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담과 함께 격주로 살펴보는 공단뉴스(2025. 6. 11. - 2025. 6. 25.)
○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1년,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지난 6월 24일은 아리셀 중대재해참사가 일어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아리셀중대재해참사는 경기도 화성의 전곡산단에 소재한 아리셀이라는 공장에서 리튬배터리가 폭발해서 23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8명이 부상을 당한 비극적인 사고였습니다.
사망한 노동자의 대다수는 중국국적의 이주노동자들이었고, 여성들이었습니다. 불법파견으로 고용된 다수의 이주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안전보건교육 한 번 받지 못했고, 화재가 나면 어디로 피해야 하는지도 알지 못한 채 솟아오르는 불길을 피하다가 출입문 반대편 구석에서 고립된 채 희생되었습니다.
아리셀참사의 배경에는 수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공단에 만연한 불법적인 고용구조였습니다. 여기에 이주노동자를 쓰다 버리는 존재로 만드는 이주노동자 정책이 얽혀있었습니다. 반월시화공단의 많은 사업장과 마찬가지로 전곡산단의 아리셀도 불법적인 인력공급구조를 이용해서 노동자들을 고용했습니다. 23명의 희생자 중 대다수가 도급을 가장한 불법파견으로 고용된 중국국적 재외동포비자를 가진 여성이었습니다. 이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에 출퇴근 시간도 많이 걸리고, 고용도 불안정한 일자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약자들이었습니다. 동포 이주노동자들은 미등록 상태가 아니라서, 사업장 변경의 자유가 있어서 오히려 일용직과 불법파견 같은 열악한 고용구조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습니다.
또 아리셀은 공단의 작은 사업장들이 그러하듯 일상적 안전보건관리가 부재했습니다. 수차례에 걸쳐 일어났던 작은 폭발사고는 무시되었고, 화재에 대비한 안전교육 등은 부재했으며 산업안전공단의 위험성 평가는 형식적 셀프평가로 대체되었습니다.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사업장을 관리감독 해야 하는 정부와 지자체는 이를 묵인하고 방치해왔습니다. 이런 모든 것들의 결과가 한국사회 최악의 이주노동자 집단산재사망 사고로 이어졌습니다.
참사 1년, 시민사회가 모인 대책위와 희생자유족들은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지난한 투쟁을 진행했습니다. 그 투쟁의 성과로 아리셀참사의 최고경영책임자인 박순관 대표를 구속시키기도 했지만 몇 개월 지나지 않아 법원은 박순관의 보석신청을 받아들여서 석방시켰습니다. 공단에 만연한 불법적 고용구조를 해결하고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야 하는 정부 역시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습니다. 희생자 가족들은 참사의 책임자들에게 진정어린 사과도 받지 못하고, 제대로 된 배보상도 받지 못한 채 여전히 투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아리셀중대재해참사가 진상규명, 책임자의 엄중처벌,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이 해결될 때까지 노동시민사회가 힘을 모아야 하겠습니다.
<관련기사>
· 아리셀 참사 1년 흘러도···위험의 이주화·불법 파견·책임자 처벌 ‘미해결’ (2025-06-24 경향신문) https://www.khan.co.kr/article/202506240600021
· 아리셀 참사 1주기, “아직도 바뀐게 없다”(2025-06-25 내일신문) https://www.naeil.com/news/read/552353?ref=naver
○ 홈플러스사태, 먹튀는 이제 그만!
지난 3월 갑작스런 기업회생신청과 다수의 매장폐점 선언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홈플러스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법원에서 선정한 회계법인이 홈플러스의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높다는 조사보고서를 낸 후 홈플러스의 소유주인 MBK가 법원의 기업회생인가 전 M&A(인수합병)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K는 M&A를 통해 이번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하지만 이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동반하면서 홈플러스 매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물류센터, 화물 노동자, 홈플러스에 입점해 있는 소상공인의 일방적인 희생이 따르고, 폐점되는 매장 주변의 상권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사모펀드인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것은 2015년입니다. 과도한 차입매수로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는 이후 돈이 되는 점포를 매각하거나 폐업하고 현금을 챙겼습니다. 한국에서 두 번째로 큰 대형마트인 홈플러스가 부실화되어 갔지만 MBK는 막대한 배당금 잔치를 벌이는 등 제대로 된 운영보다는 유동성 자산을 확보하기에 급급했다는 것이 노동조합의 증언입니다.
