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재는 미필적 고의 살인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 같습니다. 지난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가 생중계되었는데요. 이 날 대통령은 국무위원들과 1시간 30분 동안 산업재해 대책과 관련한 토론을 벌였습니다. 특히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현장에서 또 다시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사고가 발생한 점을 언급하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강하게 질타했고, 고용노동부 장관에게는 “사람 목숨을 지키는 특공대라고 생각하고 철저하게 단속해야 한다. 직을 걸라”고 요구했습니다.
대통령이 진단한 산재원인은 “돈(기업의 비용 절감)”이었고, 해법도 “돈(경제적 불이익)”이었습니다. 기업이 노동자의 안전과 관련한 투자를 하지 않고, 산업재해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기 때문에 산재가 빈번히 발생한다는 노동계의 주장과도 일맥상통합니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재계에서는 ‘기업 군기 잡기’라고 비판을 하기도 했는데요. 특히 대통령이 언급한 포스코이앤씨의 대표이사는 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안전이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는 무기한 작업을 중지토록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 사망을 인정받은 노동자는 2098명으로 전년보다 4.1% 늘었습니다. 2021년 근로자 10만명당 사고 사망자 수는 43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4위로 열악했습니다. 이는 영국의 1970년대, 독일·일본의 1990년대 수준입니다. 올해 들어서도 1분기에마ㄴ 137명의 노동자가 숨졌습니다. 최근에도 포스코이앤씨, SPC, 태안화력발전소 등의 사업장에서 발생한 산재사망사고가 뉴스에 보도된 바가 있습니다. 이들 기업은 모두 이번이 첫 번째 산재사망사고가 아니었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이 있네요. 같은 사업장에서 유사한 사고가 반복 발생하는 것은 안전 관리의 구조적 허점이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산재사망사고의 80%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만큼 중소사업장에 만연한 원하청관계, 고령자 및 이주노동자 산재문제 등이 해결되어야 합니다.
대통령의 관심과 기업들의 즉각적 대응이 일회성으로 끝나서는 안될 것입니다.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앞으로의 대응을 눈여겨 보아야 겠습니다.
<관련기사>
·“노동장관 산재 직 걸라” 한 이 대통령, 역사에 획 긋는 해로(2025-07-29 경향신문)
https://www.khan.co.kr/article/202507291810001
·이 대통령 “저도 불시에 감독 나갈 수 있다…산재는 미필적 고의 살인”(2025-07-29 한겨레신문)
https://www.hani.co.kr/arti/politics/bluehouse/1210474.html
○ 강원도 양구 이주노동자 91명 임금체불

강원도 양구군에서 이주노동자 91명의 임금이 체불되었다는 소식 들어보셨나요. 양구라는 작은 마을에서 어떻게 91명의 이주노동자의 임금이 집단적으로 체불될 수 있었을까요.
‘계절근로자’는 파종기, 수확기 등 농번기에 부족한 일손을 해외에서 데려오는 제도입니다. 계절근로자를 데려오기 위해서는 한국의 지자체와 해외의 지자체가 업무협약(MOU)를 맺어야 하는데요. MOU체결 과정이나 노동자 모집, 선정, 송출 과정에서 사인이나 다른 단체가 개입하는 것은 금지됩니다. 현행 고용허가제의 경우에는 정부가 직접 이주노동자 송출업무를 담당하고, 국내 사업장에 연결하는 업무도 담당하여 개인이나 다른 단체의 개입을 차단하고 있지요. 그 과정에서 ‘브로커’가 이익을 취하는 것을 막기 위함입니다.
양구군 역시 필리핀의 팡길시, 파에테시와 MOU를 맺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C업체가 끼어들어 ‘수수료’를 챙긴 것이 뒤늦게 필리핀 당국의 수사로 적발되었습니다. 그 업체는 2023년에는 노동자들의 임금이 필리핀으로 송금된 후 수수료를 챙기는 방식으로 이익을 취했는데, 2024년부터는 아예 수수료를 먼저 공제하고 나머지를 이주노동자들에게 지급하라고 농가에 ‘공지’를 했습니다. 양구군 농가에서는 그 공지를 전달받고 이주노동자들의 임금에서 수수료를 떼어 C업체 대표 명의의 통장으로 보냈습니다. 이렇게 2년간 갈취당한 이주노동자는 1천명에 이르고, 그 피해 금액은 2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에 양구군 농민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MOU를 맺은 주체인 양구군에 대하여 브로커에게 떼인 체불임금을 지급하고 브로커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등 법적 절차를 진행하라고 요구하는 모습도 펼쳐졌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은 근로계약상의 임금을 전액 지급하지 않은 사업주인 농가를 상대로 임금체불 진정을 했습니다. 임금을 전액지급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한순간 범법자가 된 농민들이 함께 모여 양구군에 법적 절차 진행을 요구한 것입니다.
뒤늦게 현황을 파악한 고용노동부는 전담팀을 꾸려 조사에 나섰다고 합니다. 고용노동부장관은 “농촌지역에서 외국인노동자는 일손 부족 해결을 위한 단순 보조 인력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우리의 이웃”이라며 “앞으로 우리나라 국격에 맞지 않는 이런 부끄러운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철저히 진상을 규명해 책임자에 대해 엄정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관련기사>
·“농가도 노동자도 원하는데 못 와요”···필리핀 청년 91명은 왜 집단 진정을 냈나(2025-07-30 경향신문)
https://www.khan.co.kr/article/202507301726011
·강원 양구 이주노동자 91명 임금체불…노동부, 전담 수사팀 구성(2025-08-01 한겨레신문)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211139.html
○ 위험한 학교 급식실

