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담과 함께 격주로 살펴보는 공단뉴스 (2024. 9. 3. - 2024. 9. 23.)
○ ‘역대급’ 임금체불 발생
고용노동부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동안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가 15만503명으로 집계되었다고 합니다. 체불액도 1조436억원에 달해 역대 최대규모입니다. 작년 상반기와 비교할 때, 체불액은 2천204억원(26.8%), 피해 노동자는 1만8천636명(14.1%) 증가했다고 하네요. 작년 한 해 체불액이 1조7천846억원으로 역대 최대규모였다는데, 올해엔 상반기에만 벌써 1조원을 넘어섰습니다. 올해 사상최초로 2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습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산지역본부 부설 노동상담소의 발표에 따르면, 작은 사업장일수록 체불규모가 크다고 합니다. 상담소가 작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진행한 민원 중 체불임금 상담 비율은 32.2%였고, 그 중 30인 미만 사업장이 과반이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전체 체불액의 74%가 작은사업장에서 발생했다는 노동부 조사 결과와도 비슷합니다.
이렇게 체불임금 규모가 늘어나는 이유로는 경기부진 등 경제적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하네요. 내수부진으로 자영업자 폐업이 늘어난 것도 한 몫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이어집니다.
문제는 이렇게 피해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역할은 미미하다는 점입니다. 상습 체불 사업주에 대한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의 ‘임금체불방지법(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다고 하니 그나마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에 전문가와 노동계는 임금체불 관련 시효를 연장하고, 체불임금액에 대한 제재 수단을 강화하며, 적극적으로 사건을 조사하고 상담지원을 강화하는 등의 대안을 촉구했습니다. 이 중 시효관련한 문제를 살펴보자면, 현재 임금을 체불한 근로기준법위반죄의 경우 형사시효가 5년입니다. 그런데 민사상 임금채권의 소멸시효는 3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균형이 맞지 않죠. 임금이 체불된지 3년이 넘은 경우 사용자가 형사처벌을 받을 수는 있지만, 체불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의무는 소멸하는 것입니다. 임금채권의 시효를 5년으로 늘린다면 피해노동자의 임금청구원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달 논란 끝에 취임한 김문수 장관은 첫 번째 업무로 임금체불 강경 대응을 지시했는데요. 극우‧반노동 발언을 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4년동안 5억을 벌었다는 김문수 장관에게 임금체불문제의 해결을 기대해야 한다는 사실이 참 모순적입니다.
<관련기사>
· ‘역대급’ 임금체불에 “노동자는 하루하루 고통”(2024-09-12 오마이뉴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63232
· 이번해 상반기만 1조436억...“‘임금체불’ 소멸시효 5년으로 연장해야”(2024-09-10 투데이신문)
https://www.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9395
· 상반기 임금체불액 1조 넘어...‘사상최대’ 작년보다 27% 늘었다(2024-08-01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240731154800530
○ 아리셀 책임자 3명 기소의견 검찰 송치
지난 8월 29일, 아리셀 대표이사 박순관 등 아리셀 중대재해참사의 책임자 3명이 구속되었는데요.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첫 구속된 사례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들 책임자들이 지난 9월 6일, 참사 발생 75일만에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었고, 9월24일에는 구속 기소 결정되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는 종사자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막기 위해 안전보건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그런데 아리셀 대표이사는 이런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아리셀 공장은 화재‧폭발 위험이 높은 리튬전지를 취급하는 사업장인데요. 그런데 대표이사는 화재 위험을 파악‧개선하고 급박한 위험 발생에 대비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비상구 등의 위치에 대한 안전고지조차 하지 않았죠. 수사기관에서는 이렇게 대표이사가 의무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가 발생한 것으로 본 것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위반 외에도, 위험물질인 리튬을 취급하며 적절한 위험방지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산업안전보건법위반 혐의와 근로자파견이 불가한 제조업체에 파견사업 허가도 받지 않은 업체로부터 파견을 받은 데 따른 파견법위반 혐의도 적용되었습니다.
아리셀 중대재해참사는 비단 아리셀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경찰은 군납 배터리 품질 검사 조작 혐의로 아리셀의 모회사인 에스코넥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는데요. 밝혀진 사실에 의하면 아리셀은 군용배터리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시험데이터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군의 품질검사 결과를 통과한 바가 있다고 합니다. 모회사인 에스코넥도 동일한 혐의가 있다고 의심되는 상황이고요. 공급망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국방부도 이 참사에 책임이 있다고 보여지는 지점입니다. 한편, 구속된 아리셀의 대표이사는 삼성출신으로, 모회사인 에스코넥과 삼성은 오랫동안 협력사 관계를 맺어왔다고 합니다. 삼성전자에는 휴대폰 부품을, 삼성SDI에는 2차배터리 부품을 납품해왔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삼성은 에스코넥과 아리셀에 대해 협력사 행동규범에 명시된 노동인권, 안전환경 위반의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을까요. 국방부와 삼성의 책임있는 모습을 기대해봅니다.
