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주로 살펴보는 공단뉴스 (2023.7.4.-2023.7.18)
○ 지역소멸을 왜 이주노동자가 책임지나, 지역 이동 자유까지 막는 정부
정부가 지난 7월 5일,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열어 ‘외국인 근로자 숙식비, 사업장 변경 및 주거환경 관련 개선방안’을 의결했습니다. 이에 따라 오는 9월부터 비전문직 취업비자(E-9비자)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들은 최초 근무를 시작한 지역 안에서만 사업장 변경을 허용한다는 계획인데요. 말만 개선 방안 일뿐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오히려 더 짓밟는 내용이나 다름없어서 비판이 거셉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의 배경을 수도권 등으로의 인력 이동에 따른 심각한 지역 소멸 위기 대응에 두고 수도권, 충청권, 전라·제주권과 같은 일정한 권역과 업종 내에서만 사업장 변경을 허용하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안 그래도 사업장변경도 쉽지 않은 터에 조선업과 같은 인력난이 심각한 업종은 세부 업종 안에서만 사업장 변경이 가능하게 한다는 계획도 포함했습니다.
현행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3년간 3회로 제한하고 있어 '강제노동 금지원칙' 위반이라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개선은 커녕 '지역 이동 제한'까지 더해 이주노동자를 더욱 더 옭아매는 정책을 내놓은 것입니다. 이주노동자의 인권은 안중에도 없이 오직 사업주들의 이익에만 철저하게 이용하더니, 이젠 지역소멸위기의 책임까지 지우겠다는 돼먹지도 않은 계획은 도대체 어느 분의 머리에서 튀어나온 생각인지 모르겠습니다.
<관련기사>
정부, 이주노동자 ‘지역 이동’ 제한…9월 입국자부터 적용 (2023-07-05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098868.html
이주노동자들 "우리는 기계 아니고 사람…기본권 보장하라" (2023.07.11. 노컷뉴스)
https://www.nocutnews.co.kr/news/5974847
○ 경기도, 매년 200명 이상 산재사망.. 그런데도 중대재해처벌법이 ‘킬러규제’라는 정부
경기도가 산재 사망자수를 대폭 줄이기 위한 종합계획을 내놨습니다. 지난해 도내 각종 사업장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수는 256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전국 산재 사망자의 29.3%(874명)에 달합니다. 사실상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많은 산재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인데요. 70%가량이 건설과 제조분야에서 발생한다고 합니다. 도시 개발에 따른 공사가 많고, 소규모 사업장이 밀집해 있는 탓입니다. 경기도는 중대재해 처벌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매년 수 백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만큼 ‘산재사고사망 감축목표’를 오는 2026년까지 달성한다는 계획입니다.
구체적으로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 사업장 위험 요인 분석과 안전 교육, 캠페인 등 지원정책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특히, 2024년까지 도내 모든 시군에 산재 예방 조례가 제정되도록 유도한다는 계획도 내놨습니다. 내놓은 대책이 뭔가 획기적인 계획으로는 보이지는 않습니다만, 지켜봐야겠지요.
그런데 정부정책은 이와 반대로 흘러가는 모양새입니다. 윤석열이 하반기 국정 화두로 '킬러규제 철폐'를 강조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가능성이 다시 도마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최근 발족한 '킬러규제 개선 태스크포스(TF)' 킥오프 회의에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업무 총괄자가 회의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대재해법 개정 관련 논의는 본격화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윤석열은 "기업인들의 투자 결정을 막는 '킬러규제'를 팍팍 걷어내라"고 지시했다고 하지요. 중대재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법을 ‘킬러규제’로 규정한 윤석열, 노동자 죽이는 진짜 ‘킬러’ 아닌가 싶습니다.