MBK는 지난 6월 13일에 내놓은 입장문에서 “홈플러스는 인가 전 M&A를 진행하고자 하며 이 경우 MBK가 보유한 2조5000억원 규모의 홈플러스 보통주는 무상소각된다”며 “MBK는 경영권을 비롯해 모든 권리를 내려놓고 아무런 대가 없이 새로운 매수자의 홈플러스 인수 지원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자 한다”고 밝혔지만 업계는 이는 사실 당연한 수순이며 이를 마치 희생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합니다.
또한 노동조합은 MBK가 홈플러스에 대한 2조5000억 원 규모 주식 무상소각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홈플러스 주식가치가 추락한 가운데 무상소각을 추진하는 것은 사실상 책임을 회피하는 처사라는 것입니다. 지난 3월 MBK 김병주 회장은 국회에서 사재출연을 통해 홈플러스 사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과도한 차입매수(LBO)에 따른 막대한 차입금을 피인수기업 홈플러스로 떠넘기고 ‘무책임한 탈출’을 하는 투기자본의 전형적인 먹튀행태를 MBK가 다시 보여주고 있습니다. 투기자본은 막대한 돈을 챙기고 떠나버리고, 희생은 노동자와 서민이 지는, 이런 악행을 언제까지 방치해야 할까요. 새정부가 이번 홈플러스 사태를 어떻게 대응할지 지켜보아야겠습니다.
<관련기사>
· 홈플러스 기업회생 100일…"불안만 키웠다"(2025-06-11 아주경제) https://www.ajunews.com/view/20250611135038417
○ 빛을 만드는 노동자, 고 김충현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지난 6월 2일 충남의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 중 사고로 숨진 故김충현 노동자의 장례가 6월 18일 진행되었습니다. '빛을 만드는 노동자 김충현 동지여 영원하소서'라는 제목 아래 열린 영결식에 참석한 동료들은 "고인은 태안화력에서 9년간 일해 오며, 그동안 소속 회사가 8번이나 변경되는 현실을 겪었다"며 "이번 사고는 위험을 외주화 하는 하청 구조가 만든 명백한 참사"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김충현 노동자가 세상을 떠난지 16일 만에 장례를 치뤘지만 투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위험의 외주화로 인해 노동자들은 여전히 위험한 현장에서 일해야 하고, 불법파견으로 고용이 불안정하며, 기후위기로 인한 산업전환으로 노동자의 일자리가 위협받는 현실은 바뀌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이날 김충현 노동자의 사망사고와 관련해 관계부처 회의를 열고,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가 구성한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와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밝혔습니다. 대책위는 이번 사고가 2018년 태안화력 청년하청노동자 김용균님이 숨진 이후 구성된 민•관 합동 특별조사위원회가 2차 하청업체 직접고용 등의 권고를 정부가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때문에 대책위는 이 협의체에서 사건의 진상규명은 물론 김용균 특조위 권고사항 이행과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총고용보장 등을 의제로 다룰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공공기관 인력과 예산에 권한을 행사하는 기획재정부의 협의체 참여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대책위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발전소 폐쇄 국면 정의로운 전환과 총고용 보장 관련 의제를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김충현 노동자의 동료들과 대책위는 매주 목요일 서울로 올라와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상경투쟁을 벌이는 등 투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전기가 세상을 바꾸듯 우리의 투쟁이 발전소 노동의 현실을 바꿀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우리 사회가 함께 해야 할 것입니다.
