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담과 함께 살펴보는 공단뉴스(2025.12.20.- 2026.01.10.)

○ 일하는 사람의 목소리 빠진 ‘일하는 사람 기본법’

“‘권리 밖 노동’의 목소리, ‘일하는 사람의 권리 기본법’에 담겠습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이 얘기한 ‘일하는 사람의 권리 기본법’이 12월 24일, 더불어민주당 김태선 의원에 의해 법안 발의되었습니다. 이재명 정부 공약과 국정과제에서 ‘일터 권리 보장법’이라 명시되었던 내용이 ‘일하는 사람의 권리 기본법’으로 이름을 바꿔서 현실화 된 것입니다. 김장관이 말하는 ‘권리 밖 노동’이란 근로기준법 밖에 내몰려 있는 플랫폼•특수고용·프리랜서 노동자를 일컫는 개념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 개념에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도 포함되기도 하는데, 여하튼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법을 추진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법안의 내용을 보면 윤석열 정부의 ‘노동약자 지원법’과 다르지 않다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2024년 11월 26일, 윤석열 정권은 ‘노동약자지원법’ 입법발의 대국민 보고대회를 진행했습니다. 이때 더불어 민주당은 “노동자 권리보장에 대한 국가 책임을 외면함으로써 정작 그 실질은 텅텅 비어있다”며 비판했습니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의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노동약자지원법’의 ‘노동약자’를 ‘일하는 사람’으로 단어만 바꾸고 몇 가지 조항을 추가한 정도에 불과합니다. 노동계와 법조계의 많은 전문가들이 “알맹이가 빠진 법안으로 실질적 권리보장과는 거리가 멀다”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회피하는 장치로 악용될 수 있다”라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내용의 부실함도 문제지만 핵심은 이 법안의 제정, 그 자체가 문제입니다. ‘권리 밖 노동’을 보호한다면서 노동법 밖에 새로운 법을 제정하면서, 그 권리 밖 노동자들은 원래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노동법적인 보호를 받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보호한다면서 만들어졌던 파견법, 기간제법 등 비정규법안들이 그래왔듯이, 이 법의 제정이 노동법 밖으로 노동자들을 더 밀어내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을 발의하면서 ‘추정제도’를 도입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패키지로 내밀고 있지만, 이는 노동자 추정이 아니라 분쟁이 발생해야 노동자로 추정해서 분쟁을 다루겠다는 것으로 실제로는 권리보호정책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노동기본권의 권리를 보장받는 노동자와 그 ‘권리 밖 노동자’를 구분하고 새로운 법으로 또 다른 보호를 만드는 것은 기존의 차별을 확대•재생산합니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플랫폼·프리랜서·특수고용 노동자 보호를 위해 발의했다고 기본취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일하는 모든 사람의 권리를 보장하겠다면, 근로기준법 정의에서 노동자 개념을 확대하고 추정조항 도입을 통해서 ‘권리 밖 노동’을 하는 사람들을 법 안으로 포괄하는 기본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당사자들이 요구하고 있습니다. ‘일하는 모든 이들의 권리를 일터에서 보장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를 온전히 실현하기 위해서는 ‘권리 밖 노동’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관련기사>
• 베일 벗은 ‘일하는사람법’, 역시나 ‘노동약자법’ 시즌2(2025-12-29 프레시안)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5122815234989714
• 법 밖 노동자들 “일하는 사람 기본법, 노동자성 회피장치”(2025-12-30 매일노동뉴스)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2021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일하는 사람법, 사용자 면책을 위한 가짜 보호”(2026-01-09 투데이신문)
https://www.ntoday.co.kr/news/articleViewAmp.html?idxno=123943
○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10명 중 세 명은 ‘근로계약서 안 썼다’

지난 1월 4일 직장갑질 119가 발표한 ‘직장생활 만족도 및 노동법 준수 정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에 다닌다고 응답한 직장인 중 46.3%만이 "입사할 때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교부받았다"고 답했습니다. 나머지 절반은 계약서를 받지 못했고, 이 중 36%는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다고 답변했습니다. 300인 이상 대형 사업장 재직자 중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밝힌 응답자(2.1%)의 17배에 달합니다.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계약서 미작성 비율은 2022년 이후 매년 30~50%대(2022년 34%, 2023년 50%, 2024년 42% 등)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현재 5인 미만 사업장에는 근로기준법의 대부분 조항(부당해고 금지, 주 52시간 근로시간 제한 등)이 적용되지 않지만, 근로계약서 작성·교부 등 일부 조항에 한해선 준수 의무가 있습니다. 근로계약서 미작성 시엔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형사처벌(벌금형)까지 가능합니다.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 일터는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인한 직장생활 불만족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설문조사에서 5인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의 43.9%는 직장생활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전체 직장인 평균보다 10% 높게 불만족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이재명 정부는 일터 규모와 무관하게 모든 노동자를 근로기준법 테두리 안에서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취임 직후인 지난해 7월,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대화를 토대로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합니다. 5인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언제가 되어서야 근로기준법의 권리를 누릴 수 있을지 그 누구도 책임있게 답하지 않습니다. 2026년, 새해에는 모든 노동자가 온당한 권리를 보장받기를 기원합니다.
<관련기사>
• '5인 미만 사업장' 직장인 36% "근로계약서 안 썼다"(2026-01-04 한국일보)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6010410410002315?did=NA
○ 2026년. 여전히,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

