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담과 함께 격주로 살펴보는 공단뉴스 (2025. 3. 19. - 2025. 4. 1.)
○ 법원이 중대재해법 위헌법률심판 청구

산업재해를 포함한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경우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서는 모두 잘 아실텐데요. 최근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중대재해처벌법의 위헌여부를 판단해달라는 신청을 했다고 합니다.
지난달 31일, 부산지방법원은 최근 부산의 한 건설업체 대표가 제기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수용했습니다.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은 해당 법률에 위헌적인 요소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법원이 직접 헌법재판소에 심판을 열어달라고 신청하는 절차인데요. 부산지법은 “중대재해처벌법이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 책임주의·평등 원칙, 명확성 원칙에 반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점점 자본화·거대하하는 산업계에서 기업 경영자가 전 사업장의 모든 공정을 세세하게 알기 어렵고 모든 공정을 직접 통제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중대재해처벌법에 중소기업단체나 소상공인 등 사건 당사자가 헌법재판소에 직접 헌법소원을 낸 적은 있는데, 이처럼 법원이 위헌여부가 있어보인다는 의견과 함께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습니다.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는 “현행법의 취지와 노동자의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외면한 것이며 기업의 이익을 노동자의 생명권보다 우선시하는 위험한 판단을 드러낸 것”이라며 “사회의 안전 무관심을 조장하고 반복되는 중대재해를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우리나라가 해외 다른 선진국들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산업재해가 빈발하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기업과 경영책임자에 대한 형사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비판 속에 제정된 법률입니다. 건설노동자 10만명당 사고 사망자 수는 2017년 기준 OECD 평균 8.29명이지만 우리나라는 세 배 이상인 25.45명으로 독보적인 1위거든요. 이미 영국, 캐나다, 호주 등의 나라에서도 시행하고 있는 법률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시행된 지 이제 3년이 되어 갑니다. 그간 고용노동부가 866건을 수사해 160건에 대해 기소의견으로 송치하고, 검찰은 76건을 기소하고, 그 중 36건만이 법원에서 선고되었다고 합니다. 고소된 건 대비 인정된 건수가 너무나도 미미합니다. 그나마도 대부분 집행유예가 선고되고 있습니다. 입법취지와 달리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는 비판을 받는 지점입니다. 고용노동부장관인 김문수는 4월 1일,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는 좋지만 너무 처벌위주”라며 “사장이나 회장은 아무것도 모르는데 무조건 책임을 지워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구속한다는 것은 좀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하는데요.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 잘못되었다는 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발언인 것 같습니다. 헌재의 판단을 지켜봐야겠습니다.
<관련기사>
·“노동자 생명보다 기업 이익이 우선인가”(2025-03-31 경향신문)
https://m.khan.co.kr/article/202503312028015/amp
·‘피해자 과실’물은 법원, 반성하면 감형 ‘공식’(202-01-23 매일노동뉴스)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5909
·법원, 중대재해법 위헌심판 제청…여당도 노동부 장관도 ‘흔들기’(2025-04-01 한겨레신문)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190084.html
○ 작은사업장 노동자는 연차도 절반밖에 못쓰나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연간 휴가 발생일은 전체 평균의 절반 남짓에 그친다는 조사 결과가 처음으로 나왔습니다. 대한민국 전체 노동자 중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규모는 230만여명이라고 하는데, 이 노동자들은 오직 사업장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셈입니다.
지난달 26일 한국노동연구원이 펴낸 ‘휴가의 경제적 효용 분석과 휴가 활성화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2023년 휴가 발생일은 8.2일이었습니다. 전체 평균 14.7일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근로기준법에서는 연간 80%이상 출근한 노동자에게 근속연수에 따라 15~25일까지 의무적으로 유급 연차휴가를 주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 규정은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위 연구에 따르면, 휴가 발생일 수는 사업체 규모와 비례하는데요. 5~9인 사업장은 10.5일, 10~29인 사업장은 13.5일, 30~99인 사업장은 15.8일, 100~299인 사업장은 16.3일, 300인 이상 사업장은 연간 18.2일 휴가가 발생한다고 응답되었다고 합니다. 고용형태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정규직은 평균 15.7일의 휴가가 발생해 그 중 11일을 사용한 반면, 비정규직은 7.9일 발생했는데 그 중 5.2일을 썼다고 응답했다고 합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휴가 발생일과 사용도가 두 배 가까운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노동조합원과 비조합원 사이에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노동조합 조합원이 노동자는 연간 휴가 발생일이 18일이라고 응답했는데, 노조가 있으나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는 14.4일, 아예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체의 노동자는 13.9일 휴가 발생했다고 응답했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어디에 해당하시나요. 5인 이상 사업장이신가요? 그렇다면 정규직이실까요? 노동조합에는 가입하셨나요?
<관련기사>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연차 8.2일, 전체 평균의 56% 그쳤다(2025-03-26 한겨레신문)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189014.html
○ 사업주가 제공한 숙소에서 사망했는데, 기숙사가 아니라니요?

