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벼락 이야기]
많은 이들에게 행복이란 먼 곳에 있는 ‘무언가’다. 유명한 노랫말 중에 이런 게 있지 않던가? ‘사노라면 언젠가는 좋은 날도 오겠지……’ 막연한 그 때를 기다라며 사람들은 오늘을 살아간다. 하지만 기다리던 때는 좀처럼 오지 않기 일쑤고, 결국 세월이 흘러 더 이상 기다릴 시간이 남지 않게 된 후에야 뒤를 돌아본다. 그리고 지나간 흔적들 중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조각들을 그러모아 이런 게 행복이었노라 말한다. 그렇다면, 행복이 이미 지나간 시간 속에 섞여있었다면 우리는 무엇을 기다려온 것일까?
사회에서 인정받는 직장과 부유함이 행복한 삶을 보장해 줄 것이라 믿는다. 대학은 그것을 얻기 위해 꼭 지나야할 관문이다. 때문에 아이들은 철이 들 무렵부터 마음껏 뛸 수도 없는 작은 교실 속에 갇힌다. 그리고 교실 보다 더 작은 책상 앞에 자신의 몸을 오그린 채로 해가 뜨고 다시 질 때까지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다가 죽었다. 250여 명의 고등학생들이. 눈을 감아야했던 곳은 물에 잠긴 비좁은 선실이었다. 아이들은 벽에 갇힌 채로 자라 벽 속에서 죽었다.
하루 10시간, 12시간, 14시간……. 주 60시간, 70시간, 80시간……. 가정보다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자식이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게 보다 좋은 대학에 보내야하고,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하나라도 더 많은 학원과 과외를 시켜줄 돈을 모아야하는 부모의 책임이라 믿었다. 그래서 잔업과 휴일특근이 일상이 되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자기 몸이 망가지는 것도 참고 일했다. 그 고통스런 삶과 맞바꿔 아들딸이 성장하는 모습이 곧 자신의 희망과 행복이었던 이들. 그런데 하루아침에 희망과 행복은 사라지고 고통스런 삶 밖에 남지 않게 된 너무나 평범한 바로 우리의 이웃들.
어른의 말을 믿고 기다리던 아이들은 되돌아보기에도 짦은 시간이 그들에게 ‘평생’이 되었다. 아이를 위해 참아왔던 어른들은 남은 평생에 온전한 행복을 기다릴 ‘기회가 사라져’ 버렸다. 행복한 때가 오길 기다리는 동안의 우리들은 행복하지가 않다. 인내와 기다림의 뒤에 행복이 올 거라고 누가 책임질 수 있다는 말인가? 이제 다시 생각해봐야할 때가 되었다. 세월호가 주는 진짜 교훈이 무엇인지를. 막연한 믿음과 기다림이 과연 진짜 희망인 것인지를.
[담쟁이편지]
“위험하니 안 된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선박을 불법 개조하고, 과적을 해서 사고를 낼 수밖에 없었던 세월호! 그 안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안 돼!”라고 말할 수 있었다면 이런 비참한 사고가 벌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우리 노동자들은 위험한 상황에서도 ‘안 된다’고 말하지 못하고 침묵하고 일하고 있다. 그래서 일을 하다가 노동재해로 죽거나 다치고, 유해화학물질이 누출되어 주민들도 피해를 입는다. 이런 현실을 바꿔야 안전한 일터가 된다.
기업의 이윤보다 노동자의 생명이 더 소중하다
반월⦁시화공단은 다른 지역보다 노동재해율이 무려 1.5배나 높다. 작은 회사들이 많기에 안전에 대한 투자를 기피하다보니 안전설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리고 시설도 노후화되어 위험이 매우 높다. 파견노동자들이 많아서 숙련도도 낮고 안전교육도 제대로 못 받고 있다. 기업들이 돈을 더 많이 벌려고 작업 속도를 높이다보니 사고도 많다. 기업의 이윤보다 노동자의 생명이 더 소중하다. 기업들이 안전에 투자할 비용이 없으면 정부아 지자체가 나서서 안전에 더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한다.
안전과 생명에 관한 업무는 직접고용해야 한다.
반월시화공단에는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회사가 많다. 석유화학제조사업장은 무려 1,074곳이나 된다. 안산고용노동지청은 화학물질취급사업장 안전보건 관계자들과 화학사고 근절을 위한 결의대회를 열고, 84개소 사업장을 대상으로 감독관 전담관리제를 시행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생색내기로 안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원청업체는 유해화학물질을 다루는 업무를 하청업체에게로 떠넘기고, 하청업체는 다시 작업자에게 위험을 떠넘기는 일이 반복되는 한 ‘안전’은 없다. 안전과 생명에 관한 업무는 반드시 직접고용해야 한다.
위험작업 중지권이 필요하다.
세월호의 선원들이 위험을 느꼈을 때 출항을 거부할 권리가 있었다면 이런 참사가 벌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에 보면 ‘급박한 위험으로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하였을 때에는 지체 없이 그 사실을 보고해야 하고,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노동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노동조합이 없거나 노조의 힘이 없으면 유명무실한 조항이다. 이런 권리가 있는지도 모르는 노동자도 많고, 현실에서는 작업을 중지하면 해고당한다. 노동자들이 단결해야 위험작업중지권을 가질 수 있다.