지난 12월 20일은 故속헹씨 사망 5주기를 맞는 날이었습니다. 故속헹씨는 이주여성노동자로 일하다가 2020년 12월 20일 경기도 포천의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영하 20도에 가까운 한파로 사망했습니다. 속헹씨의 죽음으로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주거와 노동환경을 사회적 문제로 드러나면서 전국적인 제도 개선과 대책마련의 요구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법원에 의해 이주노동자들의 주거권과 노동권에 국가의 책임이 인정된 진일보된 성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속헹씨가 사망한지 5년이 되었어도 이주노동자의 주거문제는 전혀 해결되고 있지 않습니다. 이 사건 이후 경기도는 ‘외국인 노동자 숙소 건립 지원사업’을 통해 이주노동자의 주거환경개선과 공공기숙사 설립 등을 지원하면서 2023년 도비 27억원을 포함해 총 60여억원을 들여서 포천•안성•양주•파주•연천 등 5개 시군에서 공공기숙사 설립과 리모델링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2024년에는 도비 10억, 2025년에는 1억 5천만원으로 계속해서 대폭 축소되다가 올해는 아예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습니다. 이주노동자 주거지원이 뒷걸음질 치다가 사실상 폐지된 것입니다. 이주노동자들은 여전히 비닐하우스 숙소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해 12월 8일 처음 공표한 ‘2024년 이주배경인구 통계’에 따르면 2024년 11월 1일 기준으로 3개월 이상 국내에 이주한 이주배경인구는 271만 5000명으로, 전체인구(5180만6000명)의 5.2%에 이릅니다. 전년 대비 13만4000명(5.2%) 늘어났습니다. 같은 기간 총인구는 3만1000명(0.1%) 증가에 그쳐, 이주배경인구의 증가 속도가 훨씬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경기도는 그 비중이 높아서 전체 이주배경인구의 32.7%가 거주하고 있습니다. 지역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주민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제도는 이들의 권리를 더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경기도는 전국최초로 2024년 7월, 이민사회국을 신설해서 급증하는 이주민 인구에 대응하고, 모든 주민이 차별 없이 살아갈 수 있는 포용사회를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경기도 이민사회 종합계획(2025~2027)’을 수립하고 ▲사회통합 ▲인권보장 ▲이민정책 ▲거버넌스 총 4개 분야 내 이주민 종합지원 플랫폼 구축, 이주노동자 주거 및 노동환경 개선, 우수인재 유치 및 육성, 이주 배경 아동 기본권 지원 등 33개 과제를 담았습니다. 또한 2025년 7월 경기도이민사회통합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외국인의 단기적 활용과 관리의 대상으로 보는 기존 외국인 정책방향을 이주민을 지역사회 파트너로 재규정하고 정책의 구조와 콘텐츠를 바꾸겠다는 방향전환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현실의 이주노동자들은 여전히 열악한 일터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일하다 다치거나 죽고, 미등록 신세가 되어 불법인 존재로, 비닐하우스를 집 삼아 비인간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누구나 존중받고, 함께 살아가는 포용사회를 실현하겠다’는 경기도 이민사회국의 포부를 이루기 위해서라도 이주노동자들의 근본적인 권리를 실현할 수 있는 ‘고용허가제’ 폐지 등과 같은 실질적인 대책 마련과 당장의 노동권과 인권•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재정적 지원이 절실합니다.
<관련기사>
• [현장르포] ‘속헹 5주기’ 이주노동자 주거 지원은 뒷걸음질, 사실상 폐지 밟는다(2025-12-24 경인일보)
https://www.kyeongin.com/article/1756677
• [다문화] 이주배경인구, 전체 인구 5% 돌파(2025-12-26 중도일보)
https://www.joongdo.co.kr/web/view.php?key=20251225010009824
• 오경석 경기도이민사회통합지원센터 대표 “이민자의 지역 구성원 안착에 최선”(2025-12-21 경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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