지난달 16일, 평택시의 한 자동차 부품 제조공장 사업주가 제공한 빌라에서 인도네시아 국적 이주노동자가 복통을 호소하다가 숨진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숨진 이주노동자를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일산화탄소 중독이라는 소견을 냈습니다. 같은 방을 사용하였던 다른 이주노동자는 현재 치료 중인 상황입니다.
해당 빌라는 사업장에서 성인걸음으로 10여분 정도 거리에 있는 곳인데요, 숨진 이주노동자를 포함하여 8명의 노동자가 총 3개 호실을 나눠 사용했습니다. 근로계약서에도 사업주가 해당 빌라를 기숙사로 제공, 매달 5만원씩 사용료를 내도록 명시돼 있고, 해당 사업장은 ‘외국인 노동자 기숙사 시설표’에 해당 빌라를 기재해서 노동부에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해당 빌라는 기숙사인 것이겠죠. 기숙사에서 지내다가 사고를 당한 경우 산업재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가 엉뚱한 소리를 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노동부는 “단순히 복리후생 시설로서 설치된 아파트식 기숙사나 사택처럼 노동자가 각각 독립적 생활을 하는 경우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는 부속 기숙사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노동부는 전기세와 수도세 등 공과금과 관리비를 노동자들이 부담했고, 사업장이 이들 생활에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숙사가 아니라는 판단을 했다고 합니다. 만약 기숙사가 아니라면, 단순히 자기 집에서 사망했다고 봐야 하는 것이죠.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사용자가 노동부에 제출한 서류들에서는 이미 기숙사라고 기재했는데, 왜 노동부는 갑자기 기숙사가 아니라고 하는 것일까요. 산재신청조차 할 수 없게 하려는 것일까요.
사업주가 제공하는 기숙사에서 생활하다 이주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건물의 노후화, 시설 안전 점검의 미비 등으로 인한 가스 중독 사망, 비닐하우스에서 자다가 얼어 죽고, 컨테이너 기숙사에서 지내다 화재나 산사태가 발생해 사망하는 등 열악하고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어 왔습니다.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관계당국은 이주노동자 숙소 문제를 점검하고,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했지만 바뀐 것이 없습니다.
이런 와중에 나온 고용노동부의 엉뚱한 소리는, 사태를 해결하려는 의지조차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에 충분합니다. 기숙사를 기숙사가 아니라고 해봤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 뿐입니다.
이주노동자가 사망한 빌라 1층에는 액화석유가스(LPG) 저장시설이 놓여 있고, 창문이 보일러실로 사용되는 베란다와 직접 연결되어 환기가 제대로 되기 어려운 구조였다고 합니다. 기숙사 시설에 대한 점검, 보일러 안전 점검, 가스 누출 예방 및 안전에 대한 사전 조치 등이 제대로 진행되었다면 이번 참사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고인이 사망한 지금도 그 기숙사에는 노동자들이 살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이 사안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이런 죽음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사업주에 대해 엄중한 처벌을 해야 할 것입니다.
<관련기사>
·평택 기숙사서 숨진 외국인, 인정 안 하는 노동부(2025-03-27 인천일보)
https://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283589
○ 우리도 ‘노동자’... 근로자성 인정 판결 줄이어

노인요양기관에서 노래와 체조 등을 교육하는 ‘실버강사’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노동위원회 첫 판단이 나왔습니다. 근로계약이 아닌 프리랜서 위촉계약을 체결하고, 주15시간의 초단시간 노동을 했다고 하더라고 실질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던 것이라면 근로자성이 인정된다는 취지입니다.
프로축구단에서 일한 유소년팀 감독과 코치도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구단은 이들을 개인사업자로 보고 4대보험에 가입시키지 않았고,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했지만 실질은 구단으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는 등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던 것으로 인정된 것입니다.
그리고, 직업소개업체 소속으로 일하였던 간병인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해당 간병인은 근로계약서가 아닌 ‘회원가입신청서’를 작성하였다고 하는데요, 직업소개소 회원일 뿐 사업장 직원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심지어 회비를 공제한 급여를 일당으로 계산해 지급받아왔다고 하네요. 하지만 사업장이 채용면접과 인원배치, 해고까지 모든 인사노무 사항을 관장하고 관리하였으며, 관리인을 지정해 간병인들의 업무수행을 지시하였으므로 해당 간병인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최근 특수고용직, 혹은 프리랜서들의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판단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근로자성이 인정된다는 것은 근로기준법상의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임금, 각종 수당을 받을 권리가 있고, 정당한 사유없이 해고당하지 않을 권리,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등을 말합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불안정노동자들의 근로자성이 인정받을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관련기사>
·노래·춤 가르치는 ‘실버강사’도 노동자, 첫 인정(2025-03-25 매일노동뉴스)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6980
·“프로축구 유소년 감독·코치도 근기법상 근로자” 법원 판결(2025-03-23 한겨레신문)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188378.html
·‘사각지대’ 인력업체 간병인, 대법원 “근기법상 근로자”(2025-03-20 매일노동뉴스)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6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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