지난달 말 학교 급식실 노동자 1명이 폐암으로 사망하였다는 소식이 들려왔는데요. 지금까지 알려진 급식노동자의 폐암 산업재해 사망사고만 벌써 14번째입니다.
경기도 평택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했던 급식노동자 A씨가 지난달 31일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A씨는 1988년 급식실에서 일을 시작해 22년 일한 뒤 정년퇴직했지만, 생계 문제 등으로 다시 현장에 복귀해 급식 대체인력으로 일하던 중 2023년 폐암 3기를 진단받고 항암치료를 이어왔지만 결국 사망하였다고 합니다.
이미 학교 급식실의 위험한 환경에 대한 문제제기는 계속되어 왔습니다. 학교 급식노동자들은 열기와 수증기, 조리흄(고체물질의 증기가 응고되거나 또는 기체물질의 화학반응으로 생긴 미소한 고체입자로, 공기 중에 부유하는 것을 흄이라고 합니다)과 같은 유해물질이 밀집한 밀폐공간에서 일하면서 상시적으로 폐암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전국의 학교 급식 노동자 중 폐 이상 소견을 받은 비율이 30%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정부는 2023년 ‘학교급식실 조리환경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환기설비 개선 등을 약속했지만, 여전히 열악한 환경입니다. 2025학년도 서울시교육청 예산안에서 급식실 환기시설 개선사업 예산은 전년 대비 76% 삭감되기도 했습니다.
상기한 바와 같이 ‘조리흄’은 급식노동자들의 건강을 해치는 원인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조리흄을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에서 이를 유해인자로 지정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다보니 조리흄을 방지하기 위한 시설이 의무화될 리가 없습니다.
만성적 인력난도 문제입니다. 올해 3월 기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조리실무사 채용 미달률 평균은 29.1%라고 합니다. 일해야 할 적정 인원은 미달이지만, 일하는 사람 수와 관계없이 정해진 양의 음식을 만들어아 햡니다. 결국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1인당 적정 식수인원은 60~80명이지만, 급식노동자들의 평균 식수인원은 114.5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에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학교 급식실 환기시설 실태조사와 개선계획 수립 및 실효성 있는 안전대책 마련, 급식 노동자의 중장기 건강관리 대책 수립, 인력 충원 등을 요구했습니다.
<관련기사>
·벌써 14번째 급식노동자 폐암 사망…“급식실 예방대책 없고, 열악한 노동환경 그대로”(2025-08-03 경향신문)
https://www.khan.co.kr/article/202508031632001
○ 쿠팡 하루 불매에 동참해 주세요

지난달부터 ‘체감온도 33도 이상 작업장의 2시간 당 20분 휴식시간 부여’를 규정한 산업안전보건규칙 개정안이 시행되었습니다. 폭염기간 노동자의 건강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입니다.
그런데 쿠팡에서는 이런 최소한의 조치조차 보장하지 않기 위한 꼼수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에어컨 송풍기를 온습도계를 향하도록 해서, 송풍기 바람으로 온도계 온도를 낮춰 33도 이상이 되지 않도록 해 휴식시간을 부여하지 않는 방법으로요. 또 일부 층에만 에어컨을 설치하고, 에어컨 없는 층에 20분 휴게시간이 부여되면 에어컨이 설치된 층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에어컨이 없는 층으로 이동해 그 노동자들의 휴게시간 동안 대신 일하는 방법으로요. 에어컨이 설치된 곳은 체감상 전체의 10%도 안되는데, 이마저도 에어컨이 바로 머리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결국 체감되는 폭염은 마찬가지라고 하네요.
극한 폭염 속 택배 노동자가 잇달아 사망하고, 택배 물류센터 작업 중 하청노동자가 사망하는 등 폭염에 대한 대책이 절실합니다. 그런데 쿠팡은 법이 정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지키지 않기 위해 꼼수를 쓰고 있네요. 쿠팡의 올해 2분기 매출이 12조 원에 육박하는 등 최대 분기 매출을 찍었다는데, 노동자들의 안전을 외면하고 몰아세운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에 지난 1일,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1천여 명이 하루 파업에 돌입했고, 모든 현장에 냉방시설을 설치하고 폭염시 2시간 당 20분의 휴게 시간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하며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새벽배송, 로켓배송, 당일배송 등등 초고속 배송시스템 덕에 우리 생활은 조금 편리해졌을지 모르지만, 그러한 배송은 수많은 노동자들이 고된 노동을 이겨낸 결과입니다. 고객이 주문을 하면 그 순간 전산처리가 되어 물류센터의 집품 노동자에게 전달되고, 그 노동자는 고객이 주문한 물품을 찾아 모아 포장하는 작업을 합니다. 포장된 물품은 커다란 트럭에 실려 허브로 이동하고, 허브에서 다시 분류작업을 거쳐 캠프로 이동하고요. 캠프에서 또다시 분류작업을 거쳐 택배기사들의 차량을 통해 집집마다 배송됩니다. 저녁 9시에 주문한 물건이 다음날 새벽에 도착해 있으려면 이 과정이 얼마나 빠르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진행되어야 할지 상상이 가시나요.
8월 14일은 ‘택배없는 날’입니다. 2020년 택배노동자의 과로사 방지와 휴식권 보장을 위하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한 날입니다. 그런데 쿠팡은 올해도 이 택배 없는 날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시민들이, 고객들이 보여주는 건 어떨까요. 이 날 하루는 로켓배송 없는 날, 주문을 하지 않는 날로 삼아 노동자의 건강권과 인권을 존중하는 뜻을 쿠팡이 알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관련기사>
·쿠팡 노동자 1000명 하루 파업…"찜통 같은 물류센터서 지쳐 쓰러져"(2025-08-02 프레시안)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5080116472489698
·8월14일 로켓배송 없는 날, 시민도 동참하시길!(2025-08-07 매일노동뉴스)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9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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