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담과 함께 격주로 살펴보는 공단뉴스 (2024.3.27. ~ 2024.4.8.)
● 산업단지를 산업단지답게 하는 정책
국토교통부에서 산업단지 재생사업지구 활성화구역 확산을 위해 재생사업을 추진 중인 42곳의 산업단지들이 있습니다. 이 재생사업은 노후화된 산업단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재생사업지구내 문화·편의·지원 기능을 강화해 청년과 첨단산업 유입이 많은 혁신공간으로 전환해 가는 사업입니다.
이 사업을 진행할 활성화구역을 발굴하는 방식은 국토부에서 공모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좀 더 지속적인 사업이 되도록 정기 공모가 아닌 상시 공모로 전환한다고 합니다. 요건도 완화해서 해당 요건인 1만㎡에 미달하더라도 필요성이 인정되면 선정을 하고, 선정 후에는 컨설팅을 통해 계획을 수립하고 타당성 검증을 거쳐 활성화구역으로 지정됩니다. 지정될 경우 건폐율과 용적률이 최대한도까지 허용되고, 용지매각수익을 재투자해야 하는 의무가 면제되는 등의 특례가 주어집니다.
이 같은 사업의 목적은 산업단지의 이미지를 변신시키는 것입니다. 노후화된 곳, 제조업 공장만 들어선 곳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 문화와 편의 기능이 확충된, 그래서 청년노동자들이 찾는 곳으로 변화시켜나가겠다는 뜻입니다. 산업단지에 편의의 요소를 더하고, 깨끗함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문화시설을 확충해 청년친화적으로 만들겠다는 정책은 그간에도 정부의 산업단지 정책에서 종종 언급되었던 것이기도 합니다.
3월 말 경남도지사 역시 창원국가산업단지 내의 문화센터, 문화콘텐츠 지원시설을 방문한 자리에서 ‘일터와 삶터가 공존하는 산업단지’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문화산업에 대한 지속적 지원 약속과 함께, 복합문화공간 신축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산업단지에 ‘문화’를 더하는 정책, 문화가 있는 산업단지 조성은 국토부 뿐만 아니라 산업무, 문체부를 포함한 세 개 부처가 관련되어 있는 사업입니다.
반월시화공단 역시 이러한 사업들이 시행될 수 있는 재생사업지구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안산시도 산업부와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지원공모사업에 선정되어, 200억을 지원받아 청년문화센터를 추진한다고 합니다. 안산스마트허브 내 청년 노동자 비중이 전국 평균보다 낮은 13.9%로 나타난 데에 따른 정책입니다.
우리가 일하는 산업단지가 좀 더 깨끗해지고, 활발해진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산업단지가 어떤 공간인지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됩니다.
산업단지는 산업의 활동을 수행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제조업 공장들을 한 곳에 모아 그 집적의 효과를 얻기 위한 것으로, 제조업이 우리 산업에서 차지하는 중요도를 보여주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산업단지의 본래적 의미보다 그 ‘땅’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경제적 효과에 주목하는 시선이 더 많습니다. 제조업 공장은 임대로 바뀌고, 지식산업센터는 부동산 투자의 대상이 되어 갑니다. 문화시설, 지원시설이라는 명목으로 산업단지의 땅을 제조업 외의 명목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늘어나는데, 정부는 오히려 그를 정책의 명분으로 삼습니다. 안산시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공모사업 지원에서 산업단지 노후화 개선과 산업위기 타파를 강조했다고 하는데, 그 대안이 왜 청년문화센터 조성인지는 무척 의문입니다.
산업단지 본래의 목적에 충실한 변화는 불가능한 것일까요? 깨끗하다는 것은 표면적 이미지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노후화된 시설을 개선하고, 그래서 더 안전한 일터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에서 그 내실이 갖추질 것입니다. 공단이라는 땅을 변화시키는 것 이전에 공단에 밀집한 제조업 작은 사업장에 대한 지원을 내실 있게 할 때 공단이 더 일할 만한 곳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또한 일을 마치고 퇴근하기 바쁜데 문화공간을 공단에 만드는 것이 정말 우선되어야 할 일인지도 의문입니다. 더 짧은 시간 일해도 충분한 여가를 누릴 수 있는 적정한 임금을 보장하고, 그래서 일이 생활의 시간을 침식하지 않을 때, 그때에야 우리는 ‘문화’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문화적 삶이 일하는 삶과 양립한다는 것은 공간만 뒤섞는다고 되는 일은 아닐 것입니다.
