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이주노동자 재판받을 권리 박탈하는 ‘한국어뿐인 약식명령’규탄 및
이주·노동·시민사회·인권단체 공동성명 발표 기자회견
○ 일시: 2026년 6월 16일(화) 오후2시
○ 장소: 대법원 앞
○ 주최: 111개 이주·노동·시민사회·인권단체 및 개인
진행 : 이미숙 위원장 (반월시화공단노동조합 월담 / 안산시흥이주노동자상담소)
발언1 : 법원의 정식재판회복청구 기각 결정 규탄 및 당사자 상황 : 조영신 변호사 (안산시흥이주노동자상담소 상담위원)
발언2 : 약식명령서 번역 부재의 법적 문제점과 재판받을 권리 침해 : 고광민 변호사 (민변 노동위원회 이주노동팀)
발언3 : 한국어를 잘 몰라서 겪은 사법피해 사례 : 우다야 라이 위원장 (이주노조)
발언4 : 이주노동자 인권 침해 및 강제출국 위기에 대한 규탄 : 박희은 집행위원장(경기이주평등연대)
<공동성명서 발표> 최희성 행정사 (이행移行: 이주민 인권을 위한 행정사 모임)
<의견서 제출>
‘안산시흥이주노동자상담소’는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경기이주평등연대 등 111개 이주·노동·시민사회·인권단체 등과 함께 6월 16일 오후2시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한국어뿐인 약식명령’으로 인해 재판받을 권리조차 박탈당한 이주노동자 A씨 권리 보장과 대법원에 관련 예규의 즉각적 개선을 촉구하기 위해섭니다. 이 사건은 지난 5월 17일 개소한 안산시흥이주노동자상담소 첫 상담사례입니다.

비전문취업비자(E-9)으로 체류하는 이주노동자 대부분이 기숙사에 거주하기에 사업장 주소가 자신의 주소지가 되는데, 일을 하는 동안에는 직접 등기우편을 받을 수가 없기에 본인에게 제대로 전달되기가 힘듭니다. 게다가 제때 받지 못한 우편물에는 모국어 번역문이 동봉되어 있지 않아 A씨는 해당 약식명령에 대해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을 청구해야 한다는 안내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정식재판청구가 도과했고, 상담소의 지원을 통해 정식재판청구권 회복청구를 했습니다.
그러나 6월 9일 인천지방법원은 A씨의 정식재판청구권 회복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인천지방법원은 해당 송달이 적법하게 이루어졌고, 한국어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사정에 대해서도 본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볼수 없다며 회복 청구가 부적법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기자회견 첫 발언을 한 안산시흥이주노동자상담소 상담위원이자 해당 노동자의 법률 대리인이기도 한 조영신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이주노동자가 한국어를 하지 못한다는 사정은 형사소송법 제458조 제1항에 따른 ‘책임질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한다며, 인천지방법원의 결정을 반박했습니다. 법률용어로 이루어진 이 사건 약식명령문을 피고인이 이해하기는 매우 어려웠으며, 한국어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귀책사유로 작동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금도 벌금 가납과 DNA 채취를 독촉받고 있는 A씨는 경찰에 체포되는 것은 아닐까 매일을 두려움에 떨고 있다며, 억울한 노동자에게 재판조차 받을 수 없도록 하는 것은 혹독하고 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이주노동팀의 고광민 변호사는 대한민국은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인 ICCPR을 비준한 국가라는 점을 환기시켰습니다. 이에 따르면 형사피고인이 자신에 대한 혐의와 절차를 이해하고 충분한 방어를 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아야 합니다. 특히 ICCPR 제14조 제3항 (a)는 피고인이 자신이 이해하는 언어로 혐의 내용을 통지받을 권리를, 같은 항 (f)는 통역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유럽인권협약 제6조 역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규정하면서 언어적 장벽으로 인해 방어권이 침해되어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확인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인천지방법원의 결정이 형사피고인 방어권 보장에 미흡했음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최근 제주지방법원에서는 동일한 사례에 대해 인천지방법원과는 반대의 판단을 내렸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제주지방법원은 외국인 피고인이 약식명령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못한 경우에 대해 피고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사유가 있다고 판단, 정식재판청구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해 번역본을 함께 송달할 필요가 있다는 판시를 했습니다. 그런 점을 볼 때 이번 사건 정식재판청구권 회복청구가 불인정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언어가 서투르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이주노동자들의 사례를 증언했습니다. 이전 고용주가 손배를 청구했는데 소송을 당한 일도 몰랐던 경기도 양평군의 네팔 노동자 사례, 일을 그만둔 이주노동자가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해 지급명령이 나왔는데, 노동자가 뒤늦게 그를 확인하고 변호사를 통해 대응한 사례 등 이주노동자가 제때 법적 서류를 전달받지 못해 대응이 늦어지거나 권리 침해가 발생하는 사례들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이주노동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괴롭힘의 도구로 사용하는 사업주들이 종종 있는데, 한국어로만 된 통지서류들이 이주노동자의 피해를 키우고,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점을 강조해 말했습니다.

