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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담활동/기획사업

[경기도 정치문화 웹진 "이-음"] 작은 사업장이라고 권리의 크기까지 작아야 하나요?

작은 사업장이라고 권리의 크기까지 작아야 하나요?

- 반월시화공단 휴게실태 조사 캠페인을 마무리하며

 

글 : 임용현(월담노조 사무국장)

 

지난 5월 9일부터 7월 11일까지 두 달 새 월담노조 집행위원들은 샛노란 ‘병아리룩’을 하고 반월시화공단 구석구석을 누볐다. 처음엔 명찰을 패용하고 노란 조끼까지 입은 우리 모습을 사람들이 흘끔흘끔 쳐다보는 게 너무 어색해서 혼났다. 이렇게 뭔가 어설픈 차림새로 지식산업센터 관리사무소나 중소사업체 현장을 방문하는 게 왠지 곤혹스러웠던 것이다.

실은 남들 시선을 의식할 만큼 우리는 한가한 처지가 아니었다. 반월시화산업단지 내 소규모사업체 밀집지역과 지식산업센터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대표자들과 공단 노동자들을 만나서 설문조사를 완수해야 할 임무가 우리에게 주어졌기 때문이다.

이번 실태조사는 반월시화공단의 전반적인 휴게실태 현황과 공동휴게실 이용 의사를 확인하는 것이 주 목적이다. 특히 이번 조사 사업은 월담이 권리찾기모임 시절부터 해 오던 노동환경, 임금 요구안, 인권침해 등 각종 실태조사와는 몇 가지 다른 특성이 있었다. 우선 그동안의 실태조사 대상이 주로 공단 노동자였다면, 이번에는 사업체 대표자와 지식산업센터 관리사무소도 조사 대상에 포함되었다. 게다가 이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서는 월담이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작은 모험도 감행해야 했다. 대다수 공단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작은 사업장 안으로 우리 스스로 걸어 들어가지 않으면 설문지를 배포하고 수거할 방법이 달리 없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사업장 담벼락을 넘겠다는 월담의 오랜 모토를 실현하는 짜릿한 순간이었다!

▲출처 : 반월시화공단노동조합 월담

매번의 실태조사가 그러하듯 이번에도 일이 뜻대로 술술 풀리지는 않았다. 어디서는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하고, 또 어디서는 우리를 본체만체 무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쩌랴. 우리에겐 도합 220장에 이르는 할당 목표가 있었고, 주어진 시간 안에 이를 달성하려면 일희일비할 틈이 없었다. 매주 하루이틀의 시간을 내 조사 대상지를 찾아갔지만 어떤 날엔 빈 손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었다. 날씨조차 우리 편이 아니었다. 실태조사를 할 때마다 폭우와 폭염이 어김없이 되풀이됐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어쨌든 실태조사는 두 달여 만에 목표를 채우고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는 설문지 분석 작업을 거쳐 이르면 9월경 발표할 예정이다. 2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쉴 권리를 배제한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 의무화제도’가 지난해 8월 18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월담노조 등 시흥‧안산지역 노동단체들이 함께 구성한 <반월시화공단 노동자 휴게권 실현을 위한 사업단>은 공동휴게실 설치라는 대안을 모색 중이다.

물론 모든 노동자에게 보장해야 할 쉴 권리를 사업장 규모로 쪼개어 예외 및 유예 조항을 덕지덕지 갖다 붙인 이 제도를 뜯어고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이처럼 문제는 사업장 고용인원을 기준으로 사업주의 영세함, 사업장의 열악함을 합리화하고 그에 따른 차별을 공식화하는 정부 정책 그 자체에 있다. 월담이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직접 확인한 사업장들 중에는 휴게시설 설치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곳들도 분명히 있었다. 그렇다면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휴게시설 설치를 제도적으로 의무화하는 등 쉴 권리가 차등 적용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책무 아니겠는가. 작은 사업장이라고 해서 권리의 크기까지 작아도 된다는 법이 있는 게 아닌데도 말이다.

‘작은 사업장 노동자에게 쉴 권리를 보장하라’고 목소리 낸 지 어느덧 만 2년이 되어간다. 이 당연하고 소박한 요구조차 사업장 규모로 분할되는 상황이 너무 기막히지만, 끊임없이 문제를 드러내지 않고서는 현실은 절로 나아지지 않는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사업주들은 사업장 규모에 따른 오랜 차별 관행을 더 이상 답습하지 말고, 모든 노동자의 쉴 권리가 차별 없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반기에도 월담노조는 반월시화공단의 열악한 휴게실태를 널리 알리는 한편, 중소사업체 밀집지역과 지식산업센터 내 공동휴게실 설치를 실물화하는 활동에 더욱 매진할 것이다.

 

 

[경기지금] 작은 사업장이라고 권리의 크기까지 작아야 하나요?- 반월시화공단 휴게실태 조사 캠

작은 사업장이라고 권리의 크기까지 작아야 하나요? – 반월시화공단 휴게실태 조사 캠페인을 마무리하며     글 : 임용현(월담노조 사무국장)     지난 5월 9일부터 7월 11일까지 두 달 새 월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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