청년, 문화, 첨단이라는 듣기만 좋은 말들이 아닌, 산업단지는 산업단지답게 키워가는 정부의 정책을 바랍니다. 그리고 공단 노동자들의 일과 삶이 각각의 공간에서 더 건강하고, 더 여유로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관련 기사>
• 노후산업단지 활성화구역 수시 발굴한다 (조경뉴스, 3월 28일)
https://www.lafent.com/inews/news_view.html?news_id=133766
• 산업단지는 일과 삶이 공존하는 공간돼야 (경남매일, 3월 28일)
http://www.gnmaeil.com/news/articleView.html?idxno=538077
• 안산시, 200억 들여 청년문화센터 등 추진…“산단 청년 근로자 13.9%” (경기일보, 4월 1일)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40401580099
● 시흥시, 노동 안전 지킴이 활동 시작
시흥시 ‘노동 안전 지킴’이 활동이 3월 27일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산업안전 자격증 소지자 및 안전관리 경력 3년 이상으로 구성되었으며, 2인 1조로 2팀이 운영됩니다.
이들은 건설ㆍ제조업 분야 등 산업현장의 안전을 강화하고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활동을 수행합니다. 공사비 50억 원 미만인 소규모 건설 현장 및 근로자 50인 미만인 제조업 사업장 등 산업현장을 방문해 ▲개인보호구 착용 여부 ▲추락ㆍ낙하 위험장소 방호조치 상태 ▲화재ㆍ폭발 예방조치 등 안전 수칙 준수 여부 사항을 수시로 점검하고 지도하게 됩니다.
더불어서 안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외국어로 된 안전 수칙 안내문도 배포하고, 대상이나 기간별 위험 요인을 고려한 맞춤형 캠페인도 매월 첫째 주 수요일마다 진행한다고 합니다.
시흥시뿐만 아니라 전국 여러 시도에서 노동 안전 지킴이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시흥시의 경우에는 2020년부터 노동 안전 지킴이를 운영해 왔습니다. 지난해에는 총 1,523곳의 산업현장에 안전점검을 시행하고 4276건의 개선 조처를 했다고 합니다. 올해는 12월까지 9개월 동안 현장점검을 수행하고, 지난 해 점검한 제조업 사업장에 대해 모니터링도 진행한다고 합니다.
노동 안전 지킴이를 통해 일터가 더 안전한 곳이 되기를 바랍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너무도 부족한 규모입니다. 시의 공고에 따르면 노동 안전 지킴이는 월 19일간 활동하며, 매일 4.5개의 사업장을 살펴야 합니다. 그렇게 1년 간 770회의 현장 점검을 시행하도록 하는 것이 사업의 목표입니다. 그런데 시흥시의 제조업체는 모두 6,557개(2023.12. 기준)이고, 시흥시에 착공된 건설 현장 수는 871곳입니다. 결국 이 모든 곳을 돌아볼 수는 없습니다.
우리의 일터가 더 안전한 곳이 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 스스로가 감시하는 시선이 되어 안전의 주체가 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노동 안전 지킴이 활동이 유의미해지기 위해서는 일터의 노동자들과의 연결, 노동자들의 안전에 대한 발언권 확대가 더욱 필요하고 중요합니다. 노동조합이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안전에 대해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고, 개입할 수 있는 정책이 지자체나 고용노동부 등 유관기관에서 더 많이 고안되기를 바랍니다.
<관련 기사>
• 시흥시, ‘노동 안전 지킴이’ 활동 개시…산업재해 예방 총력 (NSP통신, 3월 27일)
https://www.nspna.com/country/?mode=view&cid=7009&newsid=690296
● 22대 총선, 조선소와 공단지역 국회의원 후보자 질의
금속노조에서 산업단지를 포함하고 있는 선거구 35곳에 출마한 후보 101명과 주요 조선소가 있는 선거구 9곳에 출마한 후보 28명에게 정책 질의를 했습니다. 그 결과가 4월 3일 발표되었는데, 노동자들의 질의에 성실하게 응답한 후보자들은 산업단지 소재 선거구 후보 23명, 조선소 소재 7개 선거구 후보 9명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자신이 출마한 지역의 주요 산업을 지탱하고 있는 산업단지나 조선소에 대해 응답조차 못하는 나머지 후보들은 과연 국회의원으로서의 자격이 있는 걸까 의심하게 됩니다.
금속노조의 질의에 응답한 후보들은 다단계 하도급 금지에 동의했고,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원청회사와 교섭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노조법 2.3조 개정)에 동의하는 의견을 보내왔습니다. 이는 조선소와 관련한 질문이었지만, 공단 노동자들에게도 매우 관련이 높은 질문입니다.
산업단지와 관련해서는 기업들과 노동자들간의 공동 노사협의회와 공동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구성에 모두 동의했습니다. 작은 사업장이 밀집한 공단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질문인데, 이 같은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데 같은 의견이었습니다. 또 산업단지에 관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 점검하는 과정에 노동자들이 참여해야 한다는 점,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의 권리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공감을 표했습니다.
