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담과 함께 격주로 살펴보는 공단뉴스 (2024.10.08.~2024.10.22.)
● E-9 비자 발급 간소화? ‘사업장 이동의 자유’부터 전면 보장해야
제조업 등 일부 중소사업장에서 고용허가제(E-9·비전문취업 비자)로 들어온 이주노동자를 정부가 임의로 지정한 사업장과 연결해 주는 방식을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그런데, 이건 누구의 목소리일까요? 이주노동자? 아닙니다. 바로 중소사업체 사업주들의 요구인데요.
아시다시피, E-9 비자는 내국인을 구하지 못한 사업장이 정부에 외국인력을 요청하면 이를 합법적으로 연결해주는 제도를 말합니다. 많은 사업주들이 E-9로 들어온 이주노동자를 무작위로 배정하는 현행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의 장기근속을 저해한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수도권 중소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본국에서 알고 지낸 친구들과 일하면 금방 업무에 적응해서 사업장 이탈 방지, 신분 보장(불법체류 방지) 등이 수월하다”며 “생소한 한국어를 쉽게 배울 수 있는 등 언어 능력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는데요.
결국 이들의 주장은 한 사업장에서 오래 머물며 일할 수 있도록 E-9 승인 절차와 배정 방식을 변경해 달라는 것이죠. 원활한 인력수급과 장기근속 유도는 현 정부의 외국인력정책 방향과도 일치하는 내용인데요.
글쎄요. 이런 방식이 이주노동자를 한 사업장에 묶어두는 데 유리한 방편임엔 틀림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열악하고 위험한 작업환경의 개선 없이 이주노동자의 장기체류나 장기근속을 유도하고 더 많은 직종에 이주노동자를 투입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멉니다.
또한 현행 고용허가제의 무작위 배정 시스템만 뜯어고치면 해결될 문제는 더더욱 아닐 테고요. 특히 이주노동자에게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아 강제노동, 임금체불, 인권침해 등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은 고용허가제 폐지의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정부의 정책 목표가 ‘외국인력의 안정적 수급 및 활용성 제고’에 맞춰져 있다 보니 이런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 같은데요. 이처럼 수요자(기업) 중심으로 짜 맞춰진 정부 정책을 이주노동자의 노동인권과 안전을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해 보입니다.
<관련기사>
“외국인, E-9 사업장 무작위 배정 개편해야” (브릿지경제 2024-10-13)
https://www.viva100.com/20241013010002615
● 반월시화공단 고용구조 개선, 정책설명만으로 문제 해결되나?
지난 16일, 고용노동부 경기 안산지청은 관내 제조업 80여개사 대표 및 인사·노무 담당자 등 2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2024년 안산·시흥지역 고용구조 개선 지원을 위한 정책설명회’를 개최했습니다.
이번 설명회는 최근 반월·시화국가산단에 소재한 안산·시흥지역 제조업이 일자리 미스매칭으로 인한 구인난 심화는 물론, 이주노동자 의존도 증가 등의 고용 특성이 두드러짐으로 인해 고용구조 개선 지원을 목적으로 마련하게 되었다는데요. 설명회에서 다룬 내용으로는 노사법치주의 확립을 위한 △노동시장 인식 관행개선 △파견근로자 사용 유의 △중대재해처벌법 △기업 화재사고 예방 등 ‘인식개선 교육’과 더불어, 고용구조 개선 지원을 위한 △기업고용종합컨설팅 △외국인 채용관리 △고용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업지원금 등의 정부정책사업 설명이 있었다고 합니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정책설명회가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 안내로 기업들의 큰 호응을 이끌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는데요. 아리셀 화재참사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된 제조업 불법파견 관행과 이주노동자의 취약한 지위 문제에 대한 당국의 개선 노력이 기껏해야 사용자 인식개선 교육과 정책 설명 정도라니 실망스럽기만 합니다. 정부는 만연한 불법파견과 ‘위험의 이주화’로 낮고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는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은 보이지 않는 걸까요? 지난 8월까지 집계된 노동부의 ‘사내하도급 감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사업장 260곳에 불법파견 감독을 했고 이 중 36곳에서 불법파견을 적발했다고 합니다. 파견법 위반 사업장에 대한 적발률이 13.6%에 그친 건데요. 이렇게 제조업 전반에 만연한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들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인 행정감독보다 자율적인 시정기회를 부여하는 것에 치중한다면, 앞으로도 ‘기업 봐주기’, ‘늑장 행정’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관련기사>
“안산·시흥지역 고용구조 개선 정책설명회 개최!” (안산타임스 2024-10-17)
https://www.shina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1946210
● 불법파견에 집단해고까지, 대놓고 노조파괴 나선 현대위아 하청업체
현대·기아 자동차의 부품을 생산하는 현대위아 하청업체 소속 33명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지난 8월 30일 전원 해고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현대위아에 전기차 부품을 공급하는 동서페더럴모굴은 사내하청업체인 에이쓰리HR 노동자들이 노조(금속노조경기지부 현대위아시화지회)를 만들고 교섭을 요구하자 도급계약을 종료하는 방식으로 집단해고했습니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 따르면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엔 파견이 금지됩니다. 만약 실체가 있는 도급업체라면 독립성·설비·기술·전문성을 가지고 노동자를 직접 지휘·감독하며 인사노무관리도 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에이쓰리HR은 위장도급업체임이 분명합니다. 동서페더럴모굴이 에이쓰리HR 노동자들에게 작업을 직접 지시하고 감독했기 때문이죠. 당연하게도 에이쓰리HR은 아무런 설비·기술·전문성도 보유하지 않았고, 채용 시 ‘동서페더럴모굴 입사 일정 안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결국 동서페더럴모굴이 에이쓰리HR과 계약을 해지하고 금속노조 현대위아시화지회 전 조합원을 해고한 이유는 빤합니다. 하청노동자들의 노조 할 권리를 가로막아 불법파견을 대놓고 계속하겠다는 것이고, 그로써 저임금 불안정노동이 양산하는 현장을 만들겠다는 겁니다.
