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우리의 삶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일상의 불편함은 물론이고, 일터에서 크고 작은 불안감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반월시화공단노동자권리찾기모임 월담에서는 지난 6월 중순부터 7월 초까지 ‘코로나19 이후 일자리 영향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반월공단과 시화공단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노동조건의 변화, 코로나19 예방조치, 피해상황과 지원, 일자리 불안감 정도 등을 알아보았습니다.
설문조사에는 총 115명이 함께해 주셨습니다. 공단 내 외부식당 근처 등 사람들의 이동이 많은 곳을 직접 찾아가 일대 일로 조사를 진행했는데요. 확실히 이전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는 힘들었습니다. 실제 반월시화공단의 공장가동률은 이전에 비해 낮아진 상태입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산업동향에 따르면 반월공단의 가동률은 64.7%에 불과하고, 시화공단도 65%에 머물고 있다고 합니다. 이 수치가 2020년 5월 상황임을 고려하면 설문조사를 실시한 6월 상황은 더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도 합니다.
응답자의 53.04% 코로나19 이후 ‘일이 줄어들었다’ ‥ 해당 응답자의 52.24% ‘임금도 줄어’
조사의 첫 번째 질문은 ‘코로나19로 회사에 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 53.04%가 ‘일이 줄었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변화가 없다’고 답한 비율은 37.39%에 그치면서 대부분의 회사들이 코로나19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현재 공단에서 일을 하고 있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졌고, 상대적으로 코로나19의 피해를 덜 입은 상황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는 상당히 높은 비율입니다.
위의 질문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일이 줄어 들었거나 휴업과 감원을 했다고 답한 응답자만을 골라 ‘임금에 변화’를 살펴보았더니 52.24%가 ‘임금이 줄었다’고 답했습니다. 일이 줄어든 만큼 노동자들의 경제적 상황도 악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인데요. 이들 중에는 임금삭감(12.12%)나 연차휴가 사용 강요(10.61%), 해고나 권고사직 위협(7.58%), 무급휴직 강요(6.06%)등도 경험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더불어 낮은 비율이기는 하지만 최근 회사가 ‘휴업’이나 ‘감원’을 했다고 답한 사람들 중에 정부가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 등을 받은 이가 각1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휴업과 감원이 노동자들에 대한 별다른 대책 없이 이뤄진 것으로 보입니다.
전체 응답자의 31.30% ‘임금이 줄었다’ ‥ 고용불안과 경제적 어려움 동시에
전체 조사자 중 31.30%가 코로나19로 인해 ‘임금이 줄었다’고 답했습니다. ‘변화가 없다’고 답한 65.22%에 비해 낮은 수준이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이는 큰 수치이지요. 거기에 임금이 줄었다고 답한 이들 중에 58.32%는 연차휴가 사용강요나 무급휴직, 해고, 임금삭감 등의 통보나 위협을 경험한 것으로 답함으로써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고용에 대한 불안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23.49% 연차휴가 사용강요, 무급휴직, 해고위협, 임금삭감 등 경험
제대로 된 정부지원은 없어,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의 몫
코로나19로 인해 직장에서 경험한 피해를 묻는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 중 23.49%가 연차휴가 사용 강요, 무급휴직 강요, 권고사직이나 해고의 통보나 위협, 임금삭감과 반납 등을 경험한 것으로 답했습니다. 반면 이들은 정부/지자체의 지원을 경험한 바가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전체 응답자의 26.96%, 제대로 된 정부대책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느껴
접근성 쉽고, 직접적인 노동자 지원 대책 필요
이와 같은 노동관련 정부/지자체의 지원정책의 적절성을 묻는 질문에는 47.82%가 ‘매우 그렇다’와 ‘그런 편이다’라고 답했습니다. 반면 ‘그렇지 않다’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한 비율도 26.96%로 응답했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약간의 다른 해석이 필요한데요. 노동관련 지원정책에 대한 적절성의 질문이 정부의 재난지원금과 방역체계 등의 평가와 혼동되어 응답된 측면도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41.74% 일자리 불안감 심해 ‥ 기업의 휴·폐업 불안, 경제적 불안, 고용불안 등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을 묻는 질문에 41.74%가 ‘매우 심각’하거나 ‘심각한 편’이라고 답했습니다. 이는 현재 일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현재의 상황이 계속 유지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전반적으로 깔려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한 응답자의 대부분이 ‘물량감소와 휴·폐업 등 일자리 자체가 없어질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54.79%)’을 그 이유로 답함으로써 이를 뒷받침합니다.
작은 규모의 회사 노동자 일수록 어려움은 더 집중돼
50인 이하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 마련 시급
한 가지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일이 줄거나, 임금이 줄어드는 등의 피해가 바로 50인 이하 작은 회사에 다니는 노동자들에게 더 집중되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안 그래도 열악한 노동조건과 낮은 임금으로 힘든데, 재난상황의 어려움마저 작은 회사 노동자들이 짊어지는 현실입니다.
공단노동자들에 대한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지원 대책 필요
반월시화공단노동자들은 전반적으로 임금의 하락과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번 조사가 현재 고용을 유지하고 있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인 것을 감안하면 이는 상당히 높은 수치로 볼 수 있습니다. 반월시화공단 입주업체의 가동률과 고용률의 하락은 이러한 불안감을 더욱 부추기고 있습니다. 반면, 노동자들의 임금하락과 일자리 불안에 대한 대책은 뚜렷이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기업에 대한 지원과 그로 인한 낙수효과를 이야기하는 것은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당장, 어려움에 처한 노동자들에 대한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지원 대책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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