구속기소된 아리셀 대표는 이제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됩니다. 아리셀 참사의 진상이 밝혀지고, 책임자들이 법에 따라 중한 처벌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관련기사>
· 아리셀 대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구속기소(2024-09-24 KBS)
https://youtu.be/0fWrIWF2UC8?feature=shared
· ‘화성 아리셀 화재’ 대책위, 박순관 대표 즉각 기소 촉구(2024-09-23 뉴스1)
https://www.news1.kr/local/gyeonggi/5547906
○ 노동부 알선 사업장서 죽은 이주노동자, ‘국가 책임 아니다’
지난 2020년 겨울, 한파주의보가 발령되었던 추운 겨울날 경기 포천시의 비닐하우스 기숙사에서 잠을 자다 목숨을 잃었던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 고 속헹씨 사연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당시 수많은 보도가 이어졌고, 노동부는 이주노동자 기숙사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는데요.
지난 8월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부는 위 사건 고 속헹님의 유족이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담당 공무원이 망인의 사망 이전에 사업장에 대한 지도, 점검을 신속하게 이행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공무원의 의무 해태 또는 부작위와 망인의 사망 간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고 속헹씨의 죽음은 국가의 책임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합니다.
말이 조금 어려운데요. 사람이 도저히 살 수 없었던 그 사업장의 기숙사 실태에 대한 지도 및 점검을 신속하게 하지 않은 것은 공무원의 의무해태라고 볼 있을지언정, 그 의무해태와 고 속헹씨의 사망 간에는 관련이 없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말이 좀 이상합니다. 그럼, 공무원이 사전에 열악한 숙소를 지도점검했어도 고 속헹씨가 숨질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걸까요? 근로복지공단은 속헹씨의 사망이 열악한 기숙사의 환경 때문인 것으로 보아 산업재해사망을 인정했는데요.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장은 매년 1회 이상 고용노동부장관의 근로감독의무가 있습니다. 그런데 고 속헹씨 사망 전까지 그 사업장에서는 단 한 차례도 근로감독이 행해지지 않았다고 하네요. 한 번이라도 근로감독 실사가 진행되었다면, 그 기숙사가 얼마나 열악한지 알 수 있었을 텐데요.
비전문취업(E-9) 비자로 한국에 체류하는 이주노동자들은 모두 정부의 직업알선을 받아 일합니다. 자기가 일하고 싶은 곳을 스스로 결정할 수가 없어요. 정부에서 일하라고 한 곳에 가서 일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일자리를 알선한 정부가 최소한 그 사업장에서 임금체불이 발생하지는 않는지, 기숙사의 환경이 열악하지는 않는지, 휴게시간을 제대로 부여하지 않는지, 부당하게 해고를 하는 사업장은 아닌지 정도의 정보는 확인하여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한 정보도 없이 알선한다는 것은, 혹은 사람을 알선해놓고 그 사업장의 실태를 감독하지 않는 것은 먼 타지에서 한국에 와 시키는대로 가 일하고 있는 노동자에 대하여 아무런 책임을지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위와 같은 법원의 판단에 대하여 고 속헹시의 유족들은 항소를 해서 다퉈보고 싶다고 했다고 하네요. 항소심에서는 법원이 다른 판단을 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관련기사>
· “노동부 알선 사업장서 죽은 이주노동자, 국가책임 아니라니”(2024-09-11 오마이뉴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62861
○ 지역마다 천차만별 ‘생활임금’
내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30원이라는 사실, 알고 계시지요?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고 나니, 각 지방자치단체가 생활임금을 속속 결정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1만1779원, 광주시는 1만2930원, 경기도는 1만2152원, 의정부시는 1만1020원으로 결정되었다고 하고, 안산시는 1만1480원, 시흥시는 1만1530원으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생활임금은 주거비와 교육비, 문화비 등을 고려해 저임금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임금을 뜻하는데요. 각 지자체가 조례로 정합니다. 적용대상은 각 지자체 조례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지자체 산하 공공기관의 직접 고용 노동자와 민간 위탁사업 증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포함합니다.
지자체에서 정한 생활임금은 대부분 정부가 고시한 최저임금보다 높은 금액입니다. 예를 들어 안산시청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는 노동자는 정부에서 고시한 최저임금이 아닌 안산시 생활임금보다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생활임금제도는 도입된지 11년이 되었는데요. 전국 17곳 광역자치단체가 모두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구시가 꼴찌로 합류했는데요. 대구시는 작년 8월이 되어서야 조례를 제정하고 생활임금을 도입하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반면 제일 처음 생활임금제도로 도입한 지자체는 부천시입니다. 2013년에 도입했다고 하네요.
문제는 현재 생활임금을 시행하는 민간기업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지자체들은 “생활임금이 민간부문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정책을 펴는 곳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경기도가 유일하게 생활임금을 도입한 민간기업에 공공계약을 할 때 가산점을 주고 있으나, 적용하고 있는 기업의 개수가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지자체에 따라 임금차이가 발생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가장 높은 광주시는 1만2930원인데 낮은 의정부시는 1만1020원입니다. 차이가 1,910원이네요. 생활임금의 취지를 생각한다면, 생활권에 있는 인접 지자체들은 비슷한 생활임금 수준으로 책정될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네요.
이러한 문제들이 있지만, 생활임금이 최저임금의 보조적 수단으로 임금을 보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민간기업에까지 생활임금이 확대적용되고 지자체별 차이가 좁혀지는지 지켜봐야겠습니다.
<관련기사>
· 경기도, 내년도 생활임금 1만2152원... 2.2%↑(2024-09-05 오마이뉴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61264
· 광주시, 내년도 생활임금 1만 2930원 확정)2024-09-09 광주MBC)
https://kjmbc.co.kr/NewsArticle/1422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