경기이주평등연대 박희은 집행위원장은 한국사회의 필요로 인해 이주노동자를 불어들이지만, 최소한의 언어적 소통도 되지 않는 공적체계는 심각하다며, 이주노동자들이 작업장에 갇혀 일만하는 노예나 기계가 아님에도, 시스템은 이주노동자들이 일상을 살아가며 다양한 상황들과 마주칠 수 있다는 것을 인식조차 하는 못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번 사례는 정부가, 그리고 법원의 시스템이 차별을 제도화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반드시 피해 당사자의 재판 청구권 회복이 이루어져야 하고, 기본권 침해가 없도록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주민 인권을 위한 행정사모임의 최희성 행정사의 공동성명서 발표를 끝으로 기자회견을 마쳤습니다. 참가자들은 이 사건이 안산시흥이주노동자상담소의 1호 사건인 것은 우연이 아니라 구조적 차별 속에서 속수무책으로 권리를 박탈당하는 이주노동자의 현실이 드러난 것이라며, 이같은 실태가 개선될 수 있도록 빠른 문제해결과 개선책 마련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법원 행정처에 제출하는 것으로 기자회견을 마무리했습니다.


[공동 성명서]
이주노동자에게 모국어 번역 없이 한국어로만 작성된 약식명령문을 송달하는 것은
헌법상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다.
경기도 화성시의 한 사업장에서 일하는 캄보디아 국적의 이주노동자가 인천지방법원으로부터 약식명령문을 받았다. 그 안에는 ‘명령문을 받을 후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다’라는 고지가 담겨 있다. 그런데 그 문서를 대신 송달받은 회사 직원은 이주노동자에게 우편물이 도착했음을 제때 알려주지 않았다. 또한, 그 문서는 오직 한국어로만 작성되었고, 이주노동자의 모국어로 번역이 제공되지 않았다. 이주노동자는 그 문서가 무슨 내용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 사이에 정식재판 청구 기간이 도과했다.
비전문취업(E-9) 비자로 입국한 이주노동자 대부분은 사업장에서 제공하는 기숙사에 살고, 사업장 주소를 법적 주소지로 신고한다. 그러다보니 우편물은 피고인 본인이 아닌 사업장 관계자에게 먼저 닿는다. 등기우편물은 수취인 본인 수령이 원칙이지만, 한창 근무할 시간에 도착하는 등기우편물을 당사자가 직접 받을 가능성이 없다. 우편물이 제때 전달되지 않고 방치되는 일은 이주노동자 사업장에서 드문 일이 아니다. 개인의 부주의가 아니라, 이주노동자의 체류 구조가 만들어낸 필연적인 현실이다.
또한, 대법원은 공소장에 대해서는 외국인 피고인에게 번역문을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재판 없는 유죄판결인 약식명령에는 번역 제공 규정이 없다. 우편물을 제때 받을 수 없는 구조적인 상황, 받아보아도 모국어로 번역이 되어 있지 않아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은 이주노동자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헌법은 모든 사람에게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한다.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쓰인 문서를 송달하는 것은 재판받을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당사자가 그 내용을 이해하고 스스로 불복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재판받을 권리가 보장된다. 인천지방법원은 지금이라도 이주노동자의 정식재판청구권을 회복하여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이 사건은 안산시흥이주노동자상담소의 1호 상담 사건이다. 구조적 차별 속에서 속수무책으로 권리를 박탈당한 이주노동자의 사건이 안산시흥이주노동자상담소의 첫 번째 상담 사건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러한 일이 얼마나 우리 주변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지를 방증하는 것이다.
