외국인 산재 사망·부상자 50인 미만 사업장서 80%…농업 부상자는 76% 급증 (경향신문, 8월 28일)
https://m.khan.co.kr/local/local-general/article/202408281514001#c2b
인력업체 승합차량으로 출근하던 노동자들, 교통사고로 사망
지난 8월 24일 새벽, 안산 상록구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승합차량과 통근버스가 충돌해 발생한 이 사고로 노동자 5명이 목숨을 잃었고, 7명이 중경상을 입었습니다. 숨진 노동자들은 중국인 3명과 한국인 2명입니다. 충돌 후 튕겨나간 승합차에 부딪친 승용차의 운전자와 동승자도 부상을 입었다고 합니다.
사고는 승합차량 운전자가 교차로를 신호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지나려다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었는데요, 해당 승합차는 안산의 한 인력업체의 것이었습니다. 숨지거나 다친 노동자들은 이 승합차를 이용해 일터로 가던 일용직 노동자들이었습니다. 승합차량 운전자는 구속되었고, 경찰은 11인승 차량에 그를 초과한 인원이 탑승한 것 등을 이유로 인력업체 관계자를 입건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끝나서는 안 되지 않을까요? 업체의 차량으로 출근 중 사고가 발생했고, 노동자들이 사망하는 등 큰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통상의 노동자라면 명백히 출퇴근 중의 산업재해에 해당하지만, 고용관계가 복잡하거나 불명확한 상태로 노동력이 ‘공급’되는 상태만 있기에 그를 따져가는 문제도 간단하지 않습니다.
산업단지에서 이 노동자들이 가려던 일터는 어디인지 확인이나 할 수 있을까요? 이 노동자들을 업체를 통해 공급받던 사용사업주는 그저 사고로 인해 빠진 인력을 다른 곳에서 공급받으면 그만이라 생각할텐데, 그 책임은 또 어떻게 밝혀 낼 수 있을까요?
당연한 노동자의 권리가 파견과 인력 공급이 횡행하는 산업단지에서는 쉽게 무너져 버립니다.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가 특별한 일이 아니었음을, 산업단지에 늘 잠재해 있던 위험이 최악의 형태로 모습을 드러낸 것일 뿐임을 다시 확인합니다.
• 안산서 교통사고, 새벽 일 나가던 일용직 근로자 5명 참변 (한국NGO신문, 8월 24일)
https://www.ngo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155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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