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담벼락에 누가 써 놓은 이야기]휴일엔 나도 좀 쉬고 싶어요~
볼펜을 집어던지더라고요. 저한테.
“지난주에 쉬었으니까 나와야지 새끼야, 니 마음대로 안 나올 거면 그냥 그만둬!”
순간 저도 열이 받아서 물어볼 뻔 했어요. ‘그럼 특근이 일하는 사람 마음대로 아니었어요?’
정말로 이렇게 물어봤으면 볼펜 대신 주먹이나 안전화가 날아왔을 거예요. 조장 얼굴 한 번, 시커먼 내 장갑 한 번 번갈아 쳐다보고 있는데, 조장은 휙 가버려요. ‘나와라’ 한 마디 하고.
옆에 가서 다른 사람한테도 똑같아요. 잔뜩 인상을 찌그리고 “나오라면 나와야지 니가 무슨 공무원인줄 아냐?” “돈 많냐? 부자야? 돈 안 벌어?” 한참 옥신각신하다가 결국에는 “나와라” 그러면 “네”
특근 조사할 때마다 진짜 싫어요.
잔업이나 특근이나 나오라면 나와야 해요. 그냥 법이예요, 법! 그럴 거면 조사는 왜 하나 모르겠어요. 잔업이나 특근이나 일하는 내가 결정하는 건데, 그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나와야하는 게 너무 싫어요. 그냥 거절했다가는 혹시나 짤리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고, 진짜 쉬고는 싶은데 남들 다 나오니까 눈치가 보이고. 관리자들도 그걸 아는 거예요. 아니까 매번 막무가내죠.
한 번은 그런 적이 있어요. 다른 라인 사람인데, 큰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시골에 가야하니 특근 못나온다고 한 거예요. 그런데 여기다 대고 관리자가 뭐라고 했냐면, “거짓말 마, 큰집 전화해서 큰아버지 바꿔” 이 얘기를 들으니까 기가 차서 웃음 밖에 안 나오더라고요.
세상을 만드시고 그래도 하루는 쉬셨다는 하느님도 데려다가 특근시킬 놈들이죠.
상황이 이러니까 친척들이나 친구들이랑 멀어져요. 인간관계란 그저 공장 동료들뿐이죠. 가만 생각해보면 토요일, 일요일 나와서 일하는 게 아니라, 어딘가에 나의 주말 이틀을 빼앗기는 느낌이에요.
주말에 일 안하고 쉴 수 있으면, 글쎄요. 늘어지게 자거나, 저 지금 다리가 많이 안 좋아졌거든요. 운동 삼아 등산을 다니고 싶어요. 악기도 하나 배웠으면 좋겠고. 기타나 뭐 이런.
아, 주말에 일 안하고 쉴 수 있으면 그냥 행복할 거 같아요. 뭐 다른 거안해도.
[담쟁이편지] 임금을 40만원은 인상해야 살아갈 수 있다!
저임금의 온상 반월시화공단!
반월시화공단 노동자 권리 찾기 모임 ‘월담’에서는 작년 말 한 달 동안 반월시화공단 노동자들의 임금요구안 조사를 했습니다. 모두 236명이 설문조사에 응답을 해주셨습니다. 반월시화공단 노동자들은 상여금을 포함하여 월평균 168만원 가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평균 부양가족 수는 2.5명인데요, 이 돈으로는 살아갈 수 없으니 추가소득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2/3가 넘습니다. 반월시화공단에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노동자도 27%나 됩니다. 전체 노동자 중위소득의 2/3 이하를 받는 노동자, 즉 시간당 6,524원 미만을 받는 노동자를 ‘저임금 노동자’라고 하는데 반월시화공단에는 저임금 노동자가 45.5%나 됩니다.
전국공단노동자들이 함께 요구하다!
반월시화공단만이 아니라 가산디지털산업단지, 부산의 녹산공단, 대구의 성서공단에서도 같은 내용의 실태조사를 했습니다. 공단에서 일하는 저임금 노동자들이 잔업특근을 하지 않고 받는 임금이 106만원입니다. 법원이 개인 회생을 위해서 2인 가구 ‘최저생계비’로 정한 1,461,347원에 도달하려고 해도 40만원은 더 받아야 합니다. 저임금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요구도 바로 40만원이었습니다. 월담을 비롯한 여러 단체들은 공단노동자의 임금요구안을 모아서 3월 18일 경총(한국경영자총협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월 40만원 임금인상을 경총의 임금인상 지침에 반영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40만원 임금인상! 결코 많은 액수가 아닙니다.
40만원을 인상해도 최저생계만 유지할 수 있습니다. 임금은 6년째 동결되었는데, 대기업들이 투자하지 않고 쌓아놓은 사내유보금은 447조원입니다. 그러면서도 하청업체들에게 단가를 인하하라고 압력을 행사하고, 하청업체 사장들은 대기업에게 요구하는 대신 만만한 노동자들의 임금을 쥐어짜고 있습니다. 우리가 침묵하고 일만 하니까 기업은 잘 나가도 노동자는 살기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올해 녹산공단이나 가산디지털산업단지나 대구성서공단의 노동자들은 월 40만원 임금인상을 위해서 농성도 하고 집회도 한다고 합니다.