우리는 인천지방법원에 촉구한다. 이주노동자도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 이주노동자의 정식재판청구권 회복청구를 허가하라.
2026년 6월 16일
[111개 이주·노동·시민사회·인권단체 일동]
(사)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가톨릭노동상담소, 경기대학교 학생운동 동아리 '경기를 일으키다',경기이주평등연대, 경북북부 이주노동자센터, 경산(경북)이주노동자센터, 경주이주노동자센터, 계원예술대학교 학생·소수자권리위원회[잡초], 고려대학교 생활도서관, 공공운수현장실천, 광주전남노동안전보건지킴이, 금속노조 두원정공지회, 금속노조 시그네틱스분회, 금속노조 현대위아 안산지회,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기후위기포천시민행동, 김보겸(개인), 김승섭(개인), 김용균재단, 김유수(개인), 난민인권센터, 남태령 아스팔트 동지회, 노동당 노동위원회, 노동법률사무소 아우름,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노무사사무소 별, 다산인권센터, 대구경북이주연대회의, 대구이주민선교센터, 대전녹색당, 동양피스톤분회, 마석이주극장mmT,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민주노총 안산지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박나리(개인), 박효석(개인), 반월시화공단노동조합 월담, 버스킹플레이, 베리프론트, 변혁적여성운동네트워크 빵과장미, 부천차별금지법제정연대, 빈곤사회연대, 빈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 사단법인희망씨, 사무금융노조 AIG손해보험지부, 사회민주인권연대(사민련),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생명안전 시민넷, 서울예대 노학연대모임 ‘불나비’, 설영(개인), 성공회대 노학연대모임 가시, 소수자 연대 풍물패 장풍,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 손잡고(손배가압류를잡자!손에손을잡고), 수원대학교 만화동아리 S.C.O., 수원여성회, 시흥안산지역지회, 아유, 아주대학교 노학연대 가로등, 악조노벨, 안산도시개발노동조합, 안산시흥이주노동자상담소, 영등포산업선교회, 영해노동인권연구소, 오산 다솜 교회, 유계순(개인), 음성노동인권센터, 이내연(개인), 이주노동법률지원센터 소금꽃나무, 이주노동자평등연대(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노동당,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노동전선, 녹색당, 대한불교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성공회용산-혜화나눔의집, 민변노동위원회, 사회진보연대, 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 (사)이주노동희망센터,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이주민센터친구,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지구인의정류장, 천주교인권위원회, 필리핀공동체카사마코,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아래로부터전북노동연대, 이주민 시민연대 사회적협동조합, 이주민연대 샬롬의 집,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동, 이행移行: 이주민 인권을 위한 행정사 모임, 이희경(개인), 인권교육센터 들, 인권교육온다,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인권운동사랑방, 자치와자급 이주민네트워크, 작가노동조합,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음성지부,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정의당, 정의당 경기도당, 정의당 안산지역위원회, 조윤희(개인), 좌파활동가전국결집, 중진공파트너스지부,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 한국어교원지부, 책방 들락날락, 최인호(개인), 한국교회인권센터, 한국노동사회연구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인제대분회,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한신애(개인), 향린교회 사회부현장노무사사무소, 홈리스행동, 화분안죽이기실천시민연합, HIV/AIDS인권행동 알
'월담활동 > 기획사업'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언론보도] 안산에 문 연 이주노동자상담소…첫날부터 권리구제 상담 (0) | 2026.05.18 |
|---|---|
| [현장 스케치] 이주노동자의 든든한 울타리, ‘안산시흥이주노동자상담소’ 개소 (0) | 2026.05.18 |
| [월담의 오늘] 이주상담소 홍보 선전전 (0) | 2026.05.10 |
| 5.17 '이주노동자를 위한 무료 법률상담소'가 문을 엽니다! (0) | 2026.05.03 |
| 프레시안 연속기고-공안탄압 이후, 무너진 건설노동자 (2) | 2024.1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