<관련기사>
· 故 김충현 대책위와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 제대로된 정부 협의체 구성과 한전KPS 불법파견 인정 촉구(2025-06-19 노동과세계)
https://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507282
· 김충현 노동자 영결식…“하청구조가 사람 죽인다고 그렇게 외쳤지만”(20250618 한겨레신문) https://www.hani.co.kr/arti/area/chungcheong/1203419.html
○ 나이 들어 존엄하게 살 권리, 사회가 책임져야
지난 6월 16일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60세 이상의 경제활동참가율(전체 인구 대비 경제활동인구 비율, 이하 경활률)이 49.4%로 집계되었습니다. 60세 이상 인구의 절반이 일을 하거나 구직중이라는 것입니다. 1996년 6월,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통계청 관계자는 “노인 인구의 증가 속도보다 노인들이 노동시장에 참가하는 속도가 더 빠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60세 이상의 경활률과 청년층(15~29세)의 경활률(49.5%)이 거의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고, 청년층 노동력이 부족한 비수도권에서는 이미 노인층의 경활률이 높은 곳도 있습니다. 1분기(1~3월) 기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0곳의 60세 이상 경활률이 청년층보다 높았습니다. 제주의 노인층 경활률은 청년층보다 16.0% 포인트 높았고, 전남(14.8% 포인트), 경북(12.0% 포인트), 경남(11.0% 포인트), 전북(10.6% 포인트) 등도 격차가 컸습니다.
고령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노인 경활률이 높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하지만 심각한 노인 빈곤율이 이들을 구직 시장으로 이끈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점이 문제입니다. 2023년 기준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38.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습니다. 게다가 노인 일자리의 상당수는 고용 안정성이 낮습니다. 지난해 8월 기준 60세 이상 정규직은 122만 2000명, 비정규직은 281만 2000명으로, 전 연령대 중 비정규직 수가 가장 많습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여성노인 평균실질임금은 133만원으로 남성노인 임금 226만원의 59%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질 나쁜 일자리’로 노인들이 내몰리고 있고, 그 안에서의 성별 임금격차는 매우 큽니다.
이런 상황에서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이 노인산업재해가 크게 늘었다는 점입니다. 6월 18일 고용노동부가 이달 공개한 근로복지공단의 산재보상 승인일 기준 산재 현황에 따르면 1분기 542명 사망자 중 60세 이상은 287명으로 전 연령 가운데 가장 높았습니다. 전체 사망자에서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분기 51%에서 올 1분기 53%로 늘어났습니다. 특히 고령으로 인한 질병이 아니라 사고 사망이 많다는 점이 우려를 키우는 대목입니다. 60세 이상 사망자 287명 중 101명은 사고 사망자로 조사됐습니다. 60세 이상 산재 사망자 비중이 높은 것은 안전관리체계가 미흡한 영세 사업장이나 건설업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542명 전체 사망자가 일했던 사업장을 보면 근로자 5~49인 사업장이 201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5인 미만 사업장이 133명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업종을 보면 사고 위험이 높은 건설업 사망자가 155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노인이 되어도 일을 해야 하고, 노인이라서 질 낮은 일자리에서 일하고, 그래서 더 많이 다치고 죽습니다. 그리고 여성이 더 고단한 노동을 이어나갑니다. 이것이 한국사회의 현실입니다. 지금 당장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합니다. 일자리 정책 보완이 선행되어야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노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촘촘히 설계되어야 합니다.
대다수의 노동자들은 40년 가까이 일을 하며 살아갑니다. 정년이 되면 이제 노동에서 벗어나도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관련기사>
· 노동시장에 내몰리는 노인들… 사상 첫 ‘실버크로스’ 초읽기(2025-06-17 서울신문) https://www.seoul.co.kr/news/economy/2025/06/17/20250617016008
· 노인 산재, 크게 늘었다…1분기만 287명 사망(2025-06-18 서울경제) https://www.sedaily.com/NewsView/2GU4EQSI8R
· 고령자 일자리도 여성 임금이 남성의 59% 수준(2025-06-23 문화일보)https://www.munhwa.com/article/11513755?ref=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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