반월시화공단노동자들도 요구합시다!
잔업과 특근으로만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면 결코 정상적인 삶은 아닐 것입니다. 물론 올해 당장 40만원 올려달라고 하면 헛웃음을 칠 사장님들이 대부분이겠지요. 하지만 우리가 뭉치면 지역 사장님 전체를 불러놓고 교섭할 날이 올 것입니다. 그리고 원청대기업을 향해서 ‘비용을 너희도 부담하라’고 요구할 날이 올 것입니다. 이런 꿈을 같이 꾸기 위해서 ‘월담’을 만들었습니다. 같이 월담의 회원이 되고, 더 많은 노동자들이 모여 더 큰 힘을 발휘하게 되면 임금 40만원 올리라는 요구가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날을 위해서 모두 ‘월담’과 함께해요. 그리고 우리의 요구를 높이 외쳐요!
[빨간펜 노무사] no~no~no! 아직도 무료노동 하세요?
우리가 일하는 이유는 아주 명료합니다. 바로 임금을 받기 위해서이죠. 따라서 우리는 일한 시간에 대하여 그 대가로 임금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혹시 일을 하면서도, 내가 하는 게 “일(노동)”인지 몰라서 무료노동을 하고 있지는 않나요?
무료노동이란 정당한 노동에 대하여 대가를 받지 못하고 일하는 것을 말합니다. 아침조회나 운동을 위해 15분씩 일찍 출근하거나 20분씩 일찍 출근해서 대기하라고 하나요? 작업을 마친 후 청소를 위해 매일 20분씩 늦게 퇴근하지는 않나요? 점심시간인데 작업이 늦어져서 1시간이 아니라 30분-40분밖에 못 쉬진 않나요? 조금만 더 하면서 반복적으로 10분-20분씩 더 일면서도 임금은 딱 8시간치만 받지는 않나요? 그런데 이건 내가 하는 본업의 일이 아니라 일에 부수되는 시간이기 때문에 일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요? 어떻게 임금을 달라고 하냐고요?
아니에요!! 일의 시작시간과 종료시점은 원칙적으로는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에서 정하는 바에 따를 것이지만, 이와 달리 9시가 되기 전에, 6시가 지나서 하는 노동들 즉, 일을 위한 준비시간, 일을 마무리하고 작업실 및 작업대를 청소하여야 하는 시간, 작업의 시작이나 마무리를 위해 사용자로부터 명시적·묵시적 작업지시를 받는 시간은 모두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서 임금을 받아야 하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비록 10분이지만 일주일이면 1시간, 한 달이면 4~5시간, 일 년이면 50~60시간이고, 여러분은 이 시간들에 대해 임금을 지불받지 못한 것이고 사장님은 임금을 체불한 것입니다. 사장님은 여러분이 10분만 지각해도 1시간씩 임금을 깎겠다는데, 왜 우리는 10분씩 더 일한 것의 대가를 요구하지 않나요?
내 임금을 제대로 챙기고 싶다면, 매일의 근로시간을 기록하세요. 정확하게 몇 시에 일을 시작하고 몇 시에 끝났는지, 조회는 몇 시에 시작하고, 작업은 몇 시에 끝났는지, 청소는 언제 시작해 언제 마쳤는지 등등, 매일의 기록은 내가 일한 근로시간의 증거가 됩니다.
[월담의 한 달]
첫 번째 움직임, 선전전
3월 4일부터 7일까지 공단 곳곳을 돌며 월담 소식지를 나눠드렸어요. ‘월담’이라는 이름 뜻을 궁금해 하는 사람부터, 상담을 해오는 분, 함께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고 연락해 오는 대학생과 나이 지긋한 어르신, 노동관련 상담을 해주겠다는 변호사 등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죠. 앞으로도 월담에서는 일하면서 알아야할 노동법상식, 함께 고민해 봤으면 하는 이달의 이슈, 현장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이야기 등을 담아서 소식지를 만들어갈 예정입니다. 참, 월담소식지는 여러분들의 기고를 받아서 채워져요. 앞으로 많은 호응 부탁드려요~
두 번째 움직임, 문화제
‘반월시화공단노동자들의 희망을 담다’라는 주제로 월담의 첫 번째 문화제가 3월 14일 금요일 저녁7시 안산역에서 진행되었어요. 지나는 시민들에게 따뜻한 원두커피와 사탕도 나눠드렸고, 문화제 시작 전 6시부터는 전문가가 이야기해주는 노동법 상담과 자녀심리상담도 진행했어요. 월담 문화제는 누군가를 처음부터 초대해놓고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지나는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것으로 진행이 돼요. 문화제를 통해 우리가 일하면서 놓치고 살고 있는 ‘희망’과 ‘권리’를 이야기 하려고 해요. 문화제는 매월 두 번째 돌아오는 금요일 저녁 6시부터 안산역에서 펼쳐지니까 기억해 두셨다가 꼭 오세요. 우리 함께 이야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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