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리셀 대표 징역 15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최고형

지난해 6월 화재로 노동자 23명이 사망한 아리셀 참사와 관련해 박순관 아리셀 대표가 1심에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되었습니다. 이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최고 형량입니다. 박씨의 아들인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 역시 15년의 형이 내려졌습니다. 이외에도, 재판부는 아리셀 임직원 4명에 징역·금고 1∼2년형, 노동자 불법 파견업체 2곳에 각 벌금 3천만원, 아리셀 법인에 벌금 8억원을 선고했습니다.
박순관 대표는 법정에서 “아리셀의 실질적 경영 책임자는 아들이며, 참사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사고였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책임을 회피하려 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판결의 이유에서 “이 사건 화재 사고는 예측 불가능했던 불운한 사고가 이니라, 언제 터져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던 예고된 인재였다. 기업의 생산량 증대에 따른 이윤 극대화를 앞세워 노동자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이 방치되는 우리 산업구조의 현실과 일용직·파견직 등 불안정 노동자의 노동 현장의 실태가 어둡게 드리워져 있다”고 지적하며, “그동안 산업재해 사고에서 상대적으로 가벼운 형을 부과했던 양형 경향과 산업재해의 빈번한 발생 현실에 비춰 보면 형벌의 일반예방 효과가 거의 작동하지 않았다. 이 사건과 같이 다수의 노동자 사망 사건에서조차 가벼운 형이 선고된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책임자에게 무거운 형사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아리셀 1심 판결 며칠 후 대법원에서는 삼강에스앤씨 전 대표의 징역 2년형이 확정되었습니다. 삼강에스앤씨에서는 2021년 3월과 4월에 이어 2022년 2월까지 1년 사이 3명의 노동자가 일하다 사망했습니다. 2022년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래 3년 8개월이 지나고 있는데요, 지금까지 대법원에서 경영책임자의 실형이 확정된 것은 이것이 두 번째입니다.
<관련기사>
· 아리셀 대표 징역 15년…중대재해법 시행 후 최고형(2025.09.25. 안전저널)
https://www.anjunj.com/news/articleView.html?idxno=40898
· 1년도 안 돼 3명 사망···삼강에스앤씨 전 대표 ‘중대재해법 위반’ 실형 확정 2호 (2025.09.26. 경향신문)
https://www.khan.co.kr/article/202509261045001
○ APEC 정상회의를 빌미로,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정부

지난 3년간 발생한 이주노동자 사망사고의 60%가 떨어짐·끼임·부딪힘 등 3대 다발재해형 재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업종별로는 건설업(52%)과 제조업(29%)에서 많이 발생했고, 국적별로는 한국계 중국인이 45%로 가장 많았습니다. 일각에서는 이주노동자의 산재사망률이 높은 이유로 의사소통문제를 원인으로 꼽기도 하지만 한국어 사용이 가능한 한국계 중국인 사망자가 가장 많다는 것은 언어장벽의 문제보다는 안전관리 소홀과 위험의 위주화가 근본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 고용노동부가 최근 운영한 이주노동자 노동인권 침해 집중 신고기간에 접수된 신고의 77%가 임금체불 사건이었습니다. 이주노동자 임금체불 규모는 해가 갈수록 급증하고 있는데요, 올해에는 7개월 동안 접수된 사건 수가 이미 지난 한 해 전체 건수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올해 7월 기준 이주노동자의 체불임금액은 접수된 것만 1천 12억 9천 400만원에 달합니다.
이렇게 이주노동자들은 안전과 임금과 같은 기본적인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더불어 ‘취업비자’를 받고 한국에 들어왔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미등록 노동자가 되어 불법체류자로 적발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합니다. 인도네시아 출신 A씨는 지난해 1월 선원취업비자로 한국에 왔지만 통발을 하역하다가 배에서 떨어져 치료를 받던 중 선주와 회사로부터 인도네시아로 돌아가라는 압박을 받았고, 결국 여권과 신분증을 빼앗긴 채 일하던 선박에서 쫓겨났습니다. 신분증이 없으면 합법적인 취업을 할 수가 없고, 3개월 내에 취업을 하지 못하는 이주노동자는 미등록 불법체류자가 됩니다. 이런 사례를 포함, 한국에 일하러 온 이주노동자들이 불법체류와 불법취업으로 내몰려 적발되는 사례는 2024년 2만487건으로 2021년 1950건에 비해 3년만에 10.5배 규모로 늘었습니다.
이런 현실에 대한 근본 대책은 없이 법무부가 오는 31일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빌미로,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정부합동단속에 나선다고 밝혀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노동계와 이주인권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는 “한국 사회를 함께 지탱하고 있는 구성원인 이주노동자는 단속의 대상이 아닌 권리 보장의 대상이어야 한다”면서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정부의 “폭력적 단속·추방”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지적한대로 정부가 해야 할 시급한 일은 폭력적인 단속과 추방이 아니라 부당한 일을 당하고, 불법화되지 않도록 이주노동자의 노동·인권을 보장하고 수많은 문제를 양산하고 있는 고용허가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고민하는 것입니다.
<관련기사>
· “APEC 정상회의 빌미로, 이주노동자 ‘인간사냥’ 나서겠단 법무부” (2025.10.02. 참세상)
https://www.newscham.net/articles/114264
· ‘취업비자’ 받고도 ‘불법취업’ 내몰리는 이주노동자···3년간 적발 10배 늘어(2025-10-14 경향신문) https://www.khan.co.kr/article/202510141549001
○ 노동법 사각지대의 작은사업장 노동자들