알 권리가 필요하다.
회사에서 다루는 유해화학물질이나 안전시설 정보를 노동자와 지역주민 모두가 알 수 있어야 한다. 삼성전자의 불산누출사고로 동탄 주민들이 위험했고, 구미의 불산누출로 지역주민들이 대피할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사고는 노동자들도 위험하게 하지만 지역 주민들에게도 나쁜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노동자와 지역 주민이 위험에 대해서 잘 알고 대처할 수 있어야 하며, 기업이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서 안전장치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노동자와 주민들이 함께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안전에 대한 기업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빨간펜 노무사]
최저임금 인상에 우리가 힘을 보탤 수 있습니다.
매년 초가 되면 우리는 올해의 최저임금이 알게 됩니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어쩔 수 없이, 결정된 최저임금 정도 또는 이를 약간 상회하는 임금을 받으며 살아가죠. 국가가 발표하는 것이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최저임금 수준에 따라 우리네 임금이 결정되고 보니, 최저임금이 너무 낮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최저임금의 수준은 정말 국가가 혼자서 결정하는 것일까요?
최저임금은 매년 공익위원, 사용자위원, 근로자위원 9인씩이 모여, 4월에서 6월까지 심의회의를 거쳐 의결하게 됩니다. 사용자위원은 전국적 규모의 사용자단체 중 고용노동부장관이 지정하는 단체에서 추천하는 사람 중에서, 근로자위원은 총연합단체인 노동조합에서 추천하는 사람 중에서, 공익위원은 고용노동부장관이 추천하여 대통령이 위촉합니다. 결국 근로자를 대변하는 근로자위원 9인, 사용자를 대변하는 사용자위원 9인,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공익위원 9인이 모여서 결정을 하는 것인데, 사실상 근로자를 대변하는 9인과 사용자를 대변하는 18인이 논의를 하게 되는 것이죠. 근로자위원들이 각종 자료와 통계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면, 매년 사용자위원과 공익위원은 경제 불황에 따른 기업의 어려움과 최저임금 인상할시 신규고용 불가, 해고자 양산을 핑계로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합니다. 매년 절대적 수적 우위를 자랑하는 자본의 고집에 근로자위원들은 논의의 가능성을 잃고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장을 뛰쳐나옵니다. 그러면 회의는 파행 끝에 공익위원과 사용자위원들끼리 맘대로 최저임금을 결정하여 공표하는 것으로 최저임금 결정은 끝이 납니다. 이것이 실제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모습입니다. 절망스러운가요?
절대 다수 노동자의 생계를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사용자위원과 공익위원이 최저임금 동결을 고집하거나 근로자위원들이 회의장을 뛰쳐나오지 못하도록 하려면 노동자들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매년 많은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을 인상하라고, 이대로는 도저히 못살겠다고,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사용자위원과 공익위원을 압박하고, 근로자위원들에게 힘을 내라고 응원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하네요. 최저임금을 받는 여러분들이 최저임금이 너무 낮다고, 너희들이 이렇게 받고 일해보라고, 이렇게는 살 수가 없다고 직접 말해주세요. 행동해주세요. 참여해주세요. 월담은 작년에 여러분들이 직접 해주신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반월시화공단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54만원의 임금인상 요구합니다. 법정 최저임금은 시급 7,173원을 희망합니다. 월담의 활동에 관심 가져 주시고,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목소리를 내주시기 바랍니다.
[월담의 한달]
5월에도 어김없이 선전전과 월담문화제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번에 배포된 월담소식지는 ‘5월 1일 노동절은 쉬어도 임금이 나오는 날’, ‘휴식시간 제대로 챙겨서 쉬자’라는 내용으로 채워졌고, 5월 9일 진행된 문화제에서는 이번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분들을 추모하고 다시는 이러한 슬픔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돈보다 사람이 우선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가 행동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지난해 겨울에 진행된 반월시화공단 노동자 ‘임금요구안 실태조사’결과 분석작업이 최종 완료되었습니다. 이 결과는 지역 언론사에 보도 자료로 배포했고, 설문에 응해주신 분들에게 문자로 전송도 했습니다. 반월시화공단의 노동자들은 월 54만1천원의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으며, 법정 최저임금은 시급 7,173원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우리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는 않겠지만,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반월시화공단 노동자들의 현실을 바꿔내기 위한 다양한 행동들을 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5월 15일 공단정책팀 모임이 있었습니다. 지난 2011년과 2014년에 각각 진행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반월시화공단노동자들의 노동권’에 대해 살펴보았는데, 안산의 특징 중 하나가 1인 부양 여성이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많다는 것과 출퇴근하는 노동자들의 시스템에 맞는 보육시설의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또한, 매번 지적되는 문제인 저임금과 초장시간 노동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과 아파도 병원에 갈 시간도 여유도 없는 노동자들, 사고가 발생해도 산재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 대한 문제점도 짚어 보았습니다. 이 모임은 매달 진행되며, 이후 보고서 형태로 정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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