<관련기사>
경기도 산재사망 매년 200명…사고만인율 0.51→0.29 목표수립 (2023.07.10. 경기신문)
https://www.kgnews.co.kr/mobile/article.html?no=755187
중대재해법 개정 수순? 윤 대통령 '킬러규제 제거' 발언 파장 (2023.07.05. 한국일보)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3070513520001907
○ 여성, 비정규직, 작은사업장 노동자, 초단시간 노동자일수록 노동조건 열악
민주노총이 전국의 미조직 중소영세비정규노동자 533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3년 전국 노동조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여성, 비정규직,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15시간미만 초단시간 노동자일수록 노동조건의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부 내용을 보면, 최근 1년 내 체불임금이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100인 이하 작은 사업장 노동자(73.1%), 15시간미만 초단시간 노동자(30.6%)와 52시간 초과 장시간 노동자(43.7%)에게 집중된 경향을 보였습니다. 비정규직의 60.8%가 제대로 공휴일을 쉬지 못하고 있었고, 휴게실 유무에 대해서는 5인 미만 49.4%, 5~19인 미만 39.1%의 노동자가 휴게시설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30인 이상 사업장이라면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노사협의회는 17.7%만이 있다고 답했고, 경영상 해고 시 협의 등을 하는 근로자 대표는 24.2%만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선출방식에 대해서는 10.7%만이 직접선거를 한다고 답했고, 35.3%는 ‘모른다’고 답하면서 노사협의회와 근로자대표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이 드러났습니다.
결국 여성, 비정규직, 작은 사업장 노동자일수록 더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고 있고, 이들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되었습니다. 열악한 처지에 놓여 있는 노동자들이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제대로 누릴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장치가 서둘러 마련되어야겠습니다.
<관련기사>
미조직 작은사업장 노동자 노동실태 살펴보니 ‘임금체불, 공짜노동 심각’ (2023.07.11. 노동과세계) http://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502987
미조직 노동자 4명 중 1명만 근로자대표 “있다” (2023.07.12. 매일노동뉴스)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6140
○ ‘시럽급여’라는 유치한 말장난으로 실직노동자 우롱하는 정부 여당
정부·여당이 현재 최저임금의 80% 수준인 실업급여 하한액을 더 낮추는 것을 넘어 ‘하한액 폐지’까지 언급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가 7월 12일 ‘실업급여제도 개선 공청회’를 열고, “지난해 28%에 이르는 45만3천명이 일하고 받는 세후 월급보다 실업급여를 더 많이 받는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며 고용보험 개편 논의에 불을 지른 것인데요. 그러나 노동계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부 여당의 주장이 틀렸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노동 시간과 사회보험료 지원 사업(두루누리 사업) 등을 고려했을 때 실업급여 하한액이 세후 최저임금보다 많은 경우는 많아야 5~6% 수준에 그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반면 실업급여 하한액 폐지가 저임금 노동자에게 미칠 영향은 막대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한액이 폐지되면, 최저임금 노동자 수준에서는 월 60만 원 정도 급여액이 준다는 학계 연구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직장갑질119과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이 지난 3월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실직경험’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계약기간 만료(83.2%), 권고사직·정리해고·희망퇴직(25.5%)등 '비자발적 퇴사'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정부 여당의 눈에는 ‘시럽급여(달콤한 급여라는 의미로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실업급여를 두고 한말)’를 받겠다고 자발적으로 실업자가 되는 비양심적인 사람들이 넘쳐나는 모양입니다. 정부는 실업으로 고통 받는 이들의 유일한 기댈 구석인 실업급여로 장난질 치지 말아야합니다.
<관련기사>
‘월 185만원’ 실업급여 하한액마저 없애나…“최저생계 위협” (2023.07.12. 한겨레)
https://m.hani.co.kr/arti/society/labor/1099885.html?_fr=gg#ace04ou
[‘시럽급여’ 희화 근거 OECD 보고서 보니] 실업급여 하한 없애면 노동시장 이중구조 고착 (2023.07.17. 매일노동뉴스)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6232
○ 2024년 최저임금 2.5%로 오른 시급 9860원, 물상승률에도 못 미쳐
최저임금위원회가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15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을 240원 오른 시급 9860원으로 결정했습니다. 월급(월 209시간 노동)으로 환산하면 206만740원입니다. 한국은행이 추산한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3.5%라고 합니다. 기획재정부 추산 물가상승률도 3.3%입니다. 그런데도 최저임금은 고작 2.5%로 올랐으니, 이걸 올랐다고 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결정된 만큼 실질임금은 오히려 삭감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나 마찬가지인 저임금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의 한숨소리가 벌써부터 들려옵니다.
<관련기사>
내년 최저임금 시급 9천860원·월급 206만740원…2.5% 인상 (2023.07.19.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23071902400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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