흔히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고 하죠? 현대위아시화지회 조합원들에게도 이 말은 과언이 아닐 겁니다. 해고노동자가 불법파견으로 회사를 노동부에 고소·고발해도 결과가 나오기까지 통상 3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노동부 조사 결과에 따라 시정 명령 조치가 나오면 회사는 곧바로 법적 소송에 돌입할 겁니다. 그새 조합원들의 생계문제 등으로 노조가 와해되길 바라는 거죠. 노동자들에겐 기나긴 고통의 시간일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아리셀 참사를 계기로 ‘사내하도급 500곳에 대해 불법파견 여부를 감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동서페더럴모굴은 불법파견, 노조탄압을 버젓이 저지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노동부가 만연한 불법파견을 방치하는 것을 넘어 심지어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마저 나오는 거죠. 에이쓰리HR이 폐업한 지금, ‘비엔엠’이라는 새로운 도급업체가 들어섰습니다. 과연 비엔엠은 합법적인 도급업체일까요?
불법적으로 왜곡된 고용구조 속에서 안전하게 일할 권리, 노동권을 행사할 권리가 지워지는 참담한 현실을 고용노동부는 더 이상 외면해선 안됩니다. 현대위아와 동서페더럴모굴도 간접고용 불법파견을 더 이상 일삼지 말고 사태 해결에 책임 있게 나서야 합니다.
<관련기사>
[극한 착취, 불법파견 현장 ②] 지금도 욕설 난무하는 반월·시화공단 (매일노동뉴스 2024-10-21)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4220
● 2024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 “정부가 우선할 노동정책은 저임금 해소!” 한목소리
민주노총이 22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15층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24년 전국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해당 설문조사는 지난 8월 26일부터 9월 27일까지 전국 시·도 노동자 밀집 거점에서 1만 414명의 응답 중 중복 응답과 불성실한 응답을 제외한 8,207명(노동조합 미가입 6,783명)의 응답을 분석한 결과인데요.
설문조사 결과, 노동자들이 현재 직장에서 가장 불만족스러운 것은 ‘저임금(25.9%)’이었습니다. 최근 3개월 기준 월 임금액 평균은 292만6000원이었고요. 월 임금액은 우려했던 대로 고용 형태와 사업장 규모별로 차이가 컸습니다. 정규직은 322만4000원으로 266만5000원인 비정규직보다 높았습니다.
이번 조사에서는 포괄임금제 적용 여부도 확인했는데요. 전체 응답자 중 44.2%는 포괄임금제를 적용받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산업단지 노동자 중에서 포괄임금제를 적용받는 노동자는 57%로 전체 평균보다 13%p 많았다고 하네요.
산업단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임금체불을 경험한 비율도 전체 비율보다 높았는데요. 최근 1년 사이 임금체불을 경험했는지 물었을 때 산업단지 노동자 중 14.8%가 임금체불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로 보면 9.3%가 임금체불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는데, 이에 비해 산업단지 노동자들의 임금체불 경험 비율이 월등히 높은 셈입니다.
현 정부에 바라는 노동정책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최저임금 대폭 인상 등 저임금 해소를 바라는 응답자는 32.1%로 나타났습니다. 이어서 26.4%는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고용 안정을 원했고, 노동법 위반 사업장 강력 처벌을 원하는 응답자는 25.1%로 고용 안정과 비슷한 수치를 보였습니다.
끝으로, 이번 실태조사에서는 미조직 노동자들의 60% 이상이 노조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과 가입 의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노동자가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 노조가 노동자를 보호한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미조직 노동자 61.5%가 ‘그렇다’고 답했고요. 또한 미조직 노동자 65.1%가 ‘노조 가입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설문조사 결과에서 볼 수 있듯 산업단지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은 노동권 사각지대와 다름없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고, 노조 할 권리의 확대·보장을 강력히 바라고 있었습니다.
정부도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특히 ‘노동약자’에 대한 시혜적 지원이 저임금 구조에 갇힌 노동자들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직시하고, 노동3권 보장을 통한 임금 및 노동조건의 개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부터 경청하길 바랍니다.
<관련기사>
노동자 3명 중 1명 저임금 해소 원해 (참여와혁신 2024-10-22)
https://www.laborpl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4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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