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 새벽배송, 꼭 필요한가요?

택배노동자의 심야·휴일 과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국회에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가 만들어졌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2021년에 처음 출범한 이 대화기구는, 택배산업이 여러 업체들의 이해와 복잡한 노동관계로 이뤄져있는 만큼 사회적 대화기구를 통해 문제해결을 도모하기 위해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9월 22일 4년 만에 이 대화기구가 재출범되었는데요. 더불어민주당, 국토교통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택배노조와 주요 택배사들이 참여합니다.
지난 29일.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위 대화기구에서 야간 배송 근절을 위해 심야(0시~5시) 배송을 제한해야 한다는 내용의 개선안을 내놓았습니다. 최소한의 규제를 만들자는 것이죠. 그런데 이 사실이 알려지며 새벽배송 유지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촉발되었습니다. 일각에서는 ‘그럼 맞벌이 부부는 새벽에 어디서 기저귀를 사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네요.
야간노동이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죠. 야간노동은 그 자체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규정한 발암물질입니다. 뇌심혈관 질환뿐만 아니라, 수면장애로 인한 우울증에도 영향을 줍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에서는 야간에 일할 경우 1.5배의 가산수당을 지급하게 하는 것 말고는 별도의 규제가 없죠. 이마저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닌 배송기사(특수고용노동자)에겐 적용이 되지 않습니다. 주52시간 노동상한제도 마찬가지고요. 그 결과 택배기사들이 과로 등으로 인하여 질병에 시달리고 사망에 이르기까지 하는 일들이 발생하기까지 했습니다. 유럽에서는 이미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이유로 ‘불필요한 야간노동’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사업의 계속성 또는 사회적 이익을 갖는 업무의 계속성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만 야간근로가 정당화됩니다.
민주노총이 제안한 내용도 심야시간대 배송 제한에 관한 최소한의 규제를 만들자는 취지였습니다. 새벽배송을 폐지하자는 게 아니었죠. 배송품목 제한의 방식 등으로 배송물량을 줄이거나 교대제를 도입해 연속 야간근무를 막는 등 노동자 건강권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만들자는 주장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제한이 ‘새벽배송 전면금지’로 와전되며 논란이 확산되었습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심야배송금지는 소비자의 불편과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했고, 한국중소상공인협회도 “새벽배송은 대기업만의 사업이 아니라 수많은 중소 식품제조업체·납품업체·농가가 이 시스템에 맞춰 성장해 온 유통생태계”라고 했습니다. 한국노총 택배산업본부나 쿠팡노동조합은 “초심야시간 배송제한 입장에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쿠팡 위탁 택배기사 약 1만여명이 소속된 쿠팡파트너스연합회는 ”새벽배송금지는 야간기사 생계 박탈선언이자 택배산업 자해행위“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민주노총의 제안이 ’심야배송 전면금지‘라고 오독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을 통해 우리 사회에 새벽배송이 얼마나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새벽배송으로 물건을 받아서 편리함을 느끼고 계신가요. 그 편리함은 택배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과 맞바꿀 수 있는 편리함일까요.
<관련기사>
·“새벽배송 규제 논란…‘소비자 편익’과 ‘노동자 건강권’ 사이(2025-11-02 한겨레신문)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226841.html
·“꼭 모든 물건을 새벽에 받아야 하나요”···새벽배송 되돌릴 수 없다면(2025-11-04 경향신문)
https://www.khan.co.kr/article/202511031739001#ENT
○ 정부 합동 단속 과정에서 이주노동자 사망

