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담과 함께 격주로 살펴보는 공단뉴스 (2025.04.16.-2025.05.06)
● 커지는 임금 격차, 해결방안은 모든 노동자의 ‘고용안정’

지난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시간당 임금 격차가 2016년 수준으로 다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3년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정규직은 2만7,703원(11.7% 증가), 비정규직은 1만8,404원(4.7% 증가)으로 집계됐습니다. 정규직 임금을 100으로 환산할 경우 비정규직은 66.4% 수준으로, 2020년 이후 유지되던 70%대가 무너지고 2016년(66.3%) 수준으로 후퇴했습니다. 임금 상승 폭의 차이는 비정규직의 단시간 노동자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 해소를 위해 비정규직 처우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4월 20일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가 발표한 ‘일자리 격차 및 노동시장에 대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노동자 4,2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84%가 노동조건 격차 해소가 필요하다고 답했는데요. 이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비정규직 고용 안정성 제고(36%)’과 ‘비정규직 임금 인상(21%)’이 주로 꼽혔습니다. 반면, ‘정규직 혜택 완화’는 24%에 그쳤습니다. 노동시간 자율성보다 고용 안정성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도 드러났는데, 비정규직의 72%가 “시간 자율성이 없더라도 임금이 높은 정규직 근무를 선호한다”라고 응답했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노동 조건 격차는 단순한 ‘임금의 차이’를 넘어 고용 안정성, 복지, 노동 조건 전반에 걸친 구조적 차별에서 비롯됩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정규직의 과보호를 문제 삼으며, 격차 해소의 수단으로 ‘정규직 양보론’을 내세워 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격차는 정규직의 조건이 과도해서가 아니라, 비정규직의 노동 조건이 지나치게 낮고 불안정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입니다. 정규직의 권리를 깎아 균형을 맞추려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의 조건을 상향평준화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필요합니다. 특히, 설문에서 ‘임금보다 고용 안정이 중요하다’는 비정규직의 응답은 현장의 현실을 잘 보여줍니다. 비정규직은 일자리가 언제 끊길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서 살고 있으며, 이들이 원하는 것은 일회성 보너스가 아니라 지속적이고 예측 가능한 생계 기반입니다. 시간제, 파견, 계약직 등 비정규직 고용형태 자체를 줄이고, 상시·지속업무를 하는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노동시장 격차를 줄이는 근본적 해결책입니다. 정부는 ‘양보’라는 말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를 이간할 것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노동정책을 고민해야 합니다. 노동자의 권리를 깎아 경쟁시키는 것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의 고용 안정을 통해 노동의 질을 높이는 것이 진짜 대책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관련기사> 정규직 100만원 벌 때 비정규직 66만원…8년 전으로 돌아간 임금격차 (4/30, 투데이신문) https://www.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5282
<관련기사> 노동자 84% “노동시장 격차 해소 필요”…‘비정규직 처우 개선’ 우선 (2025-04-20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193272.html
● 사실상 방치되는 소규모 사업장 근로조건 자율점검 사업

지난해 소규모 사업장을 위한 ‘근로조건 자율점검 지원사업’의 점검 결과, 법 위반 적발 건수가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직장갑질119가 정혜경 진보당 의원실을 통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자율점검 사업에서 확인된 법 위반 건수는 1617건으로 전년(4315건) 대비 62.5% 줄었습니다. 그런데 이는 정부가 2024년부터 자율 점검 항목과 예산을 대폭 축소한 결과 노동관계법 위반 확인 건수도 이전에 비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실제 2023년 18개였던 점검 항목이 2024년 10개로 줄었고, 예산 역시 같은 기간 24억2100만 원에서 13억7500만 원으로 30% 이상 삭감됐습니다. 따라서 점검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혜경 의원은 “점검 항목과 예산을 줄이면 겉으로는 위반 건수가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실질 개선이 아닌 눈속임 행정”이라며 “실제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전환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근로조건 자율점검 지원사업’은 5명 이상 30명 미만 사업장 가운데 1년 미만 영세사업장을 대상으로 공인노무사 등 전문가가 직접 사업장을 방문해 관련법 준수 여부를 확인하고 개선 컨설팅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기초노동질서 자율점검’과 ‘취약분야 컨설팅’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기초노동질서 자율점검은 근로계약서·임금명세서 작성, 근로시간, 휴일·휴게 등을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스스로 점검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자율점검을 받고 위반사항을 모두 개선한 사업장은 다음 연도 정기근로감독이 면제됩니다. 취약분야 컨설팅은 △직장내 괴롭힘 △근로시간 단축 △일·가정 양립 3개 분야에 대해 노무사가 사업장 현황을 진단하고 제도개선 등 해결방안을 제시합니다.
그런데 정부는 ‘자율’이라는 미명 아래, 점검 항목을 대폭 축소하고, 예산마저 삭감했습니다. 소규모 사업장은 국내 산업에서 상당 비중을 차지하면서도, 근로기준법조차 지켜지지 않는 사각지대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들 사업장에 대해선 더욱 철저한 점검과 제도적 보호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처럼 정부 스스로가 감독 의무를 포기하고 사실상 사업장을 방치하고 있는 것입니다. 점검을 줄였다고 해서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드러나지 않을 뿐, 열악한 환경 속에 놓인 노동자들의 고통은 계속됩니다. 특히 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은 권리 침해를 겪어도 쉽게 목소리를 낼 수 없습니다. 정부는 이들을 보호할 책임을 다하지 않고, 통계 수치로 행정을 포장하는 데 급급해선 안 됩니다. 정부는 즉시 점검 항목과 예산을 원상회복하고, 실질적 노동권 보호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관련기사> 작은 사업장' 법 위반 60% 줄어든 이유는…"점검 자체를 안 해서" (2025.04.27. 파이낸셜뉴스) https://www.fnnews.com/news/202504271201530618
● 국가기념일이 된 ‘428 산업재해노동자의 날’