22대 총선에서 노동자, 민중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나선 후보들의 당선 확률이 현실적으로 높지는 않을 겁니다. 많이 당선된다면 좋겠지만, 적은 수더라도 국회에서 열심히 뛰어 주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 이번에 금속노조에서 질문한 제도개선안들은 법이나 정책의 변화가 필요한 부분들이기에 국회의원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그들을 움직이는 것은 또한 노동자들의 단결된 힘과 일치된 목소리입니다. 다단계 하도급 금지, 하청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 책임, 작은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일터의 운영과 관련 정책에 대한 노동자의 개입 등은 모두 우리의 노동과 관련된 중요한 요구들입니다. 선거의 결과와 무관하게 계속 노동자들이 요구하며 싸워나가야 할 부분이라는 점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관련 기사>
• 산단·조선소 선거구 출마자 “노조법 개정 찬성” (매일노동뉴스, 4월 3일)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0871
● 경기도, 이주노동자 공공 기숙사 건립 첫 발
속헹씨를 기억하시나요? 열악한 비닐하우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속헹씨는 캄보디아에서 온 이주노동자입니다. 3년 전인 2020년 12월의 일입니다. 그리고 고용노동부는 2021년 1월부터 농어업 분야에서 불법 가설 건축물을 숙소로 제공하는 경우에는 고용허가를 불허하고, 해당 이주노동자가 희망한다면 사업장 변경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같은 조치는 2021년 7월부터는 제조업, 건설업, 서비스업 등 전 업종으로 확대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숙소 문제는 쉽사리 해결되지 않았는데요, 이번에 경기도에서 안성, 파주, 포천, 양주, 연천 등 5곳에 이주 노동자 기숙사를 짓는 사업을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이 기숙사는 지방자치단체가 건물을 신축하거나 기존 공간을 개·보수해서 공급합니다.
경기도와 각 시·군이 재정을 합쳐 추진하고 있는데, 총 약 250명 이상의 이주 노동자가 지낼 수 있는 규모라고 합니다. 개소별로 30~50명이 거주할 수 있는 규모이기에 늘어나는 이주 노동자 수에 비해 한없이 부족하지만 반가운 소식임은 분명합니다. 경기도는 개별 시·군을 설득해 계속 공공 기숙사를 늘려나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관련 기사>
• 속헹씨 비극 3년…경기도 '외국인 노동자 공공 기숙사' 건립 첫 발 (인천일보, 3월 31일)
https://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242389
• [인터뷰]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 김달성 목사 "이주 노동자 처우 개선돼야" (인천일보, 4월 7일)
https://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243605
●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 약속, 책임’
세월호 참사 10주기가 곧 돌아옵니다. 그에 앞서 8일에는 세월호 가족들과 안산 시민들이 안산시의 25개 동을 노랗게 물들이며, ‘4.16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선포식’을 열었습니다.
기자회견을 연 ‘4.16 기억마을모임’은 마을에서부터 세월호를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해 안산 시민들이 꾸린 모임이라고 합니다. 이날 세월호 가족들은 지난 10년간 세월호 참사를 함께 기억하고 추모해 온 안산 시민들에게 감사함을 표했고, 25개 동에 노란 꽃을 나누며 안산 시민들은 세월호 가족들에게 잊지 않고 있음을, 여전히 함께 추모하고 있음을 전했습니다.
추모 일정들이 4월 중 계속 진행됩니다. 잠시 시간을 내어 기억하고 추모하며, 다른 사회를 향한 다짐을 함께 했으면 합니다.
<추모행사 일정>
* 더 자세한 추모일정은 4.16연대 홈페이지를 참조해 주세요.
△ 세월호참사 10주기 4.16기억문화제 in 서울
2024년 4월 13일(토) 오후 3시30분, 서울시청 앞
△세월호참사 10주기 기억식 : 2014년 4월 16일의 "기억, 약속, 책임"
2024년 4월 16일(화) 오후 3시, 안산 화랑유원지 제3주차장
△ 세월호참사 10주기 4.16 기억물품 전시 <회억정원(回憶庭園)>
⦁ 전시기간 : 2024. 3. 29 (금) ~ 5. 5(일) * 주말, 법정공휴일도 운영
⦁ 전시장소 : 안산 문화예술의 전당 화랑전시관 3, 4전시실
⦁ 전시구성 : 세월호참사 단원고 희생자들의 유류품 및 유류품을 활용한 예술창작작품 전시
⦁ 문의 : 070-4248-8673 (4.16재단 나눔사업2팀)
⦁ 자세히보기 : http://10thcyclecommittee.org/business13/1
△ 온라인기억관에 추모 메세지를 남겨주세요!
지금, 10주기 추모메세지 남기기 : https://416foundation.org/온라인-기억-공간/
<관련 기사>
• 안산 25개동 노란꽃 나누며 알았다…“안산은 세월호를 잊지 않았다” (한겨레, 4월 8일)
https://www.hani.co.kr/arti/area/capital/1135733.html
• [10주기] 세월호참사 10주기 기억추모 프로그램 (4.16연대 홈페이지)
https://416act.net/29/?idx=19228349&bmod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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