작은사업장에서 노동법이 지켜지지 않고, 산업재해 발생비율이 높다는 것은 계속해서 지적되고 있는데요, 최근에도 이러한 현실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자료들이 나왔습니다. 지난 9월 29일 고용노동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2분기까지 지난 6년간 산업재해자는 총 71만208명, 산재 사망자는 총 1만1599명이었습니다. 이 중 산업재해자의 70.8%, 사망자의 62.8%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중소영세사업장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여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의 산재예방 지원을 받는 중소기업은 전체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해마다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위기의 영향으로 온열질환 관련 산재 역시 증가하고 있는데요, 이 역시 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비중이 47.6%에 달했습니다. 소규모 건설현장과 같은 곳에서는 노동자가 쓰러져도 열사병 등으로 인정하지 않고 산재신청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전문가들은 실제 규모는 더 클 것이라고 추정합니다.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않기 위해서 5인 미만으로 위장하는 사업장들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물류업에서는 노동자들을 자영업자로 둔갑시켜 근로계약이 아닌 도급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렇게 사업자로 위장된 노동자들에게 지급된 금액만 연간 1천억 원을 돌파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정부의 관리감독이 소홀한 사이 노동자들의 피해만 점점 더 커져가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 6년간 산업재해자 71만명…10명 중 7명은 50인 미만 사업장 소속 (2025.09.29. 경향신문)
https://www.khan.co.kr/article/202509291429021
· 법망 피하는 5인 미만 위장 의심 사업장 7년간 2배 급증(2025-10-20 아시아뉴스통신)
https://www.anewsa.com/detail.php?number=3088773
○ 고용노동부, 교대제와 특별연장근로를 반복 운영하는 업체 감독 나서

고용노동부가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장시간 노동 고착 구조’를 끊겠다며 교대제와 특별연장근로를 반복 운영하는 제조업체와 항공사 50곳을 대상으로 한 기획감독에 나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감독은 10월 16일부터 두 달간 진행되며, 주요 점검 항목은 △법정 노동시간 준수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지급 △특별연장근로 인가시간 및 건강보호조치 이행 △기계·설비 등 안전조치 △특수건강진단 실시 △휴게시설 설치 기준 준수 여부 등이라고 합니다. 노동부는 이번 감독 외에도 장시간 노동이 많은 업종이나 맞교대가 일반화된 소규모 사업장 가운데 자율적 개선 의지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컨설팅·장려금·세액공제 등 맞춤형 지원을 계속 제공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12시간 맞교대제’를 운영한 SPC 계열사에서 잇따라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등 장시간 노동은 산업재해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어 왔습니다. 이번 감독 대상은 아니지만, 택배노동자들 역시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과로사가 잇따르고 있는데요, 추석연휴를 앞둔 지난 10월 1일에도 쿠팡CLS 대구영업점 소속의 배송기사 A씨가 자택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치료를 받던 중 결국 사망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한국은 여전히 노동시간이 가장 긴 국가로 꼽히고 있습니다. 2024년 OECD에 보고된 주요 국가들의 임금노동자 연간 노동시간을 비교해 보면, 한국은 1,859시간으로 비교대상 국가들 가운데 가장 길고 OECD 평균(약 1,736시간)보다 151시간 더 깁니다. 주 4.5일제가 국정과제로 제기되고 있는 요즘, 실질적인 노동시간이 줄어들기를 바라봅니다. 물론 노동조건이 하락되어서는 안되겠죠?
<관련기사>
· "심야노동·교대제 실태 살핀다"…정부, 제조업 장시간 근로 집중점검(2025.10.16. 뉴스1)
https://www.news1.kr/economy/employment-labor/5942877
· 쿠팡은 어쩔 수가 없나? 택배노동자 뇌출혈 또 사망···노조 “주 60시간 과로 시달려”(2025.10.16. 경향신문)
https://www.khan.co.kr/article/202510161623001
○ 경기도 산업단지 97% ‘공동휴게시설 부재’

경기도내 국가산업단지와 일반산업단지, 도시첨단산업단지 등 대다수 산단들이 노동자 공동휴게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아 산업 재해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10월 4일 고용노동부가 제출한 ‘휴게시설 설치의무 이행실태조사(2024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조사대상으로 선정된 경기도내 64개 산업단지 가운데 96.8%가 공동휴게시설을 갖추지 않았습니다. 공동 휴게시설을 갖춘 산단은 서울우유일반산업단지(양주시)와 화성산업단지(화성시) 등 단 2곳(3.1%)에 불과했고, 전수조사는 아니었기에 실재로는 공동휴게실을 갖추지 못한 산단의 비율이 더 높을 것으로 보입니다.
'쉴 권리'는 단순히 피로를 덜기 위해 배려 받는 것이 아닌,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하기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월담노조는 2022년 지역 단체들과 함께 '반월·시화공단 노동자 휴게권 보장을 위한 공동사업단(아래 공동사업단)'을 구성했고, 반월·시화공단 노동자들과 지역사회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어, 2025년 4월, 반월공단의 산업단지근로자복지관 1층에 작은 사업장 노동자를 위한 공동휴게실 1호점이 문을 열었습니다. 공단의 규모에 비하면 아직 턱없이 부족한 공간이지만 ‘쉴 권리’가 당연한 권리로 인식되고 보장받을 수 있도록 모두가 함께 요구해 가야겠습니다.
<관련기사>
· 경기도 산업단지 97% ‘공동휴게시설 부재’…산재 위험 노출 (2025-10-04 경기일보)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100458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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