올해부터 4월 28일 산업재해 노동자의 날이 처음으로 국가기념일로 지정됐습니다. 오랜 시간 노동자들의 희생과 투쟁 끝에 얻어낸 성과입니다. 4월 28일 ‘산업재해 노동자의 날’을 맞아 민주노총이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재로 희생된 노동자들을 추모하며 일터 안전을 위한 투쟁을 선언했습니다. “기억하라, 투쟁하라”는 구호 아래 ‘모든 노동자의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 보장을 위한 선언’을 발표했습니다. 선언에서는 “매년 2,400명의 노동자가 죽는 산재공화국 한국”의 현실을 고발하며, 위험작업 중지권 보장과 중대재해처벌법의 전면적이고 엄정한 집행, 인력 기준 법제화 등을 촉구했습니다. 각 산별노조 대표자들도 노동안전 현실을 지적했습니다. 공공운수노조는 직업성 암 승인에 평균 306일이 걸린다는 문제를 지적하며 산재 선보장제 도입을 요구했고, 건설산업연맹은 사망사고가 반복되는 건설현장을 비판하며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촉구했습니다. 서비스연맹은 특수고용노동자의 작업중지권 부재 문제를 지적하며 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기에는 갈 길이 멉니다. 매년 2,400명 이상이 일터에서 목숨을 잃고, 15만 명이 부상이나 질병에 시달리는 현실은 아직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 논란, 하청노동자의 반복되는 죽음, 특수고용 노동자의 작업중지권 부재 등도 여전히 노동현장의 시급한 과제입니다. 특히 산업재해가 반복되는 구조 뒤에는 위험의 외주화, 자본과 정부의 책임 회피, 정부 정책의 부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결국, 산업재해는 개인의 운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입니다.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한다’는 말처럼, 산재로 숨진 노동자들의 희생은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출발점이 되어야 합니다. 국가기념일 지정은 단지 기억과 추모를 넘어, 모든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실현하겠다는 국가 스스로의 다짐이어야 그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위험한 작업을 거부할 권리, 산재보험의 실질적 보장, 모든 노동자에 대한 차별 없는 보호가 당장 이뤄져야 합니다.
<관련기사> 처음으로 국가차원 기념돼 '산재노동자의 날' ···"그러나 노동자는 오늘도 전쟁터에서 일한다" (4/28, 노동과세계) https://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506935
● 노동절에도 일터를 지키는 노동자들

5월 1일 노동절, 안산 반월산업단지의 풍경은 여느 평일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빗속을 오가며 트럭에 짐을 싣고, 지게차를 몰고, 용접을 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은 ‘노동절’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일상적이었습니다. 다수의 중소사업장과 작은사업장 노동자에게 이날은 법정 휴일이 아니라 또 다른 ‘노동의 날’이었습니다. 인천일보 기사에서 고령의 일용 노동자 A씨는 “노동자의 날이라 해도 특별히 다르지 않다”라고 말했습니다. 불안정한 일자리 속에서 하루라도 더 일해 돈을 모아야 한다는 절박함은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노동절의 쉴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게 하는 현실이었습니다.
이는 단지 반월산단에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등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이 전국 곳곳에서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습니다. 그들은 노동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한 채, 휴식과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면서 생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전국에서 열린 노동절 대회에서는 모든 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그러나 구호만으로는 현실을 바꿀 수 없습니다.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는 법적·제도적 개혁이 시급합니다.
<관련기사> 황금연휴는 남 이야기…노동자 날에도 고달픈 노동자들 (2025.05.01. 인천일보) https://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287747
'공단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격주 공단뉴스 (2025. 5. 23. - 6. 10.) (4) | 2025.06.11 |
---|---|
격주 공단뉴스 (2025.5.7.~2025.5.20.) (2) | 2025.05.23 |
격주 공단뉴스 20250403~20250415 (1) | 2025.04.17 |
격주 공단뉴스 (2025. 3. 19. - 2025. 4. 1.) (0) | 2025.04.03 |
격주 공단뉴스 (2025.02.26.-2025.03.18.) (0) | 2025.03.19 |