지난 10월 28일 15시경, 대구 성서공단의 한 자동차 부품공장에서 근무하던 이주노동자가 정부의 합동단속 과정에서 사망하였습니다.
정부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불법체류 외국인 단속’을 명분으로 전국적인 합동단속을 시행했습니다. 지난 28일에도 같은 이유로 3시간이 넘는 단속이 있었고, 출입국관리소 단속반이 들이닥치자 단속을 피해 숨었던 이주노동자가 3층 높이에서 떨어져 추락사하였습니다. 사망한 이주노동자는 부모가 일하고 있는 한국에 유학생비자로 입국해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 중이었습니다. 국내에서 일할 수 있는 D-2비자를 보유하고 있었고, 해당 회사에서 일한 지 2주 만에 변을 당했습니다.
2025년 한 해 동안 단속 과정에서 부상을 당하거나 사망한 이주노동자에 대한 뉴스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2025. 1. 31. 인천의 한 목재 야적장에서 일하던 이주노동자가 단속을 피해 참고에 숨었다가 약품흡입으로 사망한 사고를 시작으로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다치거나 숨졌습니다. 법무부는 단속 과정에서 절차 준수와 외국인 인권보호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 단속되는 현장에서는 인권보호의 의지를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시민사회단체는 수년전부터 이주노동자들의 부상과 사망을 초래하는, 반인권적이고 폭력적인 ‘토끼몰이식’ 단속을 중단하라고 요구했지만 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이주노동자를 ‘불법’으로 낙인찍는 현행 이주노동자 정책이 만든 구조적인 폭력도 있습니다. 사업장변경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고 강제노동을 강요하는 현행 고용허가제 하에서는 ‘불법’ 이주노동자가 양산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이러한 제도적 문제 개선에는 관심이 없고, 통제위주의 출입국행정을 통해 ‘불법’을 색출해내는 데 혈안입니다.
이주노동자를 죽음으로 모는 무리한 단속은 즉각 중단되어야 할 것입니다,
<관련기사>
·단속 피하던 베트남 이주노동자 추락사... 사망 전 "너무 무섭다"(2025-10-31 오마이뉴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178808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즉각 중단해야”···대구 노동계·시민단체, ‘위선적 인권정책’에 쓴소리(2025-10-30 경향신문)
https://www.khan.co.kr/article/202510301707011#ENT
·[긴급성명]이재명 정부가 사람을 죽였다! 지금 당장 미등록이주민 정부 합동 단속 중단하라!(2025-10-29 월담노조)
https://goover20000.tistory.com/472
○ 25년째 패고 무효 투쟁 중인 영풍그룹 계열사 ㈜시그네틱스 조합원들

영풍그룹 계열사인 ㈜시그네틱스에서 2001년 해고돼 25년째 투쟁하는 여성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시그네틱스는 1966년 미국 시그네틱스사가 서울 강서구 염창동에 설립한 해외 투자법인 1호 기업으로, 반도체 후공정(반도체 칩에 전기 기능을 연결하고 외부 손상이 가지 않게 패키징한 후 검사한 제품을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과 해외로 납품한다) 업무를 해왔습니다. 1975년 필립스에 이어 1995년 거평그룹이 인수해 운영해온 시그네틱스를, 1998년 거평이 부도가 나면서 2000년 영풍그룹이 인수해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영풍그룹은 2001년 안산 원시동에 별다른 생산·투자 계획도 없는 작은 공장을 만들더니, 갑자기 노동자들을 그 곳으로 인사발령 보냈습니다. 이에 시그네틱스 노동조합은 전면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위기에 처한 회사를 위해 희생을 감수하고 함께했던 노동자들과 했던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회사는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고 가압류를 걸었고, 파업 참가 노동자 130여명을 해고했습니다. 한강대교 아치 위에서 고공농성을 했고, 집단 단식농성도 했고, 영풍 본사와 파주 시그네틱스 공장 등에서 노숙농성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연행되고 구속되는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해고 조합원들은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반월시화공단에는 영풍그룹의 전자산업 계열사들이 여럿있죠. 코리아써키트, 인터플렉스, 영풍전자, 테라닉스가 모두 계열사입니다. 조합원들이 파악한 영풍은 기술력은 있으나 부도 등으로 경영이 어려운 회사를 싼값에 인수해 무노조 비정규직 공장으로 만드는 전문가입니다. 노동자들이 단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소사장제로 노동자들을 쪼개어 관리하기도 하고요. 그러다보니 이직률이 높고, 심지어 물량이 없을 때는 노동자들끼리 ‘가위바위보’를 해서 정리해고 대상자를 결정했다는 소문도 돌았다고 합니다. 정리해고, 즉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는 법에서 정한 엄격한 절차를 따라야 함에도 불구하고요. 시그네틱스 조합원들이 안산 영풍계열사 앞에 와서 매주 화요일마다 선전전을 하는 이유입니다. 최저임금 안내부터 야간수당, 산재, 강제휴무, 직장갑질, 일방적인 근무조 변경 등 일터에서 직간접 경험할 수 있는 사안들에 대한 대처방법 등을 선전전을 통해 홍보합니다.
공단에서 시그네틱스 해고 노동자들의 선전전을 보게 된다면, 한 번 인사라도 나눠보면 어떨까요. 분명 힘이 될 겁니다.
<관련기사>
·가위바위보로 정리해고? ‘시그대학’에서 ‘추노’로… “영풍 민주노조 설립은 우리 투쟁 또 하나의 승리”(2025-11-03 노동과세계)
https://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508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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