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담과 함께 격주로 살펴보는 공단뉴스 (2023. 6. 7. - 2023. 6. 20.)
● 대법원, 판결로 ‘노란봉투법’ 인정
‘노란봉투법’을 알고 계시나요? 노동조합이 파업을 하거나 쟁의행위를 하면 회사가 그 노동자들에게 천문학적인 숫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사례를 들어보신 적 있으시지요? 이에 대하여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노동조합 조합원의 손해배상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하는 ‘책임 제한의 개별화’가 그 핵심 내용입니다. 회사의 손해배상금을 시민의 힘으로 모아보자는 ‘노란봉투’ 운동이 시초가 되어 개정안이 회부되기까지에 이르게 되었는데, 국회가 제대로 일을 하지 않고 있는 와중에 지난 15일 대법원이 노란봉투법의 취지에 맞는 판결을 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현대자동차가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 노동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는데, 대법원은 노동조합과 개별 조합원 등의 손해배상 책임 범위를 동일하게 보는 것은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고, 손해의 공평 및 타당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도 어긋난다며, 개별 조합원의 책임 정도는 그 지위와 역할, 쟁의 행위 참여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이제 ‘파업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회사가 일일이 그 손해의 발생 경위 등에 대해 증명을 해야 하는데요, 재계에서 “불법쟁의행위를 인용한 꼼수 판결”이라고 비판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전에는 자신이 입은 손해의 범위만 증명하명 되었는데, 이제는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손해의 기여도를 평가해서 증명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었으니까요. 노동계에서는 일단 대법원 판결을 환영하면서도, 여전히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법원의 태도를 비판하였습니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법 제3조와 더불어 다른 주장도 담고 있는데요. △사용자 범위 확대, △쟁의행위 대상 확대 등에 대한 내용도 담겨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마음 놓고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누릴 수 있도록 빨리 개정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 대법원, 판결로 ‘노란봉투법’인정...“파업 노동자 책임제한(한겨레, 6월 15일)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96096.html
▲ 대법, 여 ‘노란봉투법 판결’ 비판에 ”부당한 압력 작용, 사법권 독립성 침해(프레시안, 6월 19일)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3061916003226903
● 청산한다는 한국와이퍼, 노조 몰래 대체생산
한국와이퍼 투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노동조합 몰래 대체생산을 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한국와이퍼는 일본의 ‘덴소’라는 회사의 자회사인데요. 반월시화공단에 입점해 있고, 자동차 와이퍼를 생산하는 기업입니다. 한국와이퍼는 일방적인 청산을 발표하고 대량해고를 예고해왔는데요. 노동자들은 고용승계를 위해 모회사 덴소가 있는 일본으로 건너 가 항의를 하는 등 해결을 요구하며 투쟁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경영악화를 이유로 일방적으로 청산을 결정했던 한국와이퍼가 국내 다른 공장에서 노동조합 몰래 와이퍼 부품을 만들어 현대자동차에 납품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매일노동뉴스가 15일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덴소코리아가 지난해 8월 현대파 공장에 납품하는 한국와이퍼 제품 생산중지 결정을 내린 뒤에도, 덴소코리아는 계약상 차질없이 물량을 납품했습니다. 대체생산을 하고 있었던 것이죠. 고용승계 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동조합과 4차례에 걸쳐 교섭을 진행하고 있는 와중에 대체생산을 하였다는 것인데, 노동조합법 위반이 될 수도 있는 사안입니다.
한국와이퍼는 지난해 7월 사업을 정리하겠다고 발표한 후 노동자 284명에게 조기퇴직신청하라고 통보한 바 있습니다. 노동조합은 단체협약위반을 금지하라는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퇴직절차진행에 제동이 걸렸지만, 회사는 청산 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한다며 공장 내 생산설비 매각을 통보하면서 갈등이 본격화되었습니다. 현재까지도 고용승계절차가 이뤄지지 못해 투쟁이 지속되는 중입니다. 한국와이퍼 노동자들이 고용승계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 한국와이퍼 대체생산, 현대차에서 사실확인(매일노동뉴스, 6월 20일)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5664
▲ 한국와이퍼 노동자들, 일본 덴소 상대 원정투쟁(오마이뉴스, 6월 13일)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936051
● ‘다음소희’를 막기 위한 대책
‘다음소희’라는 영화를 보신 분 계시나요? 콜센터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소회가 학교와 업무의 압박에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인데요. 현장실습제도의 병폐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논의가 되어 왔지만, 뾰족한 대안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습니다. 학생으로서 학습권을 보장받지 못한채 현장실습에 나가 노동자로서의 권리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일하게 되는 실태가 전혀 시정되지 못하고 있었는데요.
이에 지난 17일에 80여개 노동·시민단체가 모여 ‘직업교육바로세우기·현장실습폐지 공동행동’을 출범시켰습니다. 직업계고 현장실습 피해자 가족모임과 88개 노동·시민단체가 모인 ‘직업교육바로세우기·현장실습폐지 공동행동’은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전교조에서 출범식을 열고 “직업계고 학생들의 빼앗긴 학습권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회복하고자 출범을 선언한다”고 밝혔습니다.
대학교에도 현장실습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2020년 6월에는 신안산대학교에서 서울반도체로 현장실습을 나간 학생이 방사선에 피폭되는 사고가 발생되기도 하였는데요. 직업계고 현장실습 뿐만 아니라 대학생 현장실습제도도 많은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과 김용균재단 등이 모인 ‘대학생 현장실습 대응모임’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습시간부터 실습지원비까지 자율에 맡겨진 ‘대학생 자율 현장실습학기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현장실습제도의 문제점이 심각한데 왜 국가는 현장실습제도를 유지하는 것일까요. 사실 현장실습은 “진로와 관련하여 취업 및 직무수행에 필요한 지식·기술 및 태도를 습득할 수 있도록 교육한다”는 취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1973년 법률 개정 이후 국가는 직업계고 학생들이 재학 중 기간산업체에서 일정기간 현장실습을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강제했고, 결국 산업체에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역할에 그치고 말게 되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대학교까지도요.
‘다음소회’를 막기 위한 대책, 지금까지와 같은 현장실습제도를 폐지하고 실질적인 직업교육이 이뤄지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요.
▲ ‘대학생 현장실습’ 자율이란 이름의 열정페이(매일노동뉴스, 6월 20일)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5558
▲ ‘다음소회 방지법’으론 부족, 현장실습폐지 공동행동 출범(매일노동뉴스, 6월 20일)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5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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